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시민들 "태극기 게양,라운지의무사항 아닌 개인 자유" 애국심·국가관 강조 풍토 옅어지고,라운지신축아파트는 게양대 없는 곳도 내년부터 '태극기 다는 날' 달력 표기,라운지태극기 편의점 판매 추진
15일 오전 10시 40분쯤 방문한 중구의 아파트 단지.태극기를 게양한 집이 드물어 광복절 다운 풍경은 보기가 어려워졌다.정두나 기자
국경일을 집집마다 내걸던 태극기의 존재감이 점차 옅어지고 있다.79주년을 맞은 광복절을 기념하고자 각 지자체마다 '태극기 달기 운동' 캠페인 등을 벌였지만 올해도 역부족인 모양새다.15일 대구는 관공서와 몇몇 가정을 제외하고는 태극기를 찾아보기 힘든 씁쓸한 풍경이 연출됐다.
광복절인 15일 오전 10시쯤 찾은 대구 중구 반월당역 인근의 한 아파트단지.총 4개 동,라운지380여 가구가 사는 이 아파트에서 태극기를 단 가구는 5곳에 불과했다.태극기 게양률이 극히 저조한 고층 아파트에서 태극기를 찾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 수준이었다.이곳 아파트는 창문 난간에 태극기를 걸 수 있게끔 구멍도 뚫려 있는 상태였다.
입주민 이민우(34) 씨는 "어렸을 때는 국경일이면 으레 태극기를 달았지만 최근에는 태극기를 게양하는 집이 드물고 모두 덩달아 안 다는 것 같다"고 했다.인접한 남산동 다른 아파트 단지도 동마다 2~3곳만이 태극기를 게양한 데 그쳤다.
같은 시각 대구 북구 복현동 소재 대규모 아파트 단지도 상황은 비슷했다.총 17개 동으로 1천200여 가구가 살지만 태극기를 걸어 놓은 집은 30여 곳에 불과했다.이곳 아파트 입주민 박모(25) 씨는 "국기를 다는 건 개인의 자유이지 의무는 아니지 않냐"며 "광복절도 그냥 쉬는 날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15일 오전 11시쯤 방문한 대구 수성구 만촌동 소재 군인아파트.듬성 듬성 걸린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김유진 기자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군인들의 관사마저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수성구 만촌동에 위치한 육군 제2작전사령부 영외관사는 일반아파트 보다는 태극기가 흔하게 펄럭이고 있었지만 동별로 많아야 3분의 1가량이 태극기를 게양한 데 그쳤다.태극기가 드문 동은 20가구 중 단 4가구만이 걸어놓고 있었다.
이곳에 거주하는 육군 장교 A씨는 "10년 전 만해도 군에서 국기 게양이 의무 사항으로 취급됐지만 최근 젊은 군인 사이에서 사생활 영역은 존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됐다"며 "공실이거나 출장 중인 가구도 있어 태극기가 더 비어 보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같이 국경일에 태극기를 달지 않는 풍토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은 과거 투철한 애국심을 강조하던 시절에 비해 점차 국가보다는 개인이 중요시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지어진 신축 아파트 상당수는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태극기 게양대를 아예 설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문구점,라운지잡화점 등이 동네에서 사라지면서 태극기를 판매하는 판매처를 찾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 됐다.
정부는 태극기 게양률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지난달 24일 행정안전부는 정책설명회를 통해 내년부터 달력에 '태극기 다는 날'을 표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국기 꽂이가 없는 집은 창문에 '붙이는 태극기'등 다양한 형태의 국기를 달도록 권고하고 있다.시민들이 주변에서 쉽게 태극기를 살 수 있도록 편의점 판매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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