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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의 길을 따르고 싶은가‘박정희 우상화를 멈춰라’
19일 오후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앞에서 경북시국행동·열린사회를 위한 안동시민연대가 이같이 쓰인 손팻말을 들고 섰다.
이들은 “지난해 1000억원짜리‘박정희 숭모관’을 만든다고 하더니 경북도의 심장이자 상징인 도청 앞에 박정희를 추앙하는 동상을 만들겠다고 한다”며 “친일 만주군 장교,민주인사 탄압,2018 러시아 월드컵 축구유신독재 등 박정희의 잘못은 명백하다.동상 건립을 중단하라”고 외쳤다.
이날 경북도청에서는 박정희대통령동상건립추진위원회(박동추)의‘국민성금 모금 운동 출범식’이 열렸다.박동추는 지난 3월28일 이철우 경북지사와 만나 도청 앞에 높이 10m 규모의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우기로 합의했다고 지난 17일 밝혔다.이날 열리는 출범식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통해서다.
김위한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 직무대행은 “박동추가 보도자료를 보내기 전에 도청 공무원도 이 사실(동상 관련)을 모르고 있었다”며 “도민 의견은 물론 도의회도 패싱했다.경주 보문단지에 설치한 동상도 마찬가지다.지사 본인 주관대로 처리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지난 11일 경북도의회에서 2029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 중인 대구경북신공항을‘박정희공항’으로 명칭을 변경하자는 제안에 대해 “박정희 대통령(기념사업)에 대해서는 저보다 더 열심히 하는 사람은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이 경주 보문단지를)직접 설계한 장면과 (1979년)4월에 방문한 것을 동상으로 다 만들어서 보문단지에 조용하게 세워 놨다.돈 50억 들었다.누가 그것을 할 수 있겠나”고 말했다.
이 지사가‘조용하게’세워놨다는 동상은 경주 보문단지 안 관광역사공원에 설치된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 등 동상 8개와 조형물이다.동상 등은 경북문화관광공사가 50억원을 들여 공원 재조성 사업을 하면서 지난해 12월 설치됐다.동상 제작비로만 5억원을 썼는데 의견수렴 과정은 없었다.경주 시민들로 구성된 시민단체는 “기만,꼼수 행정”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국장은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인물의 동상을 세우면서 논의과정을 거치지 않고 조용하게,아무도 모르게 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게 도지사가 할 말인가”라며 “대구·경북이 퇴행에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만·트루먼 전 대통령의 동상도 지난해 6월16일 새벽 경기 파주에서 칠곡 다부동 전적기념관에 기습 설치됐다.2017년 제작된 두 동상은 서울 전쟁기념관과 주한미군마저도 영내 설치를 거부하면서 갈 곳을 잃었으나,이 지사의 허락으로 7년 만에 호국영령이 잠든 곳에 세워졌다.
이 과정에서 경북도는 여론조사 결과 찬반이 팽팽히 나뉜다며 두 동상 설치를 철회한 칠곡군으로부터 지난해 1월 전적기념관을 국가 현충 시설로 승격시킨다며 운영 권한을 넘겨받았다.이후 5개월 만에 두 동상을 기념관에 들이자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가 보수정당의 정치적 장소로 전락했다는 우려도 나왔다.
경북 곳곳에 박 전 대통령 동상과 기념관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동상 건립을 추진한다는 비판이 공직 내부에서도 나온다.경북에는 구미 박정희 생가 앞,2018 러시아 월드컵 축구청도 새마을운동 발상지 광장,경주 보문관광단지 등 3곳에 박 전 대통령 동상이 있다.특히 구미에는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만 12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다.
도청 공무원 A씨(50)는 “도청 신도시는 진보 성향의 주민들이 많은 도시”라며 “눈치 보며 말을 못 하고 있을 뿐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안동과 예천 사이에 들어선 도청 신도시 주민 대부분이 사는 예천 호명면의 경우 지난 지방선거에서 이 지사가 당시 임미애 민주당 후보에게 62표 차이로 뒤졌다.
반면 또다른 경북도 관계자는 “민주화에 기여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기리기 위한 동상이 전남도청에도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이 산업화에 기여한 부분도 선양해야 한다는 박동추의 주장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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