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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2년 6개월→2년,벌금 15억→3억
범죄수익 추징도 불가능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본인이 사둔 주식을‘셀프 추천’하는 리포트를 쓰고 가격이 오르면 되팔아 수익을 얻은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2심에서 감형됐다.징역과 벌금액수가 줄어들고 범죄수익 추징 또한 취소됐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제7부(부장 이재권)는 지난달 28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증권사 애널리스트 A씨에 대해 징역 2년과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지난 1월 선고된 1심에서는 징역 2년 6개월,벌금 15억원에 범죄수익 4억9300여만원을 추징했다.
검찰은 A씨가 2013년 7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며 미리 사둔 22개 종목에 대해 매수 리포트를 작성·공표한 뒤 7일 이내 매도한 혐의로 지난해 7월 기소했다.거래에는 차명 계좌가 사용됐다.검찰은 A씨가 총 4억93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것으로 봤다.A씨는 10여년간 3개 증권사에서 근무하며 담당 분야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되는 등 업계 유명인사였다.
A씨가 얻은 범죄수익을 산정하는 방식을 두고 1심 재판부와 2심 재판부의 판단이 갈렸다.1심 재판부는 4억9300만원 모두를 A씨가 얻은 범죄수익으로 판단했다.A씨가 9년동안 부정거래 행위로 매도해서 얻은 총수입에서 해당 주식을 매수하는데 사용한 총비용을 뺀 금액이다.반면 2심 재판부는 A씨가 애널리스트로서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를 한 것은 맞지만,A씨가 얻은 범죄수익을 확정할 수 없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정상적인 주가변동요인에 의한 주가상승분이나 위반행위자와 무관환 외부 요인에 의한 주가상승분이 존재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공제한 차액 전체를 부정거래 행위로 얻은 이익으로 산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이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부정거래 행위로 인한 이득액이 4억9000여만원에 이른다고 보기 어렵다.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을 산정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A씨의 추천 리포트로 주가가 상승했는지와 거시경제,시장 상황,기업 호재 등으로 주가가 자연적으로 상승했는지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취지다.실제 A씨가 거래할 시점에 즈음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정책 발표,7월 프로야구 일정남북 정상회담 개최,반도체 기업 인수합병 소식 등으로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상승하기도 했다.A씨를 제외한 다른 증권회사들도 긍정적인 보고서를 공표하는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고 본 것이다.
A씨가 증권사 애널리스트로서 직무 관련 정보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얻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적용 법조가 달라졌다.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금융투자업자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직무상 정보를 본인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사용해서는 안된다.
A씨측은 자본시장법에서 말하는 금융투자업자는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거나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자이기 때문에,금융투자업자 소속‘임직원’인 A씨는 개인으로서 직무 관련 정보를 이용해 부정거래를 한 혐의로 처벌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1심 재판부는 자본시장법이 금융투자업자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맞지만,7월 프로야구 일정직무 관련 정보 이용 금지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하는 경우에는 행위자인 A씨가 형사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자본시장법 벌칙 규정(제445조·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서 말하는 행위자는 금융투자업자의 대표이사,경영진 등에 대한 규정으로 해당 조항으로 A씨를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다만 “(제448조) 양벌규정에 의해 금융사 직원인 피고인을 처벌할 수 있다”고 했다.
2심 재판부는 “애널리스트의 보고서,소속 회사,자본시장의 공정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크게 저해하고 직업윤리에도 정면으로 위반돼 엄중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