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다시 대치]
의협,
슈가 슬롯4년만에‘총파업’선언
“74%가 단체행동 찬성 전례 없어”… 내년 의대증원 되돌리기는 어려워
“개원의 휴진 저조할 것” 전망도… 정부,업무개시명령 발동 가능성
대한의사협회의(의협) 총파업 찬반 투표에서 5만 명 넘는 의사들이 휴진 등 단체행동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넉 달째 이어지고 있는 의정 갈등이 다음 주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9일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18일 전면 휴진’을 선언하며 “전국 14만 의사 회원과 의대생,학부모까지 참여하는 총궐기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의사 중 침묵하는 다수는 불법 집단행동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휴진 철회를 촉구했다.
이번 투표에 참여한 의협 회원 7만800명 중 90.6%(6만4139명)가‘의협의 강경 투쟁을 지지한다’고 답했다‘6월 중 휴진을 포함한 단체행동에 참여하겠다’는 응답은 73.5%(5만2015명)에 달했다.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70%가 넘는 (휴진) 참여 의지는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다.회원들의 의지가 굳건하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의협은 단체행동 중단 조건으로 증원 절차 중단과 함께 정부 책임자의 문책을 내걸었다.
내년도 입시요강 확정으로 의대 증원이 마무리됐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계가 총파업에 나서는 것은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등 향후 정부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일종의‘세 과시’로 풀이된다.내년도 의대 증원을 되돌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의료계의 단합력을 보여줘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등 의사들이 참여하는 정부 협의체에서 의료계 목소리를 더 반영하겠다는 의미다.
전공의(인턴,레지던트) 복귀 움직임이 미미한 가운데‘선배 의사로서 대정부 투쟁에서 할 만큼 했다’는 명분을 쌓는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한 국립대병원 교수는 “집단행동 효과를 높이려면 5월 증원 결정이 마무리되기 전 움직였어야 한다.갑작스러운 집단 휴진은 전략적인 결정이라기보다 정부를 향한 불만 토로에 가깝다”고 말했다.
의협은 상당수 의사가 휴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하지만 개원의들은 얻을 실익이 뚜렷하지 않아 참여가 저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2014년 원격의료 도입에 반발해 진행된 휴진에서 개원의 휴진 참여율(보건복지부 추산)은 약 21%,2020년 의대 증원 추진 당시엔 10% 미만에 그쳤다.경기도의 한 개원의는 “18일 하루는 휴진할 수 있어도 이틀 이상은 어렵다”고 했다.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는 “전면 휴진이 (정부에) 큰 위협 요소는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변수는 의대 교수들의 참여다.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은 전공의에게 내려진 행정처분을 취소하지 않으면 17일부터 무기한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 분야를 제외한 전체 외래 및 수술을 중단하기로 했다.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도 “의협의 집단행동 방침을 따르겠다”고 했다.한 국립대 교수는 “마지막으로 뜻을 모아 휴진에 동참하자는 의견과 환자들을 두고 휴진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의견으로 갈린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 주 의료계 집단행동을‘마지막 고비’로 보고 있다.집단행동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2020년 의협 총파업을 앞두고 정부는 지역 내 진료기관 휴진 비율이 30% 이상일 경우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라고 지방자치단체에 주문했다.이후 휴진 상황에 따라 업무개시명령 기준을 15%까지 내려 지침을 강화했다.한 총리는 “정부는 전체 휴진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의료계를 설득하겠다”고 말했다.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은 “국민 건강은 내팽개치고 집단이익만 추구하는 극단적 이기주의 행태”라며 “정부는 의사들의 불법행동에 행정조치를 내리고 사법처리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