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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한투·신한·미래가 시장 선점
벌써 1조원 모은 운용사도 있는데
수수료·분배금 지급일 차별화 통할까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업계 1위인 삼성자산운용이 한국판 SCHD(슈드) 전쟁에 뒤늦게 참전했다.슈드란 미국 자산운용사 찰스 슈왑이 운용하는 배당성장주 ETF다.우리나라 자산운용사가 출시한 K-슈드는 배당을 꾸준히 늘리는 미국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문제는 이미 2021년부터 여러 운용사가 한국판 슈드를 출시했고,스페인 이비자 클럽구성 종목이 비슷해 차별화가 힘들다는 점이다.이런 여건에서 삼성자산운용이 남들과 비슷한 상품을 한참 늦게 선보인 것이다.삼성은 낮은 수수료,타 운용사와 다른 분배금 지급일 등을 차별점으로 제시했다.시장에서는 이런 전략이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15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삼성자산운용은 2411억원 규모로‘Kodex 미국배당다우존스(미배당)’를 상장했다.한국판 슈드인 이 상품은 다우존스 US 디비던드 100 지수를 추종하고 배당을 10년 동안 지속한 미국 주식 가운데 5년 동안의 배당성장률·배당수익률 등을 기준으로 구성 종목을 선별한다.이렇게 담긴 종목이 방산기업 록히드마틴(4.6%),제약사 애브비(4.46%),자산운용사 블랙록(4.21%),스페인 이비자 클럽코카콜라(4.17%),대형 소비재 기업 홈디포(4.1%) 등이다.
자산운용업계는 삼성자산운용의 상품 출시 시점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ETF 시장은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타사 상품이 잘 나가면 비슷한 ETF를 재빠르게 출시해 편승하는 경우가 많다.그런데 삼성자산운용은 다른 운용사들이 미국배당다우존스로 한 차례 격전을 벌이고 나서 1년가량 흐른 시점에 유사 상품을 선보였다.삼성자산운용 측은 출시 이유에 대해 “월배당 상품 라인업을 확충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 상품 분야에서 승기를 쥔 곳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다.ETF 2위 사업자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작년 6월‘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를 상장했다.그전까지 미국 배당 상품은 한국투자신탁운용과 신한자산운용이 주도했는데,미래에셋자산운용이 등장하면서 사업자 간 경쟁에 불이 붙었다.
미래에셋은 이 상품 수수료를 기존 0.03%에서 0.01%로 낮추는 전략을 택했다.결과적으로 1조1907억원이나 끌어모으며 승기를 잡았다.한국투자신탁운용과 신한자산운용도 수수료를 0.01%까지 인하했지만,미래만큼 자금을 끌어모으진 못했다.한국투자의 미국 배당 순자산총액은 3767억원,신한은 5963억원이다.
미국 배당 상품을 내놓은 자산운용사 4곳의 수익률은 크게 다르지 않다.ETF에 담은 종목이 대동소이해서다.이는 ETF의 구조 때문이다.ETF는 하나의 지수를 기초지수로 삼아 이 지수의 등락을 그대로 추종해야 한다.미국 배당처럼 모두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라면 구성 종목이 유사할 수밖에 없다.
실제 4개사 미국 배당 ETF의 구성 종목을 보면 비중 상위 10개 종목은 모두 같다.특정 종목 비중도 비슷하다.예컨대 록히드마틴을 삼성자산운용은 4.6% 담았고,미래에셋자산운용은 4.56%,한국투자신탁운용은 4.65%,신한자산운용은 4.57%를 보유했다.최근 한 달 수익률은 미래에셋자산운용 1.12%,한국투자신탁운용 1.06%,신한자산운용 1.13%로 비슷하다.
운용 전략으로는 수익률을 차별화할 수 없다 보니 후발주자인 삼성자산운용은 타사보다 수수료를 낮췄다.다른 세 회사의 미국 배당 수수료는 0.01%인데,삼성자산운용은 이보다 0.001%포인트 낮은 0.0099%를 제시했다.
분배금이 나오는 시기에서도 차별화를 뒀다.타사 미국 배당은 월초 투자자에게 분배금을 나눠준다.삼성자산운용은 이 시기를 매월 15일로 정했다.다른 월초 배당 상품과 함께 투자할 경우 한 달에 2번 배당받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15일이 공휴일이라면 그 직전 영업일에 분배금을 준다.상장 첫 달인 이달은 지급기준일이 상장 전이라 분배금이 없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수익률로 운용 실력을 보여줄 수 없는 상품이라 (삼성자산운용이) 수수료와 분배금 지급일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며 “한참 늦게 등장하긴 했어도 ETF 1위 사업자이기에 다른 운용사들도 주목하는 분위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