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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년 만의 첫 여성 재무 장관‘이민자 출신의 흑인 외무 장관‘암을 이겨낸 보건 장관’….노동당을 이끌고 14년 만에 집권한 키어 스타머(62) 신임 영국 총리가 5일 발표한 각료들의 면면이다.야당 시절 집권에 대비해 짠 그림자 내각 구성원을 그대로 기용했다.그러나 이들 상당수의 이력을 보면 영국 정치를 좌우해 온 엘리트보다는 어렵게 살면서 꿈을 이룬‘흙수저’나 비주류 색채가 두드러진다.서민 출신으로 자수성가한 스타머가 자신과 비슷한 궤적을 걸어온 인사들을 우선 기용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스타머 내각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성비다.지금까지 발표된 내각 장관 25명 가운데 여성 장관은 11명.전임 리시 수낙 내각(7명)보다 4명이 늘어났고,이센세여성 장관 비율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특히 장관 중의 장관으로 꼽히는 재무 장관직에는 1215년 의회 개원 이후 처음으로 여성이 기용됐다.영국중앙은행 영란은행(BoE) 이코노미스트 출신의 레이철 리브스(45)다.나라 살림을 총괄하는 재무 장관은 다른 장관직 명칭(Secretary of State)과 다른 별도의 직책명(Chancellor of the Exchequer)이 있을 정도로 격이 다른 대우를 받아왔다.존 메이저·고든 브라운·리시 수낙 등 역대 총리 여러 명이 거쳐간 직책이다.
2010년 의회에 입성해 예비 내각 재무 장관으로 활동해 온 리브스는 인선 발표 후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 “재무 장관에 지명된 것은 내 인생의 영광”이라며 “이는 책임감이 따른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이센세나라의 모든 분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더 나은 삶을 살도록 경제를 변화시킬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첫 여성 재무 장관을 맡은 것에 대해 “모든 소녀와 여성은 자신의 야망에 한계가 없다는 걸 보여주자”고 포부를 밝혔다.대법관 출신 샤바나 마무드(44)가 법무 장관에,이센세브리짓 필립슨(41)이 교육 장관에 임명되는 등 주요 부처를 여성 장관이 이끌게 됐다.
영국의 외교 정책을 총괄할 데이비드 래미(52) 신임 외무 장관은 가이아나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어렵게 자랐다.그는 영국 국적 흑인으로는 최초로 미국 하버드 로스쿨에 진학했다.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대학 동문으로 개인적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그는 민주당 인사들과 접점이 많은‘미국통’이었지만,이센세그림자 내각에서 외무 장관을 맡은 이후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에 대비해 공화당 인사들과도 접촉면을 넓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적 골칫거리로 떠오른 이민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맡은 내무부의 수장은 이벳 쿠퍼(55) 전 노동연금부 장관이 맡았다.그는 보건부 차관으로 재직 중이던 2001년 둘째 아이 출산을 앞두고 18주 유급 출산휴가를 신청해 화제가 됐다.정부 고위 각료가 출산휴가를 쓴 첫 사례였다.
보건 장관에 임명된 웨스 스트리팅(41)의 이력도 눈에 띈다.10대 부모에게서 태어나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그는 대학교 2학년 때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했고,학생·노동운동 경력을 통해 노동당 정치인이 됐다.2021년 신장암 투병 사실을 발표하고 절제 수술을 받은 뒤 암이 완치됐다고 밝혔다.이처럼 남다른 개인사를 가진 이들이 대거 예비 내각을 거쳐 각료로 기용된 데는 스타머의 인사 철학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공구 제작자였던 아버지와 국민보건서비스(NHS) 간호사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노동자 계급 출신인 스타머가 자신과 비슷한 정치 이력을 가진 자수성가형 인물들을 선호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타임지는 “거의 모든 구성원이 공립학교 출신으로,이센세명문 사립학교를 나온 보수당 장관들과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직전 노동당 정권이었던 토니 블레어·고든 브라운 총리 시절 각료를 이끈 베테랑들의 귀환도 눈에 띈다.러시아에 항전 중인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을 담당할 국방 장관에는 고든 브라운 내각에서 주택 장관을 맡았던 존 힐리(64) 의원이 내정됐다.2010년 보수당에 정권을 내준 뒤 야당이 된 노동당을 6년간 이끈 에드 밀리밴드(55) 전 당대표는 에너지 안보·탄소 중립 장관에 기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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