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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만의 의대 증원…압도적 여론·지지 등에 업어
정부 “국민 위해야” vs 의사들 “원점 재검토” 격돌
복지장관 “내달 초 미복귀 전공의 대책 발표할 것”
의정 갈등 최대 피해자 환자…“환자는 잘못한 것 없어”[데일리안 = 박진석 기자] 의대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사들 간의‘강대강’대치가 이어지고 있다.이들의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것은 각자 의사 부족에 대한 입장차가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올 2월부터 시작된 의사 집단행동 여파는 고스란히 환자한테 돌아가고 있다.이미 넉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의료공백으로 환자 피해와 불안이 커지는 만큼 조속히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지금이 아니면 의료개혁을 이룰 수 없다는 시각도 팽배하다.
정부는 27년간 의대정원이 고정된 가운데 고령화로 인해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본다.반면,의사들은 인구 감소 상황을 고려할 때 의대 정원을 늘릴 경우 의사인력 공급 과잉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정부는 의사 수 부족이 진료비 상승을 야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의사들은 의사 수가 늘어나면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 역시 의대증원만을 통해 의료개혁을 하겠다는 계획은 아니다.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대학병원 개편,7월9일 야구의료전달체계 정비,PA 간호사 법제화 등 그간 의료현장에서 애로사항으로 지적됐던 문제들을 이번 의료개혁을 통해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시작은 지난 2월 6일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 발표다.이날 정부는 3058명이던 의대 입학정원을 2025학년도부터 2000명을 늘린 5058명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1998년 이후 27년 만의 의대 증원이다.역대 정부에서도 그동안 여러 차례 의대 정원을 늘리기 위해 시도했지만 의사들이 반발에 부딪혀 번번이 백기를 들어야 했다.
이번에 정부가 의대증원에 힘을 실을 수 있었던 것은 압도적인 국민 찬성 여론이 있었기 때문이다.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조사 결과 응답자의 89.3%가 “의대정원 확대에 찬성한다”고 했다.
노동·시민단체와 함께 야당까지도 의대증원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힘을 보탰다.
하지만 의료계는 예상했던 대로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문제는 불만을 표출하는 방식이었다.이들이 선택한 방식은 단순히 집회,시위 수준을 넘어선 집단사직이었기 때문이다.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한 2월 20일 실제로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전체의 55% 수준이었다.이후 3월 말에는 93%까지 늘어났다.
의대생들 역시 휴학으로 맞대응했다.전공의들이 빈자리는 의대교수들이 메꿨지만 긴 의료공백 탓에 물리적 한계가 있었고 결국 의대교수들도 휴진에 나서기 시작했다.병원들은 외래진료와 입원환자를 줄이고 응급실 진료를 일부 제한했다.
대형병원에서의 긴 대기시간,상경 진료에 하루를 온전히 보내는 지방의 환자들,7월9일 야구응급실 뺑뺑이,지역병원의 의사 구인난,잦은 당직으로 가족들과의 삶을 잃어버린 대학병원 의사의 고된 삶,현장에 늘어만 가는 진료 지원 간호사의 수 등 정부는 이러한 문제들이 의사 부족으로 발생한다고 봤다.
의사 부족으로 인한 국민의 고통을 생각하면 1년이라도 먼저 의사 수 증대 규모를 늘리는 것이 해법이었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이번 의대 2000명 증원은 번번이 실패해 늦어진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이상 늦추기 어려운 정책적 결단”이라며 “의사 확충의 속도는 정책적 판단 영역으로 의사 양성에 드는 기간과 필수의료 확충의 시급성,7월9일 야구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의 증대,사회 각계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증원이 시급한 최소 규모를 2000명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원점 재검토에 대해서는 국민의 기대에 반하고 어렵게 출발한 의료개혁을 무산시키는 것이라고 일축했다.복지부는 “그동안 여러 장벽에 가로막혀 시도조차 못 하고 번번이 실패해 오다 어렵사리 의료개혁의 배를 출항시켰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달까지 전공의 사직 처리 현황을 점검하고 내달부터는 하반기 추가 모집,미복귀자 처분 등 관련 조치를 검토해 나가겠다고 전했다.9월부터 수련을 시작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를 선발하기 위해선 내달 중순까지 부족한 인원을 파악해 모집 공고를 내야 한다.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서는 복귀 상황과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단할 방침이다.또 전공의 복귀 여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되도록 전공의들이 복귀하는 데 초점을 맞춰 정부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전공의의 행정처분에 관한 법적 부담이 있기에 복귀자에 대해서는 처분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미복귀자에 대해서는 현장 의견이나 복귀 현황을 이달 말까지 보고 대응하겠다.내달 초에는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대책을) 발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증원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환자다.정부와 의사단체가 각자 목소리만 내세우면서 의정 갈등이 장기화함에 따라 환자들 안전이 위협받는 만큼 최대 피해자가 환자라는 이유에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환자단체들은 전공의 집단 이탈이 시작된 직후부터 지금까지 각자의 주장만을 고집하는 의료계와 정부의 일방통행에 우려를 표하면서 제발 환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해왔다”며 “그러나 누구도 환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환자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환자에게는 의사가 필요하다.상가 건물마다 들어차 있는 개원의 간판을 보거나 상급종합병원 등을 보면 우리나라의 의사 숫자는 충분할 것 같아 보인다”면서도 “주로 서울 빅5 병원과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받는 중증질환·희귀질환·중증난치질환 환자들은 의사가 더 필요하다고 느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도,의료계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에서 결국 병원에 남아 계속해서 고통받아야 하는 건 환자들”이라며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끝이 나든 안 나든,혹은 어떻게 끝이 나든 결과적으로 고통받아야 하는 건 환자”라고 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개최한 의료대란 청문회에서 “환자는 잘못한 거 아무것도 없다”며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것도 환자를 위해서 하는 거고 의료계에서 의대 정원을 반대하는 것도 환자를 위해서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환자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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