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돈 작가가 전 연인의 과거사를 허락 없이 작품에 인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과하며 논란이 된 책의 판매 중단을 출판사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다만 그는 "소설 속 인물이 실제 인물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정 작가는 25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입장문에서 "『브레이브 뉴 휴먼』의 캐릭터 '권정현지'의 이름을 보고 김현지씨가 받을 충격과 아픔을 깊이 고려하지 못했다.저의 부주의로 벌어진 일이며 제 잘못"이라며 "처음 김씨에게 보낸 메일에서 오해이며 흔한 이름이라는 이유로 상처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점 역시 깊이 사과드리고 반성한다"고 밝혔다.
이어 2019년 출간한 소설 『야간 경비원의 일기』와 관련해 김씨가 받은 아픔에 대해 사죄한다며 "출판사에 판매 중단을 요청하겠다"고 했다.출판사 현대문학도 이날 "'야간 경비원의 일기'는 작가의 요청에 따라 판매 중단하게 되었음을 알려드린다"고 공지했다.앞서 김씨는 정 작가가 '야간 경비원의 일기'에 나오는 여성 '에이치'(H)가 자신을 자세히 적은 것이라면서 "에이치라는 인물이 겪고 있는 이야기는 대부분 내가 실제로 겪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정 작가는 올해 출간한 소설 『브레이브 뉴 휴먼』 역시 출판사와 협의해 가능한 조치를 모두 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 작가는 김씨가 제기한 의혹 중에는 사실이 아닌 부분도 있다고 반박했다.그는 『브레이브 뉴 휴먼』 속 인물 '권정현지'는 김씨의 이름이 아닌 여성학자 '권김현영'의 이름과 자신의 이름 '정지돈'을 합쳐 지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지돈 작가 블로그 캡처
또 이 인물의 이야기는 김씨 개인의 삶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 "이름의 유사성 때문에 오해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소설 내용과 전개,트리니다드 토바고디테일 등 모든 것을 비교해봤을 때 어떤 점이 같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판매 중단을 요청한 소설 『야간 경비원의 일기』와 관련해서도 그는 "김씨가 블로그에 인용한 '스토커' 챕터는 제가 직접 현장에서 경험한 일"이라며 "소설에서 표현된 사건은 제가 직접 겪은 일을 실제 인물을 특정할 수 없게 변형해서 서술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 작가는 "제 의도와 무관하게 김씨가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선 깊이 공감한다.사과로 마음이 풀린다면 몇번이나 사과할 수 있다.출고 정지와 같은 요구도 모두 수용하겠다"면서도" 하지만 사실이 아닌 일을 사실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사건으로 며칠 사이에 매우 큰 비난을 받고 있고 많은 일들이 취소됐다.작가로서뿐만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의 존엄 역시 무너졌다"며 "제 글과 김씨의 블로그에 올라온 글 모두를 꼼꼼히 읽어주셨으면 한다.문제 삼은 소설의 내용도 잘 살펴봐 주시기 바란다.그리고 억측과 비방이 아닌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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