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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모두와 좋은 관계 유지하며
이익 얻은‘대나무 외교’펼치지만
脫탄소에 대한 과도한 의욕으로
전력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지연
베트남 중북부 하띤 고압송전탑 설치 작업 모습./AFP 최근 9개월 사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시진핑 중국 주석,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두 베트남을 방문했다.국제사회에서 베트남의 위상이 부쩍 높아졌다는 걸 보여준다.베트남은 중국에 집중된 공급망을 변화시키는‘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전략의 핵심 대상 국가로 꼽힌다.베트남 정부는 주요국과 모두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대나무 외교전략’을 효과적으로 구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베트남은 저렴한 인건비에 기초한 단순조립 산업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첨단 제조업 분야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특히 미국은 베트남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며 베트남의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이런 방식으로 미국은 전자 및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을 대체하는 파트너 역할을 베트남에 부여하고 있다.
장밋빛으로 보이는 베트남의 미래지만,현실은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가 있다.경제 산업적 측면에서 베트남의 미래를 위협하는 요인 중 하나는 전력 부족이다.충분한 전력이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베트남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제조업 고부가가치화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작년 6월 베트남은 대규모 정전 사태로 큰 곤욕을 치렀다.제조업이 집중되어 있는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정전이 장기간 이어진 탓에 많은 기업들이 설비 손상 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었다.당시 정전 사태는 평상시 강수량의 20% 수준에 불과한 극심한 가뭄으로 전체 전력 생산의 30%를 차지하는 수력 발전량이 평상시의 4분의 1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었다.또한 석탄화력발전소의 25%가 설비 고장 및 석탄 부족으로 제대로 가동되지 못한 탓도 있었다.올해도 정전 사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한 베트남은 총리까지 나서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있다.하지만 기업들은 공급 확대가 아닌 강압적인 절전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그래픽=김성규 2022년 베트남 경제는 8% 성장했다.이런 급속한 산업화는 에너지 사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총 에너지 소비량은 2010년에서 2020년 사이에 두 배로 증가했다.전력 수요도 매년 10% 이상씩 계속 늘어나고 있다.이와 같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베트남은 석탄화력발전을 확대했다.2010년 전력 공급에서 25%를 차지하던 석탄화력발전의 비율은 2020년 52%로 증가했다.
하지만 베트남의 전력 공급 확대는 최근 몇 년 사이에 혼선을 빚고 있다.2021~2030년 사이 전력 수급 계획을 담은 제8차 국가전력개발 기본계획의 초안이 2021년 2월 발표되었지만,최종적으로 확정된 것은 올해 4월이 되어서였다.3년에 걸쳐 6차례에 걸쳐 계획이 수정되면서 전력 인프라 투자가 지연된 것이다.
이와 같은 혼선은 베트남 정부의 탈탄소에 대한 과도한 의욕이 빚어낸 결과였다.2021년 영국에서 개최된 UN기후변화협약 제26차 당사국 총회에서 베트남은 2050년까지 전체 발전 용량을 최대 9배 늘리면서 석탄화력을 폐지하고 재생에너지가 전력 생산의 40%를 담당하도록 함으로써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2050년이라는 탄소중립 달성 시점은 주변국가인 인도(2070년),태국(2065년),중국·인도네시아(2060년)과 비교해보면 매우 공격적인 목표 설정이었다.하지만 사전에 충분히 조율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약이 발표되면서 이를 둘러싼 혼선이 발생했다.결국 투자 지연으로 이어졌다.
베트남은 전력 공급을 늘리기 위해 모두 1347억달러(약 187조원)를 투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2030년까지 16기의 신규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를 건립하고,남북을 종단하는 송전선로를 새로 건설하는 사업 등이 핵심이다.문제는 투자 전액을 민간투자로 충당하려 한다는 데 있다.발전소에 대한 민간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친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줘야 한다.그러나 베트남의 산업용 전력 요금은 필리핀,태국,말레이시아 등 주변 국가에 비해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저렴한 전력 요금은 전기를 끌어다 쓰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좋지만 적극적인 투자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그래픽=김성규 베트남의 제8차 국가전력개발 계획의 핵심은 대규모 재생에너지 확보였다.베트남 기후는 태양광에 유리한 것으로 여겨진다.하지만 우기가 있는 데다,
fc 바르셀로나 대 레알 소시에다드 라인업태양광 발전소 건립에 필요한 대규모 평지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불리한 점이 있다.
이에 반해 해상풍력발전을 하기에는 유리한 여건이다.남북으로 긴 국토를 가지고 있고,얕은 연안지역이 다수 분포하고 있기 때문이다.베트남 정부도 해외기업 참여를 통한 풍력발전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하지만 풍력발전을 뒷받침할 제도가 미비할 뿐만 아니라 불투명한 의사결정 과정으로 인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최근 반부패 운동의 과정에서 불법적으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허가해준 정부 측 관계자들이 징계에 처해지면서 분위기는 더욱 얼어붙고 있다.
여러 가지 혼선과 어려움 속에서도 베트남 에너지 시장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그래서 여러 해외 기업들이 발전 분야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대표적으로 일본의 도쿄가스와 규슈전력은 공동으로 LNG 발전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2029년 가동이라는 빠듯한 시한을 맞추기 위해 LNG 인수기지를 해상에 부유식으로 만드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지상에 LNG 인수기지를 세우려면 대규모 부지와 긴 공사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베트남 정부는 일본 이외에 중국 기업에 대해서도 배터리 전력저장설비(ESS),
fc 바르셀로나 대 레알 소시에다드 라인업수소·암모니아 등 미래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요청하고 있다.
베트남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생산 거점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중요한 지역이다.전략적 관점에서 정부를 비롯한 공공 금융기관 등이 나서 베트남 전력 부문 투자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2023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한·베트남 관계의 구체적인 결과물을 보여줌으로써 양측의 우호적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픽=김성규 베트남 원전 건설 둘러싸고 한국·미국·러시아 경쟁 치열
전력수요가 폭증하는 베트남 입장에서 원자력 발전은 탄소 배출 없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베트남은 에너지 안보를 위해 1996년부터 원자력 발전소 건립을 추진했다.2009년 베트남 정부는 약 11조원을 투자해 5년 이내에 원전 건설을 시작하고,2030년까지 10기의 원전을 건설해 전체 에너지 수요의 10%를 공급하는 방안을 국회에 보고했다.호찌민시 동북쪽의 닝투언성이 원전 건설 예정지로 낙점됐다.
이에 따라 1·2호기는 러시아가,3·4호기는 일본이 건설할 예정이었다.우리나라의 경우 2012년에 5·6호기 건설 우선 협상권을 따냈다.그렇게 7년간 이뤄지던 원전 건설 준비가 2016년 국회 결정으로 중단됐다.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영향이 있었고,전력수요가 증가가 예상보다 낮다는 예측이 나왔기 때문이다.또한 원전 건설을 위한 대규모 차입을 계속하면 공공채무 상한선을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도 작용했다.
한동안 중단된 베트남의 원전 건설은 최근 논의가 재개됐다.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고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국회 안팎에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베트남 원전 건설을 둘러싸고 국가 간 경쟁이 다시 본격화되는 분위기다.지난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베트남 공산당 기관지 칼럼을 통해 베트남의 원자력 기술 및 산업 지원 방침을 밝혔다.또한 러시아 원전 기업 로사톰은 베트남에 원자력과학기술센터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고,원전 건설 재개 방안도 베트남 측과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우리나라의 한국수력원자력도 지난 22일 베트남원자력연구원과 원전 및 SMR(소형모듈원자로) 분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미국 역시 2013년 베트남과 원자력 협정을 체결한 후 꾸준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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