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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이슈 그 後
'착한 가격' 입소문 난 성심당
대다수 빵집 헉소리 나는 가격
한국 빵값 세계적으로 비싼 편
'빵플레이션' 원인 복합적…
유통구조 복잡 원재료 가격 상승
재고 부담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흰우유 가격 오르면 빵값 또 오르나# 최근 수년간 한국에서 인기를 끈 소금빵의 원조는 일본 베이커리 전문점 '팡메종'이다.일본 팡메종에서 판매하는 소금빵 가격은 110엔(약 958원).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한국 베이커리 전문점들의 소금빵 가격은 3000~4000원을 호가한다.엔저란 점을 감안해도 가격차가 너무 크다.
# 일본만이 아니다.전세계 국가들과 비교해도 한국의 빵값은 '빵빵함'을 넘어선다.한국 빵값은 왜 이렇게 비싼 걸까.더스쿠프가 2023년 12월 출고한 '곡물값 떨어졌는데 빵값은 왜 계속 빵빵할까' 기사의 후속을 준비했다.이슈 그 後,비싼 빵값의 민낯 편이다.
대전을 기반으로 한 로컬 빵집 '성심당'이 또 한번 화제의 중심에 섰다.지난해 초 무게 2.3㎏짜리 '딸기시루' 케이크가 "혜자롭다"는 평가를 받은 데 이어 이번엔 팥빙수가 이슈를 끌었다.국산팥으로 만든 '전설의 팥빙수'를 6000원에 판매했는데,저렴한 가격과 높은 퀄리티로 입소문을 탔다.
사실 성심당은 1988년 이후 매년 여름 팥빙수를 판매해 왔다.수십년간 저렴한 가격도 유지해 왔다.화제를 모은 전설의 팥빙수 역시 지난 10년 동안 가격을 단 1000원(2014년 5000원→2024년 6000원) 올렸다.로컬 빵집 성심당이 소비자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 이유다.
그만큼 '빵플레이션(빵+인플레이션)'이 심각하기도 하다.서울 시내 베이커리 전문점에선 '크루아상' 한개 가격이 5000~6000원에 달한다.케이크 한조각이 1만원을 훌쩍 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를 보여주듯 빵 가격 상승률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고 있다.올해 1분기 빵 물가지수는 130.11로 총 소비자물가지수(113.52) 대비 16.49포인트 높았다.
한국의 빵 가격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비싼 수준이다.국가·도시 통계비교 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한국의 빵값은 전세계에서 다섯번째(2024년 6월 기준)로 비쌌다.한국에서 식빵 500g을 사는 데 드는 비용은 2.92달러(약 4058원)로,스위스(3.65달러),놀자 토토미국(3.56달러),덴마크(3.12달러),노르웨이(3.10)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이렇게 비싼 빵값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는 2018년 "Where a Loaf of Bread Costs an Arm and a Leg(빵 한덩어리 먹으려면 팔 다리를 팔아야 하는 도시)"로 서울을 꼽았다.주요 도시의 빵 가격을 조사한 결과,서울이 1㎏당 15.59달러(2만1666원)로 가장 비싼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고물가로 유명한 스위스 제네바(2위 6.45달러),노르웨이 오슬로(4위 5.52달러),놀자 토토싱가포르(10위 3.71달러)를 앞질렀다.당시 스태티스타는 "전체적인 물가는 싱가포르가 가장 비쌌지만 빵값은 되레 저렴했다"면서 "서울은 그 어느 도시보다 빵값이 비싸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한국의 빵값은 왜 비싼 걸까.제빵업체나 베이커리 전문점들은 "원재료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랐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틀린 말은 아니다.최근 수년간 팬데믹·전쟁·이상기후 등이 겹치면서 원재료 가격이 껑충 뛰어올랐다.
문제는 원재료 가격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데도 국내 소매가격은 요지부동이란 점이다.일례로 국제 밀 선물가격은 2022년 1월 10일 7.4달러(이하 1부셸당)에서 2022년 5월 9일 11.7달러로 58.1% 치솟았다가 현재(이하 6월 24일) 5.6달러로 떨어졌다.2021~2022년 18~19달러대에 머물던 설탕 선물가격 역시 지난해 10월 30일 27.7달러까지 올랐지만 현재 19.4달러로 하락했다.
그런데 내수시장에서 판매하는 밀가루와 설탕 가격은 여전히 비싸다.올해 1분기 밀가루 물가지수는 135.60으로 전년 동기(137.27) 대비 1.2% 하락하는 데 그쳤다.설탕 물가지수는 146.65로 1년 새(2023년 1분기 122.12) 20.0%나 올랐다.한번 오른 가공식품 가격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고질병'이 빵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거다.
베이커리 전문점을 운영하는 A씨는 "버터·코코아 등 고가의 수입 원재료들도 수입상-도매상-소매상 등 유통과정을 거치다 보니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면서 "여기에 더해 우유 가격도 인상을 앞두고 있어 원재료 가격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례로 낙농업계와 유업계는 매년 협상을 통해 원유原乳 기본가격을 정하고 있다.올해에도 6월 11일부터 협상을 시작해 8월에 가격을 조정할 예정이다.원유 기본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건 당연히 생산비다.
지난해엔 원유 생산비 상승을 반영해 두차례(1월· 10월)에 걸쳐 기본가격을 인상했다.1L당 999원(2022년 10월)이던 원유 기본가격은 1084원(2023년 10월)으로 8.5% 올랐다.
하지만 우유 소매가격은 원유 기본가격 상승폭을 훨씬 웃돌았다.2022년 107.47이던 우유 물가지수는 현재(2024년 5월) 123.55로 14.9%나 올랐다.밀가루·설탕처럼 우유도 유통과정에서 가격이 오르면서 빵값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거다.
이뿐만이 아니다.제빵업은 특성상 치킨전문점·커피전문점 등 다른 업종 대비 인건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다.통계청에 따르면 5인 이상 직원을 고용하는 베이커리 전문점(제과점업)의 비중은 전체의 20.9%(이하 2022년 기준)로,놀자 토토커피전문점 16.6%,치킨전문점 5.3% 대비 많았다.
상권분석 전문가인 김영갑 박사(전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원재료 가격만큼 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게 인건비"라면서 "전문인력을 필요로 하는 제빵업은 많은 인력을 고용해야 하기 때문에 그 부담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한국 자영업의 구조적 문제도 작용하고 있다.시장은 좁은데 뛰어드는 이들이 워낙 많아서 출혈경쟁이 빈번하게 벌어진다.베이커리 전문점 수는 2021년 2만6074개에서 2022년 2만8070개로 1년 새 1366개 증가했다.
골목 하나에도 베이커리 전문점이 여러 개다 보니 판매하지 못한 제품을 재고 부담으로 떠안는 경우가 많다.가뜩이나 빵은 '당일생산 당일판매'해야 하는 품목이어서 재고 부담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김영갑 박사는 이렇게 지적했다."빵은 품목마다 원재료가 다르고 마진율이 제각각이다 보니 수익성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자영업자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해 재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면 결국 로스비용까지 제품에 반영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비싸도 너무 비싸다"는 비판이 나올 만큼 빵값이 오르는 덴 소비자의 문제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빵 등 디저트엔 비용을 아끼지 않는 소비자가 많아서인지 업체들이 가격을 손쉽게 끌어올린다는 거다.
여기엔 2018년을 기점으로 확산한 '소확행'이란 소비 트렌드도 한몫했다.소확행을 앞세워 고급호텔 등이 10만원을 호가하는 케이크와 빙수를 출시하면서 빵값에 프리미엄이 붙었다는 거다.
유통 컨설팅 전문업체 김앤커머스의 김영호 대표는 "빵을 비롯한 디저트는 소비자의 가격 저항이 덜한 편"이라면서 "결국 세계에서 가장 빵값 비싼 나라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선 소비자든 창업자든 '대체재'를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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