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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 떠오른 '웰 다잉'
환자·의료인·종교인까지…
존엄사에 대한 23번의 대화최근 의사로부터 약물을 투여받아 같은 날 세상을 떠난 네덜란드 부부의 소식이 외신을 통해 보도됐다.이들은 유치원 때부터 만나 성장하며 부부가 됐는데,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선수남편은 근무 중 얻은 허리 통증으로 20여년간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급기야 아내도 2022년 치매진단을 받았다."다른 해결책이 없다"는 데 부부의 의견이 일치했고,이들은 아들·손주 가족과 마지막 순간을 보내고 생을 마감했다.
인류는 오랜 기간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금기시했지만 현대사회에선 죽음을 아름답게 맞는 '웰 다잉'이 강조되고 있다.이에 따라 끔찍하고 지속적인 통증에 시달리는 환자의 존엄사를 허용해달라는 공감대도 커졌다.일찍이 스위스,네덜란드는 육체적 질병 등을 이유로 '삶을 끝내달라'는 환자의 요구에 의사들이 응할 수 있도록 했다.미국에선 약 10개 주에서 의료조력 사망을 허용한다.국내에선 2016년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돼 임종 과정의 환자가 연명의료의 중단을 선택할 수 있다.최근 국회에선 회복 가능성 없는 환자가 의사의 도움을 받아 삶을 마치는 '조력 존엄사' 법안이 재발의됐다.
"(입법 기관에서) 결정을 앞둔 사람들이 '삶을 끝낼 시기를 결정할 개인의 권리가 적법하다'는 점을 수긍할 때,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선수우리는 죽음이 삶의 중요한 일부라는 생각을 좀 더 편하게 할 것이다." '나의 때가 오면 : 존엄사에 대한 스물세번의 대화'는 존엄사를 놓고 저자가 환자,가족,의료인,종교인,정치인 등과 나눈 대화를 엮은 책이다.미국의 유명 방송인인 저자 다이앤 렘은 경력을 살려 각계각층의 다양한 이야기를 풍부하고 생생하게 전달한다.
저자는 그간 미국에서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요구하는 활동을 펼친 인물이기도 하다.실제로 저자는 간경변에 시달리던 어머니가 극심한 고통 속에서 사망하고,남편이 파킨슨병을 앓다가 끝내 자발적 섭식 중단으로 생을 마감하는 장면 등을 지켜봐야 했는데,그는 "이를 통해 죽을 권리에 대한 열정적인 믿음이 싹트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책의 첫 번째 대화는 존엄사로 아내를 떠나보낸 남편의 이야기로 시작한다.이들 부부는 결혼 이듬해 아내 머리에서 거대한 종양을 발견했다.남은 생이 3~5년뿐이라는 통보를 받았다.잦은 발작과 끔찍한 고통이 이어졌고,고심 끝에 아내는 "이제 나의 시간이 왔다"며 의료조력 사망을 택했다.통증과 구토,마비가 이어지는 임종을 대신해 내린 결정이었다.모든 과정을 지켜봤던 남편은 "(아내는) 사는 것과 죽는 것 중에서 선택하지 않았다.산다는 선택지는 애당초 주어지지 않았다"며 "두 가지 다른 임종의 방식 중에서 택할 수 있을 뿐이었다.한쪽은 온화했지만,다른 쪽은 고통과 시련으로 가득했을 것이다"고 전한다.
저자는 존엄사를 반대하는 입장도 배제하지 않았다.대화에 참여한 천주교 신부는 조력 사망을 '궁극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규정하고,자발적으로 생명을 빼앗는 일이 결코 훌륭한 공공정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마찬가지로 반대 입장인 한 의사는 "삶을 마감하는 일은 첨단 과학이 아니다"며 존엄사 논의가 자칫 노인 학대 등 사회문제를 감출 수 있다고 비판한다.관련 약물 연구가 충분하지 않은 점도 함께 지적한다.
책의 끝은 저자가 18세 외손자와 나눈 대화로 마무리된다.'마지막 순간에 의료조력 사망을 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저자의 말에 외손자는 "외할아버지를 (파킨슨병으로) 잃었던 일,친할머니를 알츠하이머로 잃었던 일은 다시 겪고 싶지 않다.그들도 마지막에 그런 상태가 되기를 절대로 원치 않으셨을 것"이라며 "할머니가 어떤 식으로 삶을 마감하고 싶어 하든 전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밝힌다.당신은 삶의 끝이 가까워졌을 때 무엇을 원하는가?
나의 때가 오면 : 존엄사에 대한 스물세 번의 대화 | 다이앤 렘 | 성원 옮김 | 문예출판사 | 336쪽 | 1만8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