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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억 원 납품·배송 계약 맺고 선투자…실제 매출은 3억 원
납품 계약 종료되면서 기업들 투자금 회수 사실상 불가능정부가 전국적으로 도입하겠다고 공언했던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으면서,정부를 믿고 거액을 투자한 기업들이 수십억 원대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 발주 물량을 맞추려고 미리 시설투자를 마쳤는데,갑작스럽게 사업이 대폭 축소되자 그 피해를 기업들이 떠안게 된 겁니다.
오늘(26일) 한국조폐공사와 인쇄 업계 등에 따르면,프라이부르크일회용컵 보증금제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이 64억 원의 투자 손실을 떠안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커피숍 등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할 때 보증금 300원을 더 냈다가 컵을 반납하면 되돌려주는 방식입니다.보증금 반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바코드 라벨'(스티커)을 붙이도록 했습니다.
정부는 당초 매년 80억 원 상당의 바코드 라벨 20억 장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프라이부르크인쇄 업체 2곳·물류 업체 1곳과 납품 및 배송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실제 주문 및 배송한 라벨은 6,400여만 장(3.2%),3억 원에 불과했습니다.
전국에 도입하기로 했다가 갑자기 세종시와 제주도에만 시행하기로 전면 축소하면서 발주량이 대폭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기업들이 이미 20억 장·80억 원대 물량을 맞추기 위해 투자를 마친 상태라는 겁니다.
사업 수행기관으로 지목된 한국조폐공사는 광주에 있는 A 업체와 14억 장(약 60억 원),충남 천안의 B 업체로부터 나머지 6억 장(약 20억 원)의 바코드 라벨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전체 인쇄 물량의 70%를 따낸 A 업체는 40억 원을 미리 투자해 인쇄기와 검수·리딩기 등 장비 10여 대를 구입하고,인력도 10여 명 충원했습니다.B 업체도 장비와 인력을 확보하는데 23억 원을 투자했다고 밝혔습니다.
하루에 일정 물량을 공급하지 못하면 페널티를 무는 '지체보상 약정'이 계약 조건이었기 때문에,프라이부르크생산량을 맞추려면 다른 거래처 계약을 끊어야 했습니다.
물류 업체는 4억 8천만 원을 받고 연간 택배 20여만 건을 전국에 배송하기로 했습니다.
3개 업체가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사업에 미리 투입한 투자금은 64억 원에 이릅니다.그러나 이들 기업이 지난해 바코드 라벨을 제작·배송한 실적은 3억 원이 채 되지 않습니다.
이마저도 지난해 말 계약이 종료되면서 투자금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인쇄업체 한 관계자는 "납품 계약조건을 맞추기 위해 우리는 다른 일을 모두 중단하고 여기에 집중했다"며 "초기에 수율이 나오지 않아서 직원들이 야간작업하며 물량을 맞췄는데,지금은 매달 1천만 원이 넘는 은행 이자 갚는 것도 버겁다"고 말했습니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환경부가 전국 확대 도입을 미루고 지자체 자율에 맡기도록 하면서,시행 1년 만에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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