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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재계의 세대교체 <9> 현대백화점
은둔 경영자의‘적극 경영’공식 행사 이외엔 외부 활동 자제
과감한 도전 따른 실패 적극 격려
“시작 전엔 신중,몰입하면 추진력”
한 동네 사는 동생 정교선이 우군
하지만 인수합병(M&A)과 사업 진출 등 경영에서만큼은 적극적이다.신중하게 검토를 하다가도 확신이 들면 뚝심 있게 밀어붙인다.타 유통업체들이 오프라인 규모를 줄이고 온라인몰 통합에 나설 때 현대백화점그룹은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고 온라인몰을 전문화하며 반대 행보를 보인 것도 정 회장의 확신이 바탕에 깔린 행보다.
●정주영의‘이봐,해봤어’가 삶의 모토
정 회장은 1972년 10월 20일 정몽근(82)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과 우경숙(73) 고문의 2남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서울 경복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사회학과를 다니다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하버드대 스페셜스튜던트 과정을 이수했다.이후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아시아경제학을 공부했다.
1997년 현대백화점 경영관리팀에 입사한 그는 입사 4년 만인 2001년 이사로 승진했다.그 뒤 2002년 기획관리담당 부사장,2003년 부회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한 데 이어 2006년 12월 부친이 회장에서 명예회장으로 물러나면서 만 34세 나이에 사실상 현대백화점그룹 총수 자리에 올랐다.범현대가의 다른 후계자와 비교하면 이른 나이에 승계가 이뤄졌으며 절차도 순조로웠다.
정 회장은 할아버지인 정주영 창업주와 부친 정 명예회장으로부터‘겸손하고 성실하라’는 조언을 수시로 들어왔다고 한다.이 때문에 외부에 나서기보다는 조용히 경영에 몰두하는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평소에도 할아버지의 명언인‘이봐,무료 베팅 스포츠 북해봤어’를 삶의 모토로 꼽는다.
정 회장은 부회장에 오르자마자 경기침체와 카드대란이란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선(先)안정 후(後)성장’전략을 구사했다.비효율 점포 3곳은 물론 호텔현대를 매각하고 희망퇴직을 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2005년 11월 전담 조직을 신설하며 뛰어든 할인점 사업도 과감히 접었다.오히려 신중한 행보로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2010년 6월‘비전 2020’을 발표하면서 정 회장은 성장과 내실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며 토끼 인형 두 마리를 들어 보였다.이때부터 정 회장의 공격 경영이 본격적으로 펼쳐졌다.신규 점포를 연이어 열고 아울렛 사업,렌털 사업,면세점 사업권 획득 등이 정 회장 리더십하에 진행됐다.김민덕 한섬 대표이사는 그룹 50년사에서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신중하게 따지지만 필요하고 또 해야 하는 일이라면 실패하더라도 추진하는 힘에서 회장님의 강점이 발휘된다”고 했다.
그는 과감하게 도전했다가 실패한 직원에게 격려를 보내는‘퍼스트 펭귄’포상을 시행했다.도전에 실패할 때보다 실패가 두려워 현실에 안주할 때 위기가 찾아온다는 정 회장의 평소 지론이 반영됐다.
정략결혼이 없는 현대가 가풍에 따라 정 회장도 연애결혼을 했다.경복고 동창의 소개로 만난 황서림(52)씨와 2001년 결혼해 1남 1녀를 두고 있다.황씨는 황산덕 전 법무부 장관의 손녀로 서울예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미술대학과 대학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1997년 삼성문화재단이 선정한 문화예술인재로 뽑혀 장학금을 받으며 미국 뉴욕대에서 미술관 경영을 전공했다.이후 황씨는 1999~2000년 뉴욕근대미술관 뉴미디어부서에서 부지배인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세계적인 일본 멀티미디어 작가인 마리코 모리의 스튜디오에서 어시스트로도 활동했다.
정 명예회장의 차남이자 정 회장의 동생인 정교선(50)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은 형과 마찬가지로 경복고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 무역학과를 나왔다.이후 미국 뉴욕 아델파이대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거쳤다.대학 시절 청바지와 면티를 입고 다니는 등 소탈한 편이어서 주변에서도 그가 현대가의 3세란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정 부회장은 2004년 현대백화점 경영관리팀 부장으로 입사했다.이듬해 현대백화점 경영관리팀 이사로 승진한 후 그룹 경영의 중심인 기획조정본부 부사장·사장을 거쳤다.2009년 현대홈쇼핑 대표이사 사장 겸 그룹 전략총괄본부장에 임명됐고 2012년엔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형과 함께 그룹을 이끌고 있다.
자동차부품 업체인 대원강업의 허재철 전 회장의 장녀인 허승원(49)씨와 2004년 결혼했다.허씨는 이화여대를 나와 미국 컬럼비아대 치과대를 졸업한 인재로,무료 베팅 스포츠 북미국 국적자다.두 사람 모두 뉴욕에 있는 학교를 다닌 덕에 유학 시절 자연스럽게 교제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둘 사이엔 3남이 있다.
사돈 기업인 대원강업은 현대차와 기아뿐 아니라 완성차 회사들에 스프링을 납품하고 있는 전통 있는 기업이다.1946년 설립 이래로 허씨 일가의 오너 기업이었으나 2022년 허 회장이 맏사위 정 부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던 옛 현대그린푸드(현 현대지에프홀딩스)에 자신과 형제들 지분을 매각하면서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현재 현대지에프홀딩스(22.7%)뿐 아니라 현대홈쇼핑(7.67%),현대쇼핑(2.4%)이 대원강업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허씨와 그의 동생 허수원씨도 2023년부터 꾸준히 지분을 매입하면서 각각 2.21%,2.60%를 갖고 있다.
정지선·교선 형제 사이는 매우 돈독해 재계에서도‘우애 경영’의 모범 사례로 본다.각자 다른 승용차를 이용해 현대백화점 주요 점포와 계열사를 방문하다가도 떠날 때면 정 부회장이 형의 차에 같이 타면서 경영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두 사람은 모두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살고 있는데 걸어서 10분이 채 안 될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다.형제 모두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전역했다.
특히 그룹이 지주사 체제를 전환하면서 형제 경영을 강화할 전망이다.2022년 9월 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발표할 때만 해도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를 각각 인적 분할해 두 개의 지주사를 두겠다는 구상이었다.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형제간 계열 분리 수순에 돌입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현대백화점 주주들의 반대로 인적 분할이 무산되면서 단일 지주사 체제로 계획을 수정했다.현대그린푸드의 인적 분할 신설 법인인 현대지에프홀딩스 아래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를 두는 방식이다.
한편 정 회장은 지난 5일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그린푸드 지분 12.67% (429만 3097주) 전부를 부인과 자녀,조카들에게 증여했다.황서림씨,아들 정창덕(20)군,딸 정다나(17)양에게 2.92%씩을 증여했고,정 부회장의 세 아들인 정창욱(17)·창준(15)·창윤(12)군에게도 지분 1.3%씩을 동일하게 증여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번 증여가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이미 현대지에프홀딩스 단일지주사 체제를 구축한 상황에서 증여가 이뤄진 데다 지주사 지분이 아니라 계열사 지분의 증여란 점에서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없다는 설명이다.
정 회장은 현대가 안에서 사촌 형인 정의선(54)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친분이 두텁다.사업상 조언도 받고 이외 문제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는 것으로 알려졌다.또한 두 사람 사이 친분에는 양궁이 연결고리이기도 하다.2005년 대한양궁협회장이 된 정의선 회장은 2011년 “현대백화점도 양궁단을 만들어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정지선 회장에게 제안했다.이때 정지선 회장이 사촌 형의 제안을 받아들여 양궁단을 창단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현대백화점 여자 양궁단 소속 정다소미 선수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다.정지선 회장은 정교선 부회장 등 가족과 함께 양궁 결승전을 찾아 응원에 나서기도 했다.
경복고 인맥도 막강하다.경복고 선배로는 부친뿐 아니라 삼촌인 정몽구(86) 현대차그룹 명예회장과 구본준(73) LX홀딩스 회장,무료 베팅 스포츠 북이재현(64) CJ그룹 회장,무료 베팅 스포츠 북이재용(56) 삼성전자 회장 등이 있다.
정용진(56) 신세계그룹 회장은 경복고 4년 선배로 업계 라이벌임에도 친분이 두터운 편으로 알려졌다.특히 정용진 회장의 동생 정유경(52) 신세계 총괄사장의 남편인 문성욱(52) 신세계인터내셔날 부사장과 절친한 사이다.정 회장과 문 부사장은 고교 동기 사이다.또 다른 고교 동기로는 남궁훈(52) 전 카카오 대표,무료 베팅 스포츠 북윤인구(52) 아나운서 등이 있다.
고교 1년 선배인 조현상(53) 효성그룹 부회장과도 친분이 깊다.지난 3월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은 정 회장은 기자들에게 “고인의 막내아들이 선배다.유족을 위로해 드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