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5월에 출간된 김이설의 장편소설‘우리가 안도하는 사이’는 하늘의 명을 깨닫는 나이라는 지천명(知天命),1975년생,밀턴50을 코앞에 둔 세 명의 친구가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목적지는‘강릉.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50대로 막 접어듦에 대해 “쓸모라는 영역에서 다소 밀려나는 느낌”이라고 설명한다‘늙었다고 말하기는 애매하고,젊지도 않은 아주 이상한 시기’라는 것이다.애매모호한 위치에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 놓았으니 책을 읽는 내내 비슷한 나이대의 독자들은 격한 공감과 동행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중년의 여성 셋이 어딘가를 헤매고 있는 것으로 시작되는 소설.그들은 마흔아홉의 난주,미경,밀턴정은이다.세 친구는 갓 스물넷 되던 해 이후 25년 만에 다시 강릉을 찾은 것이다.비록 나이를 먹을 대로 먹었지만 그들에게도 찬란했던 시절이 있었다.요즘이야‘MZ세대’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지만 1990년대 그들도‘X세대’로 불리던 신세대였다.젊음만으로도 아름다웠고 또 힘들었던 그들.이제는 요실금과 고혈압,탈모,우울증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50대 초입으로 달려가고 있다.싱그럽던 너와 나는 나이가 들면서 살이 쪘고,무엇보다 사는 거리가 멀어진 것만큼 마음도 멀어진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하지만 강릉 여행을 했던 그때 그 나이보다 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오랜만의 조우가 낯설만도 하지만 이내 얼굴을 어루만지며 안부 묻기에 바쁘다.
사실 이들의 여행은 원래대로라면 성사되기 힘들었다.세 친구 중 미경이 노모를 모시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 빼는 일이 쉽지 않았다.그런데 어느 날 불쑥 “가자!” 미경의 선언에 강릉행은 일사천리로 추진된다.세 명의 친구,그들의 마음속에는 서로 다른 느낌의 강릉이 존재하고 있었다.미경에게는 한때 사랑했던 사람이 살던 곳이었고,정은에게는 삶의 무게를 벗어버리고 떠나는 도피처 같은 곳이었다.또 난주는 과거 미경,정은과 여행을 떠난 곳인 동시에 도망을 친 곳이기도 했다.난주와 미경,정은은 통창 너머 인스타 감성 넘실대는 안목해변의 한 펜션을 잡고 잔뜩 먹고 또 마시며 여행을 즐긴다.짐을 풀고 가장 먼저 한 일도 “일단 마시고 시작하자”였으니까.이들은 강릉에서 유명한 초당순두부집을 들르고,장칼국수를 먹는다.그리고 허난설헌의 생가와 보현사를 거니는가 하면,경포호를 등지고 경포해변이 쏟아지듯 보이는 카페와 안목해변의 카페를 즐기기도 한다.“또 이렇게 셋이 모이는 날이 없을 것”이라는 듯 최선을 다한다.
친구 사이지만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기에 그들 사이에도 분명 벽같은 것은 존재했다.그래서 여행 중 투덕임은 필연적인 것이었다.하지만 술 한 잔이면 감정의 얽힘은 이내 풀어졌다.드라마‘응답하라’시리즈를 보며 향수에 젖는 이들이 있는 것처럼 당시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이라면 세 친구의 이야기 사이에서 울고 웃으며 어느새 여행의 동반자가 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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