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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알았으면 허가 안 했을 것"
일부다처제가 허용된 모국에서 두 명의 아내를 둔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중혼(重婚) 사실을 숨기고 혼인귀화(한국인을 배우자로 둔 외국인의 한국 국적 취득)를 했다면,이를 뒤늦게 안 정부가 귀화를 취소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 고은설)는 파키스탄 출신 A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귀화허가 취소처분을 취소하라"고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재판부는 "원고의 귀화허가 판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허가 취소사유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A씨는 2001년 파키스탄에서 한국 국적의 아내와 혼인신고를 한 후,섹걸2년 뒤인 2003년엔 파키스탄인 배우자와 또 결혼해 4명의 자녀를 얻었다.한국은 헌법과 민법으로 중혼을 엄격히 금하고 있지만,이슬람권 국가인 파키스탄은 일부다처제를 허용한다.
'두 집 살림'을 하던 A씨는 2010년 한국에 간이귀화 허가를 신청했다.국적법에 따르면 '한국인 배우자와 혼인한 상태로 한국에 2년 이상 계속 주소가 있는 외국인'은 완화된 조건으로 귀화가 가능하다.'두 번째 처'의 존재를 몰랐던 법무부는 2012년 귀화를 허가했다.
그렇게 한국인이 된 A씨는 2016년 두 아내와 차례로 이혼하고,섹걸이듬해 한국에서 파키스탄인 아내와 혼인신고를 하면서 중혼했던 사실이 드러났다.이에 법무부는 지난해 "신분관계 증명서류를 위조∙변조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A씨의 귀화 허가를 취소했다.
A씨는 이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걸고,"귀화신청 당시 위조나 변조한 서류를 제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귀화 시점엔 한국인 배우자와 10년 이상 결혼 생활을 유지한 상태였으므로 국적을 얻기 위해 위장 결혼한 것으로 볼 수 없고,귀화허가가 취소된 때는 중혼이 이미 정리됐다고도 주장했다.
법원은 이런 주장을 모두 물리쳤다.재판부는 "한국이 일부일처제 국가인 걸 알았을 텐데도 귀화 신청 당시 굳이 부친 기준의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한 것을 보면 본국 배우자와 자녀 존재를 숨기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사실을 정부가 알았다면 귀화를 허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례원칙(과잉금지 원칙)에 반하는 과한 처분'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중혼 금지는 대한민국의 주요한 법질서이고,법무부는 귀화 신청인이 이를 존중할 자인지 여부를 살펴 허가를 취소할 재량권이 있다"며 "한국 국적을 상실하더라도 A씨는 외국인 지위에서 국내에 체류할 수 있다"고 짚었다.국적을 취소하더라도 아예 국내에 살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가혹한 처분으로 볼 수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