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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기업 밸류업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세미나’축사
기업‘세금부담’개선 필요성 언급…‘상속세 50→30%’인하 추진과 연결성
재계 “주주가치 제고 더불어 기업 경쟁력 증진 방안 필요”
‘포이즌필·차등의결권’등 경영권 방어책,상속세 과제 체계 손질 등 강조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금융당국이 기업 이사(경영진)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회사’에서‘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 공론화에 나선 가운데,반대 입장을 명확히 보이고 나선 재계 달래기에 본격 나선 모양새다.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세계적 추세에 맞는 기업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상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재차 강조하면서도 기업 활동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해 온 법적·제도적 장애요인을 제거하는 노력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면서다.
이 원장은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국상장회사협의회(상장협)에서 열린‘기업 밸류업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세미나’축사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해서는 기업지배구조를 '글로벌 스탠다드(국제적 표준)'에 맞는 방향으로 개편"해야한다면서 "함께 국제적 정합성이 부족한 과도한 규제나 세금 부담 등 그동안 한국적 기업지배구조의 특수성과 맞물려 기업활동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해 온 다양한 법적·제도적 장애요인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 원장은 “올해 하반기를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건설적 대안을 마련할‘골든타임’”이라고 짚으며 학계·경제계·시장전문가·유관기관 등과 긴밀히 논의하겠다고도 했다.
앞서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기업구조 정책 세미나’축사를 통해 이 원장은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를‘회사 및 주주의 이익 보호’로 확대하는 방안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이어 재계의 반발을 의식한 듯 “이사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경영판단을 한 경우 민·형사적으로 면책 받을 수 있도록‘경영판단의 원칙’을 명시적으로 제도화한다면 기업 경영에도 큰 제약이 되지 않을 것”이란 말을 덧붙인 바 있다.
이번 세미나에서 한 이 원장의 발언은 상법 개정에 부정적인 재계를 설득하기 위해 각종‘인센티브’를 구체화하고 있는 정부의 움직임과 맥락이 닿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특히‘경영판단의 원칙’명문화에 더해‘세금 부담’문제를 언급한 것은 최근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발언에 이어 지난 24일 국책연구기관의 공청회에서 언급된 상속세 최고세율 대폭 인하(50→30%) 방안과 연결되는 지점이다.
이날 행사를 공동 주관한 경제 3단체(상장협·코스닥협회·한국경제인협회)에서도 밸류업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것과 함께 재계의 우려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왔다.
행사에 앞서 국내 경제단체 8곳(한경협,다크에덴 복권상장협,코협,대한상공회의소,다크에덴 복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은 지난 24일 상법 개정 계획에 반대하는 공동건의서를 정부와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정구용 상장협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기업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20여 년간 계속됐음에도 국내 증시가 제자리걸음 중인 만큼,기업 경영에 활력을 불어 넣을 입법적 개선이 확충돼야 한다”면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주주가치 제고와 더불어 기업 경쟁력도 증진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지원책을 다방면으로 모색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환영사를 맡은 정철 한경협 연구총괄대표는 “상법 개정으로 기업들의 신속한 경영판단이 어려워지고 이사회의 정상적인 의사결정에 대한 소송 등 사법 리스크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이 부족한 상황에서 해외 헤지펀드나 행동주의펀드 같은 경영권 공격 세력에게만 유리한 수단이 될 소지도 크다”면서 “장기적으로 기업 발전을 저해하고 경영 현장의 혼란을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1주제 발표자인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이사 충실의무 확대 방안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권 교수는 “모든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위한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불가하고,과도한 민사책임으로 인해 이사의 혁신적인 경영활동을 기대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며 “경영판단의 원칙 명문화에 더해 이사책임 보상계약제도 도입,회사의 피고측 소송참가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지평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최근 재계의 숙원인‘포이즌필(경영권 침해 시도 시 기존 주주가 시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도입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고,지난해 11월부터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실시 중인 차등(복수)의결권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김 변호사는 “제도 오남용이 두려워 포이즌필이나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를 위한 직접적이고 효율적인 수단을 무조건 외면하는 것은‘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라고 강조했다.
상속세,증여세가 현재‘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의 주요 요인이란 지적도 있었다.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고세율,최대주주할증,기업승계제도 성격을 지닌 가업상속공제의 불합리한 요인 등으로 가업승계의 불확실성이 상존해있고,근본적으로 자본이득세를 도입하지 않음으로써 비효율성 등이 가시화 중”이라며 “가업상속공제제도의 적용대상 확장,상속재산 처분시까지 과세 이연,연부연납기간 연장 등 납부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허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선 권종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투자자 대표(강성부 KGCI 대표이사) ▷기업 대표(김지현 헥토이노베이션 상무,정인철 포스코인터내셔널 상무) ▷유관기관 대표(이상호 한경협 본부장,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학계 대표(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석해 의견을 나누었다.
이상호 본부장은 “과도한 상속세는 경영 축소나 매각을 유인해 기업 유지,발전을 저해하는 사실상‘경영권 승계금지법’”이라며 “원활한 기업 승계와 기업가 정신 발현을 위해 현행 상속세 과세 체계 손질이 시급하다”고 언급했다.이어 김지현 상무는 “빈번하게 주주가 바뀌는 코스닥 시장에선 이사의 경영적 판단이 기업의 모든 이해관계자를 똑같이 만족시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강성부 대표는 “상법 개정 논의의 시작은 밸류업을 위한 투자자 보호장치 강화”라며 “재계의 눈치를 보다 법을 형해화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더 심화될 것이다.이사 책임 강화를 위해 시작한 일에 이사의 배임조항을 없앤다는 것은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정준혁 교수도 “외국인·개인 투자자 사이에 한국 증시의 일반주주 보호가 충분치 않다는 인식이 만연한 게 사실”이라며 “더 많은 자금 유입을 위한 인식 개선을 위해서라도 상법 개정 논의는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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