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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의 모습.중앙포토

‘형제의 승리’로 끝나는 듯했던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됐다.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창업주 장·차남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모녀 측과 공동 경영에 나서기로 하면서다.신 회장은 “장남의 개인 회사 문제 등이 한미약품의 정상화를 방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오너가(家)는 후방으로 물러나고 전문 경영인이 나설 때”라고 설명했다.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 지주사)의 개인 최대주주(기존 12.53%)인 신 회장은 3일 한미약품그룹의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 6.5%(444만4187주)를 매입하고 3자가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경영권 분쟁의‘캐스팅 보터’였던 신 회장이 경영에 직접 참여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신 회장 모녀(15.86%)와 신 회장(19.03%),마작 치퐁깡그리고 이들의 우호 지분 합은 48.19%다.장남 임종윤·차남 임종훈 사장의 지분은 각각 10.14%,마작 치퐁깡10.8%다.

한미약품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사진 한양정밀

신 회장은 한미약품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의 고향 후배로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주현 부회장의 이사회 진입을 저지하고 종윤·종훈 사장의 이사회 입성을 도왔다.

그는 이날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형제가 창업주의 연구개발(R&D) 정신을 이어 한미약품을 정상화하길 기대했지만 불투명한 경영 계획 등으로 기업가치가 오히려 훼손됐다”며 “특히 장남 임종윤 사장에 대한 우려와 불신이 커져 전문 경영인 체제를 서두르게 됐다”고 말했다.

임종윤 사장은 코스닥 상장사인 디엑스앤브이엑스(DXVX)와 홍콩 코리그룹의 실소유주다.업계에서는 임 사장의 상속세 마련을 위해 한미약품그룹이 디엑스앤브이엑스를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 됐다.

임종윤(왼쪽)·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지난 3월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 임종윤 사장

신 회장은 “창업주의 뜻을 받들어 한미약품을 투명하게 경영하기 위해서는 전문가가 경영에 나서야 한다.회사의 굵직한 결정에 대해서는 나도 목소리를 낼 계획”이라며 “제약업계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검증된 인사를 전문경영인으로 내정했다”고 밝혔다.그러면서 “임주현 부회장은 현재 직무를 계속 이어가겠지만,그간 일선에 나섰던 송영숙 회장은 경영에서 조금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며 “형제의 역할에 대해서는 향후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송영숙 회장 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세종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주식 매매계약으로 송영숙·임주현 모녀가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한미약품 일가에 부과된 상속세는 총 5400억원으로,마작 치퐁깡이들에게는 미납한 2700억원의 상속세가 남았다.현재 송 회장은 약 1000억원,임주현 부회장은 약 500억원의 상속세를 미납했다.임종윤·종훈 형제도 약 1000억원의 상속세를 더 납부해야 한다.한미약품의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 오버행(잠재적 매물) 이슈는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가 27일 경기 화성 라비돌 호텔에서 열린 한미약품 제14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 한미약품

앞서 모녀 측은 OCI그룹과의 통합으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려 했지만 주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해 무산됐고,마작 치퐁깡이후 한미약품그룹의 해외 사모펀드 매각 가능성이 퍼지며 한미사이언스의 주가가 30% 이상 하락하기도 했다.

이날 신 회장은 “지속가능한 한미약품그룹의 발전과 주주가치 제고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내정된 전문 경영인과 회사의 사업 계획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임직원과 주주들과 단합해 글로벌 진출의 목표를 이루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