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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크리스천스’두산아트센터서 13일까지
신념 안 굽히는 목회자 이야기
기독교 공동체 교리논쟁 담아
“경도된 조직에 던지는‘폭탄’
종국엔 건강한 일 되길 염원”
무고한 이를 죽인 음주운전 뺑소니범,젊은이들 삶을 망가뜨린 전세 사기범,재미로 살인을 일삼은 연쇄 범죄자 등을 보며 누구든 한번쯤은‘지옥’을 떠올리게 된다.천국은 없다는 말에 심드렁한 표정을 짓는 비종교인도 지옥으로 보내고 싶은 악인을 본 경험은 있기 마련이다.연극‘크리스천스’(연출 민새롬)가 종교의 유무를 떠나 모든 객석을 파고드는 지점이다.
“지옥은 없다.”
이것이 하나님의 말이라는 목사‘폴’(박지일 분)의 설교로 극이 시작됐다.기독교도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지옥행이 결정된 소년의 사례를 든 그는 “우리는 더 이상 지옥을 믿는 교회가 아니다”라고 선언했다.개종하지 않았던 그 소년도 천국에 가 있을 것이라는‘믿음’을 요구했다.하나님에 대한 불신은 곧 지옥이라는 믿음 체계를 무너뜨린 것이다.부목사‘조슈아’(김상보 분),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 순위평신도‘제니’(박인춘 분),장로‘제이’(김종철 분) 그리고 아내‘엘리자베스’(안민영 분) 등이 모두 떠날 때까지 폴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왜 이 같은 충격요법을 썼을까.“히틀러도 천국에 있다.그 밖의 모든 사람도 천국에 있다.” 폴의 극언은 애초 그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묻게 만든다.기존 공동체를 일단 파괴하는 쪽이었다면 성공이었다.맹목적인‘불신지옥’의 외침을 벗어나 포용하는 교회로 탈바꿈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그를 유능한 목회자로 보기는 어려웠다.교인은 없고 목사만의 교리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질문 그 자체로 공동체가 파괴될 수 있더라도,그래도 질문해보는 것.제때 물어보지 않으면 그 공동체는 결국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연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지난달 30일 만난 민 연출의 답변이었다.민 연출은 앞서 6년 전 미국 극작가 루카스 네이스 원작인 이 작품의 한국 초연을 연출했다.그 사이 40대로 접어든 그는 10대 시절 두 차례 지켜봤던 개척교회 붕괴의 기억 그리고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이번 공연에 녹였다고 한다.“연극계에서 함께 젊은 시절을 보낸 동료 열 명 중 한두 명 정도만 남은 셈이다.” 동료가 떠난 자리에 남은 그는 공동체를 지키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다.그는 “그간 연극계는 비전,가치에 대해 공동체 구성원이 격렬하게 고민하고 공유하는 감각의 부재랄까.먹고살기가 힘들다는,경제적 이유만으로 떠난 것은 아니었다고 본다”고 했다.
교계,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 순위연극계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민 연출은 “강성 운동권이었던 한 선배가‘무슨 말인지 알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공연을 보는 동안 선명하게 떠오른 기억,직관적으로 찌르고 들어온 질문이 있다는 의미였다.그는 “경도된,건강하지 않은,맹목적 조직에는‘하면 안 되는 질문’이 있다”며 “그런 면에서 그 선배에게는 기시감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거시적인 정치뿐 아니라 미시적인 일상 차원에서도 크고 작은 균열,분열을 경험하고 살아가고 있지 않나.” 이는 더 나아가서는 일상 인간관계,특히 가족관계에서도 피할 수 없는 고민이기 때문에 몰입감을 확보한 작품이 됐다.이 같은 면에서‘굉장히 정치적 텍스트’라고 민 연출은 자평했다.4면 객석에 앉은 관객들 표정은 연극,즉 교회 안에서 교리 논쟁을 마음 졸이며 지켜보는 신도처럼 보였다.
민 연출은 “멍울진 느낌.어디에든 있을 텐데 그곳에서 폴의 설교와 같은‘폭탄’이 떨어지고 그게 종국적으로는 건강한 일이 되면 좋겠다는 염원이 있었다”고 했다.공연은 오는 13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