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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초의 청각장애인 사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박민서 신부./박민서 신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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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아시아 최초의 청각장애인 사제인 박민서 신부의 박사 학위 취득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오늘은 그 기사를 작성하던 당시 뒷이야기를 좀 전해드리려 합니다.

사실 저는 박 신부의 박사 학위 취득 소식을 놓칠 뻔했습니다.지난 5월말 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박민서 신부입니다’라는 제목의 이메일이 왔습니다.그런데‘이름’이 이상했습니다.이메일 주소는 영문으로 돼 있는데,그 앞의 이름이 한글이나 영문이 아닌 이상한 부호였습니다.독자 여러분들도 요즘 이상한 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를 많이 받으시죠?저도 바이러스 메일이 아닌가 해서 처음엔 무시했습니다.저는 회사 메일을 사용하는데,던펌린 애슬레틱 fc자칫 잘못하다가 회사 메일 시스템에 바이러스를 옮겨서 다른 분께 피해를 주지 않을까 걱정됐지요.제가 컴퓨터에 능숙하지 못해서 더 겁이 나기도 했습니다.그런데 몇 주 후에 다시 메일이 왔습니다.이번엔 그냥 지우지 않고 살짝 열어봤습니다.다행히 첨부파일은 없더군요.본문 내용은‘연락을 바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제서야 저는 인터넷을 검색해봤습니다.박 신부가 5월말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소식이 있더군요‘아,그래서 나에게 이메일을 보내신 모양이다’싶었지요.그래서‘혹시 박사학위를 받으셨느냐.몇 가지 질문을 드리겠다’고 이메일을 보냈습니다.이후에는 카톡 주소를 주고받아 카톡으로 필담(筆談)을 나눴습니다.그런 과정을 거쳐 인터뷰 기사가 실리게 됐습니다.

청각장애인 성당 기공 감사미사에서 신자들이 수화(手話)로‘주님의 기도’(주기도문)를 하고 있다.이 성당은 예수가 청각장애인에게 “열려라(에파타)”라고 외쳐 장애를 고친 기적을 기려‘에파타 선교회 성당’으로 이름
청각장애인 성당 기공 감사미사에서 신자들이 수화(手話)로‘주님의 기도’(주기도문)를 하고 있다.이 성당은 예수가 청각장애인에게 “열려라(에파타)”라고 외쳐 장애를 고친 기적을 기려‘에파타 선교회 성당’으로 이름 붙였다.

박 신부와 첫 만남은 서울 마장동에‘에파타 성당’을 준비하던 과정이었습니다.청각장애인들에게 전용 성당 마련은 오랜 소원이었습니다.저도 당시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이 많았습니다.천주교 미사는 전례(典禮) 때문에 앉았다 일어섰다 하는 일이 많습니다.문제는 일어섰을 때입니다.앞사람에 가려서 수어(手語)가 보이지 않게 되는 등의 문제가 있습니다.수어를 보기 위해서는 성전에 사각지대가 가능한 한 없어야 하지요.최대한 시야를 확보해야 하는 것입니다.이런 문제들 때문에 청각장애인 전용 성당은 오랜 숙원이었던 것입니다.

박 신부는 2007년 서울대교구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이후 본격적으로 전용 성당 건립을 위해 뛰었습니다.그 결과 2017년 7월 28일 서울 마장동에서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 창립 60주년을 맞아 청각장애인 성당 건립 미사가 열렸습니다.그날 풍경이 지금도 생생합니다.무척 무더운 날씨였지요.공사장에는 대형 선풍기 10여대가 최고 속도로 돌아가고 있었지만 흐르는 땀으로 샤워를 할 지경이었지요.그렇지만 기공식에 참석한 청각장애인들의 얼굴에 기쁨이 가득했고,행사장 곳곳에선 손짓(수어)이 분주했습니다.그때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 담당 사제가 박민서 신부였습니다.

어느 자리에서도 신부와 수어가 잘 보이도록 계단식으로 설계된 에파타 성당 내부 모습.
어느 자리에서도 신부와 수어가 잘 보이도록 계단식으로 설계된 에파타 성당 내부 모습.

그리고 2년 후인 2019년 8월.마침내 에파타 성당이 완공됐습니다‘에파타’는‘열려라’라는 뜻으로 마르코복음에 나옵니다‘사람들이 청각장애인을 데려오자 예수님은 손가락을 그의 귀에 넣었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댔다.그러곤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쉬고 말했다.“에파타”(열려라) 그러자 그의 귀가 열리고 묶인 혀가 풀려서 말을 제대로 하게 되었다’는 구절입니다.에파타 성당은 일반 성당과 여러 모로 달랐습니다.대성전은 중간에 기둥이 없었고,던펌린 애슬레틱 fc바닥은 입구쪽이 높고 제대쪽이 낮은 계단식이어서 앞 사람이 일어나도 수어가 잘 보이는 구조였습니다.그 외에도 시각적인 요소가 많았습니다.성당 건축을 위해 국내외를 뛰어다닌 박민서 신부가 주임신부로 임명됐습니다.저는 앞으로도 박 신부가 계속 주임신부를 맡을 줄 알았습니다.그리고는 가끔 에파타 성당 근처를 지날 때에도 그저‘잘 계시겠지’정도 생각하곤 했습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에파타성당 주임 박민서 신부가 수어(手語)로 '사랑합니다'라고 말하고 있다.박 신부 뒤에 보이는 부조는 예수가 청각장애인을 고쳐주는 장면.박 신부는 이 벽면에 요한복음 6장 내용을 붓글씨로 써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에파타성당 주임 박민서 신부가 수어(手語)로 '사랑합니다'라고 말하고 있다.박 신부 뒤에 보이는 부조는 예수가 청각장애인을 고쳐주는 장면.박 신부는 이 벽면에 요한복음 6장 내용을 붓글씨로 써서 새겼다.

그러다 5년만에 박 신부의 연락을 받게 됐던 것입니다.그 사이 박 신부는 미국에 가셨더군요.박 신부는 1년간 주임신부를 맡았고,안식년을 거쳐 2021년초 미국 워싱턴DC 지역을 관할하는 워싱턴대교구로 파견갔답니다.파견 기간 3년이었고요.그런데 박 신부가 미국으로 파견된 사연이 흥미로웠습니다.한국에는 수어를 할 수 있는 사제가 10명이 넘는데,워싱턴대교구에는 청각장애인 전용성당은 있는데 수어를 할 수 있는 미국인 신부가 없었답니다.그래서 1994년부터 10년 동안 미국에 유학해 석사학위까지 받았고,한국에서 사제로 사목하고 있는 박 신부의 파견을 요청했다는 것이죠.그리고 그 3년의 파견 기간을 활용해 박사학위까지 받게 됐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박 신부와 카톡으로 장문의 필담을 나누던 중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었습니다.저는 계속해서‘청각장애인’이라고 쓰고 있는데 박 신부는 계속‘농인(聾人)’이라고 쓰고 있었습니다.마지막 단계에서 기사를 정리하면서 박 신부께 질문했습니다‘농인과 청각장애인이라는 용어를 구분해서 사용하시나요’박 신부의 답변은 이랬습니다.“아!좋은 질문입니다!청인(聽人)들은 농인보다 청각장애인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농인들은 청각장애인보다 농인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청각장애인이란 표현을 많이 써온 저로서는 다소 뜻밖이었습니다.박 신부의 이야기를 듣고보니‘청인’과‘농인’은 객관적인 차이를 가리킬 뿐‘정상‘비정상’의 차별과는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박 신부와 필담을 나누면서 몇 가지 더 느낀 점이 있었습니다.

박 신부는 농인들이 신앙생활을 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설명했습니다.로마서 10잘 17절 “그러므로 믿음은 들음에서 오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이루어집니다’는 구절입니다.중세 교회 지도자들은 이 구절을 근거로 농인들이 듣지 못해서 믿음을 얻을 수 없다고 판단해 교회의 성사를 받을 수 없게 했다고 했습니다.그렇지만 수도자들과 성직자들의 도움으로 수어를 통해 하느님의 말씀을 듣게 되었다는 것이죠.그럼에도 아직 여러 제약 때문에 가톨릭 교회의 신앙생활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기엔 어려움이 많다는 것입니다.그가 농인의 입장에서 농인 교회에 관한 박사논문을 쓴 것도 그 이유 때문이라고 했습니다.자신이 논문을 쓴 영어는‘제4의 언어’라고도 했습니다.한국어가 첫째,한국 수어가 둘째,던펌린 애슬레틱 fc미국어 수어가 셋째 그리고 영어가 넷째 언어라는 것입니다.

그는 또‘농인들은 수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언어적 소수집단’이라면서 “수어로 대화하는 농인들을 만난 청인은 수어를 모르기 때문에 농인들고 의사소통 할 수 없습니가.그래도 그런 청인은 농인들을 장애인으로 봐야 합니까?농인들 입장에서 수어를 모르는 청인을 장애인으로 봐야 할까요?농인들과 청인들은 수어로 서로 대화하면 할수록 서로 장애인으로 보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그러면서 “모든 기준과 시선은 청인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온 것입니다.하느님 앞에서 청인들과 농인들이 평등합니다.청인 입장에서 청인을 기준으로 삼아 농인들을 판단하는 것은 농인들을 힘들게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교회 지도자,사제,수도자들이 먼저 나서서 농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하고 열린 마음으로 그들을 교회로 초대해야 농인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또한 농인들이 사목적인 돌봄을 받아야 할 대상자가 아니라 그들도 하느님의 자녀로서 청인들이 하는 것처럼 교회에 스스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묵직한 울림이 남는 대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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