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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집에서 시작·연애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시작…유래 의견 갈려
아키하바라 중심으로 번성…유사연애 비판도얼마 전 일본 사찰에 메이드가 도입됐다는 뉴스로 일본 안팎이 떠들썩했죠.우리나라에까지 소식이 전해져 "도대체 이게 무엇이냐"라는 뜨악하다는 반응이 많았는데요.
이 메이드 카페는 도대체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요?왜 일본은 메이드 카페의 성지가 됐는지 오늘은 그 역사에 대해 알려드립니다.
메이드 카페의 기원은 크게 두 가지로 보는 것 같습니다.첫 번째는 호프집에서 시작됐다는 것입니다.일본식 호프로 유명한 긴자 라이온의 원형 '카페 라이온'이라는 음식점에서 여성 종업원이 메이드 복장으로 손님을 맞았던 것이 시초라고 하죠.
두 번째는 1997년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시작됐다는 분석입니다.닛세이기초연구소에 오타쿠의 성지로 불리는 도쿄 아키하바라 담당 연구원의 칼럼을 인용해보았는데요.성인용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피아캐롯에 어서오세요' 2탄의 발매 프로모션으로 게임 회사는 1998년 도쿄 캐릭터 쇼에 이를 재현한 레스토랑을 선보였다고 합니다.이곳에서는 게임 코스프레를 한 여성들이 음료와 굿즈를 판매해 팬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는데요.이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모두 메이드 복을 입고 있죠.
이것이 게임 팬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자 1999년 게임 회사는 본인들이 운영하는 점포 안에 이 카페를 기간 한정으로 열게 됩니다.이 역시도 히트를 치자 같은 자리 2000년 '카페 드 코스파'라는 정식 명칭으로 메이드 콘셉트의 카페를 열죠.이것이 메이드 카페의 원조로 불린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메이드 의상을 입은 종업원이 접객하는 카페 스타일은 아키하바라의 명물처럼 굳어지게 되죠.원래 코스프레 등으로 워낙 유명한 곳이었기 때문에 이제 메이드 카페는 가라오케,카지노 등 그 형태를 무한대로 확장하기 시작합니다.
닛세이연구소 칼럼에는 왜 메이드 카페가 인기를 얻었는지에 대한 분석도 있었는데요.바로 2000년대 초 유행했던 '모에 문화' 때문입니다.우리나라에도 "모에모에 큥"이라는 대사가 알려지면서 들어본 분들 많을 텐데요.이는 일본어 '모에루(萌える)'라는 동사에서 유래했습니다.싹트다,움튼다는 뜻인데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에게 알 수 없는 강한 애착심,욕망 등을 느끼게 되는 것을 일컫는데요.가령 평소에는 딱딱하게 대하다가 가끔 다정한 모멘트를 보여주는 '츤데레'가 여기 속하죠.사실 회사나 다른 곳에서 만났으면 '와 정말 성격 나쁘네'라고 할 부분도 내 맘속에 들어와 알 수 없는 감정을 건드리고,이것이 애정의 이유가 된다는 것인데요.
칼럼 저자는 메이드 카페야말로 모에의 상징 같은 곳이라고 분석했습니다.손님이 가게에 들어서는 순간 손님은 주인이 되고,메이드 복을 입은 종업원은 시중을 드는 존재로 가게에 들어가는 순간 주종관계가 형성되죠.여기서 메이드들도 접객할 때 '다녀오셨어요 주인님' 등의 대사로 가게에 들어가기 전까지 일반인이었던 개인을 완전히 이 관계 속에 두게 되죠.카페 안에서는 손님들도 반말 등 주인의 대사를 사용하게 되는데,이 때문에 카페는 마치 일상에서는 볼 수 없는 일종의 역할극이 형성되는 공간으로 바뀌게 됩니다.
칼럼에서는 결국 "많은 오타쿠는 이 비일상을 찾아 메이드가 기다리는 카페로 가게 되는 것이다.모에는 시각적 자극뿐만 아니라 경험에 의해 생성되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이는 모에 문화,넨그리고 모에 문화의 표상으로 여겨지는 메이드 카페가 비판을 받는 지점이기도 합니다.상대를 향한 호감으로 포장됐지만 결국 유사 연애나 패티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죠.칼럼도 "이 역할극은 손님이 돈을 지불하고 이뤄지며,메이드 카페가 유사 연애의 일종이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기도 하다"고도 덧붙였더라고요.사실 메이드 문화가 유행하면서 음지에서 메이드 카페 스타일의 유흥업소도 난립하게 되고,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죠.
2022년 기준 아키하바라에만 메이드 카페를 비롯한 콘셉트 카페 수가 200개 이상 있다고 하죠.메이드뿐만 아니라 집사 카페 등 독특한 콘셉트도 늘어났다고 하네요.
아,그리고 최근 우리나라에 전해진 '불교 메이드'에 대해서 저도 다시 한번 찾아봤는데요.'테라 파르무스'라는 불교 아이돌 그룹이더라고요.멤버들은 전원 미대에 다니는 학생이나 졸업생이고,멤버들은 다들 관음이나 미륵 등 보살의 이름을 딴 공연에서는 관객들이 목탁을 두드리면서 호응해준다고 합니다.
저도 단순히 절의 마케팅 전략인 줄 알았는데,불교에 빠진 대학생들이 결성한 그룹이더라고요.리더는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된 미대생인데,넨탱화를 모티브로 각종 일러스트를 그리다가 이후 철학 대학원까지 진학해 종교와 예술의 관계를 탐구하고 있다고 합니다.이미 주지 스님과 2016년부터 종교 간 대화를 테마로 한 토크 이벤트를 개최했는데,넨이때 메이드 카페 형식을 차용했더라고요.
그러면서 '절의 전속 메이드'라는 이미지가 생겨났다고 합니다.이것이 잘 되면서 아예 그룹까지 만들게 됐는데,테라 파르무스라는 이름은 일본어로 절을 뜻하는 단어 '테라(寺)'와 합장하는 '손바닥'을 뜻하는 영어단어 'Palms'를 합친 것이라고 합니다.우리로 따지면 뉴진스님과 비슷한 느낌일까 싶기도 하네요.공연 때 입는 복장은 법복과 메이드복을 섞은 자체 디자인이라고 합니다.
여하튼 취재하다 보니 메이드 카페가 생각보다 일본 문화에 꽤 깊게 녹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예전에는 일부 오타쿠의 하위문화였는데,이제는 거의 관광상품처럼 여겨지는 것 같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