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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사건,재판부 주식 산정 오류로 판결 뒤집혀
법조판‘팻 핑거’되나…대법원,판단 주목

최태원 회장이 17일 SK서린빌딩에서 노소영 아트나비센터 관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관련 입장을 얘기하고 있다.연합뉴스
최태원 회장이 17일 SK서린빌딩에서 노소영 아트나비센터 관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관련 입장을 얘기하고 있다.연합뉴스

SK그룹 최태원 회장 이혼 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최 회장 측 주장대로 오류를 인정하고 판결문을 수정하면서 재계 주변에서는 과거 삼성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경영권 불법 승계’사건이 재소환되는 기류가 읽힌다.

당시 재판부가 삼성SDS 주식 가치 계산 방식에 오류를 범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이 선대회장 배임 액수가 늘고 혐의도 바뀐 것처럼 최 회장의 이혼 소송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2008년 7월 이 선대회장‘경영권 불법 승계’사건 1심 재판부는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적정가액을 주당 9740원으로 계산해 배임액수를 최대 44억 원으로 계산했다.

재판부는 삼성SDS 경영진이 제3자 배정방식으로 BW를 저가 발행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고 이 선대회장 등이 이에 공모했다고 판단했지만,독일 볼프스부르크이로 인한 손해액이 50억원에 미치지 못해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며 면소 판결했다.

이후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하지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삼성SDS BW의 적정가격을 놓고 계속 논란이 불거졌다.

이런 가운데 대법원은 삼성SDS BW 가격을 재산정하라고 사건을 돌려보냈고,서울고법은 삼성SDS BW 적정가격을 주당 1만 4230원으로 보고 배임액을 227억 원으로 수정했다.주가를 약 1.5배로 재산정하며 배임액이 5배로 늘어난 것이다.

배임액이 50억 원을 넘으면서 업무상 배임이 아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가 적용됐고,독일 볼프스부르크공소시효가 10년으로 늘어나면서 유죄가 인정됐다.판결이 완전히 뒤집힌 셈이다.

재계에서 이 사건을 빌어 최태원 회장의 이혼 상고심에서도 2심과 다른 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 회장 측이 거론한‘치명적인 오류’는 현재 SK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의 모태가 된 대한텔레콤(현 SK C&C) 주당 가치를 1000원이 아닌 100원으로 잘못 계산한 부분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종현 선대회장 시절 SK C&C 주가가 액면분할 반영시 8원에서 100원으로 12.5배가 됐고,최태원 회장 시절 100원에서 3만 5650원으로 355배가 됐다고 봤다.

하지만 두 차례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1998년 5월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은 주당 100원이 아니라 1000원이라는 것이 최 회장 측의 설명이다.이 오류를 정정하면 SK C&C는 최 선대회장 시절 12.5배가 아닌 125배 성장한 것이 된다.최 회장은 기여도도 35.5배가 된다.

재판부도 이날 최 회장 측의 기자회견 이후 1998년 대한텔레콤의 주식 가액을 주당 100원이 아닌 1000원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판결문을 수정했다.최 회장의 기여분도 종전 355배에서 35.6배로 수정했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이번 재판부의 오류가 법조판‘팻 핑거’(fat finger)라는 얘기도 나온다.

팻 핑거는 증시에서 거래 담당자들이 자판보다 굵은(fat) 손가락으로 버튼을 누르다 거래량이나 가격 등을 잘못 입력하는 실수를 의미한다.2013년 한맥투자증권 파산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계산 오류를 고치면서도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1조 3800억 원대의 재산을 분할하라는 주문은 그대로 유지했다.

이에 최 회장 측은 “잘못된 계산에 근거한 판결의 실질적 내용을 새로 판단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재판부의 단순 경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법적 절차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의 오류와 이에 따른 판결문 수정이 향후 대법원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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