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유행하면서 폐렴백신 전쟁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지난 5월 성인폐렴구균백신 우선 권고 대상으로 15가 폐렴사슬알균 단백결합백신(MSD '박스뉴반스'(PCV15))이 선정,화이자가 성인폐렴백신 절대 강자 자리를 뺏기게 된 상황에서 우선 권고 대상이 다시 화이자 백신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헬스조선 취재를 종합해 보면,대한감염학회는 폐렴사슬알균 단백결합백신(PCV) 접종대상자에게 15가 폐렴사슬알균 단백결합백신(박스뉴반스)을 13가 단백결합백신(화이자 '프리베나13'(PCV13))보다 우선으로 권고한 지 두 달여 만에 새 개정안 준비에 들어갔다.새 개정안은 화이자가 프리베나13 업그레이드 버전인 '프리베나 20' 국내 도입 확정에 따른 선제적 움직이란 점에서 관심이 집중된다.
때아닌 폐렴 유행으로 폐렴 백신에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폐렴구균 백신 시장의 승기는 누가 잡게 될까?
"박스뉴반스 맞아라" 달라진 권고,일단 승기 잡은 MSD
현재 성인폐렴구균 백신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건 MSD의 박스뉴반스다.대한감염학회는 박스뉴반스를 프리베나13보다 더 우월한 백신으로 판단했고,그에 따라 박스뉴반스 접종을 우선 권고한다는 결론을 내 화이자 프리베나13이 점령한 성인폐렴구균 백신 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다.
실제로 화이자의 프리베나13은 국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었으나,지난 4월 박스뉴반스가 국내 출시된 이후 점유율이 급변하고 있다.권고 개정 이후,박스뉴반스는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관련 업계에 따르면,박스뉴반스는 지난 4월 '빅5'라 불리는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의 약사위원회(Drug Committee)를 통과해 환자들에게 우선으로 사용되고 있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송준영 교수는 "확실한 근거를 바탕으로 개정안이 마련됐기에 폐렴구균 백신 접종이 필요한 성인 환자에겐 박스뉴반스를 우선으로 접종하고 있다"고 했다.송 교수는 "학회가 성인에게 프리베나13보다 박스뉴반스를 우선 권고한 과학적 근거는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는 "박스뉴반스는 프리베나13과 동일한 13개의 혈청형에 대해서는 비열등성을,혈청형 3,
스포츠브라22F,
스포츠브라33F에선 우월한 면역원성을 보였다"며 "특히 '혈청형3'이 소아에선 드물지만 성인 폐렴에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박스뉴반스는 혈청형 3번에 대해 PCV13 대비 우월한 면역원성을 입증해 성인에선 예방효과에 큰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또한 송 교수는 "박스뉴반스+폐렴구균 23가 다당백신(PPSV23) 조합은 프리베나13+PPSV23 순차접종과 유사하거나 우월한 면역원성을 보였다"고 전했다.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폐렴구균 23가 다당백신을 무료로 접종하고 있어,13가 백신 선택 시 PPSV23 백신과의 조합은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한양대병원 감염내과 김진남 교수도 "비교적 최근 성인폐렴구균백신 개정안이 마련됐기에,개정안에 따라 박스뉴반스를 우선 권고하는 사례가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그는 "특히 박스뉴반스는 '혈청형3'에 대한 면역원성이 우월하다"며 "혈청형3은 성인 폐렴의 주요 원인이자 중증도가 높아 질병부담이 큰 원인이기에 환자들에게 박스뉴반스를 먼저 권고한다"고 말했다.
'프리베나20' 허가 임박,굳히기 들어가는 화이자
성인 폐렴구균시장의 절대 강자 자리를 위협받자 화이자는 다음 패를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화이자는 연내에 프리베나13을 업그레이드한 '프리베나20' 국내 도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업계에 따르면,프리베나20 국내 허가는 오는 7~8월로 예상된다.프리베나20이 3분기 중 국내 허가를 받고,국내에 출시되면 박스뉴반스의 시장 뒤집기는 어려워진다.박스뉴반스가 빠르게 세를 넓혀가고 있다지만 여전히 환자 접근성이 높은 일차의료기관에선 프리베나13이 건재한데다,프리베나20을 기다리는 게 더 낫다는 의견도 상당해서다.
구민내과 하상철 원장(대한내과의사회 의무 부회장)은 "박스뉴반스에 추가된 22F,33F 혈청형은 해외에선 비중이 높지만 국내에서 유행하는 주요 균주는 아니다"며 "게다가 더 예방범위가 더 넓은 프리베나 20이 곧 국내 허가를 앞두고 있기에 고위험군이 아닌 이상 박스뉴반스를 접종하라고 권고하진 않는다"고 밝혔다.그는 "비용과 효과 측면을 모두 고려할 때 15가 백신(박스뉴반스)을 접종 후 추가로 20가 백신(프리베나20)을 맞으라고 권고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하상철 원장은 "13가 백신보다 15가 백신이 더 좋은 건 확실하기에 15개 백신을 우선 권고할 수 있다"며 "그러나 20가 백신 출시가 확정,선택지가 넓어질 상황이기에 무작정 박스뉴반스를 접종하라고 권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중앙대병원 감염내과 정진원 교수는 "백신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예방범위가 더 넓은 백신,즉 20가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고 밝혔다.그는 "13가 백신에 포함되지 않았던 비 백신균주에 의한 폐렴감염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인데,증가세인 균주까지 포함한 넓은 범위의 새로운 백신이 나온다니 그를 추천하는 것이다"고 말했다.정 교수는 "다만 프리베나 20은 아무리 빨라도 내년 초에 국내에 출시될 가능성이 크다"며 "가장 좋은 백신은 '지금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 승자 결정할 개정안,연내 확정… '한국 최적안' 고심 깊어
화이자와 MSD가 성인폐렴구균 백신 접전은 이르면 9월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대한감염학회는 성인폐렴구균 백신 새 개정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성인폐렴구균 백신 새 개정안에 참여 중인 송준영 교수는 "새 성인폐렴구균 백신 개정안은 이르면 9월 말,늦어도 연말까지는 완성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그는 특정 백신이 '가장 좋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송준영 교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폐렴구균백신은 20가 백신만 접종해도 된다는 의견과 13가나 15가 백신을 접종한 후 23가 백신을 접종하는 게 더 낫다는 의견이 모두 공존한다"며 "미국과 유럽도 가이드라인이 다르다"고 했다.
이어 송 교수는 "한국에 가장 최적화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며 "여러 상황을 고려해 결론을 낼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