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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초점 맞춘 한국과 달리 미국은 공간이 프라이버시 기준
한국은 초상권 침해 엄격…언론사 처벌 판례도 “사회적 논의 필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지난해 3월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관훈클럽 주최로 열린 관훈포럼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연합뉴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지난해 3월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관훈클럽 주최로 열린 관훈포럼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연합뉴스
최근 온라인에서 화제를 몰고 있는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과 인터넷방송인 과즙세연(본명 인세연)의 LA 동행 동영상·사진.미국에선 아무 문제 없이 동영상 등이 게시되지만,한국에선 하이브가 관련 게시글에 임시조치 신청을 하는 등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공개된 장소에서 촬영된 동영상·사진에 대해 미국은 초상권·사생활을 인정하지 않지만,한국은 초상권·사생활의 개념을 엄격하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의 서로 다른 초상권·사생활 침해 기준

방시혁 의장과 과즙세연은 지난 8일 미국 길거리를 촬영하는 해외 유튜버 영상에 등장했다.불특정 다수를 촬영한 영상에 흐림처리(모자이크)를 하는 것이 일상화된 한국과 달리 이 유튜버는 별도 조치 없이 영상을 제작했고,방시혁 의장과 과즙세연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이 유튜버 영상 조회수는 보통 수천 회 수준이지만,방시혁 의장과 과즙세연이 나온 영상 조회수는 96만 회를 넘었다.

한국에선 일반인 영상을 동의 없이 촬영해 온라인에 올리는 일을 상상하기 어렵다.초상권,사생활 침해에 대해 엄격하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우선 법원은 초상권을 헌법적 권리로 보고 있으며,도토리묵 만들기공개된 장소에서 촬영된 사진이 당사자 동의 없이 보도·공표될 경우 초상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판례도 있다.과거 디스패치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배우자와 상견례·데이트하는 장면을 촬영해 기사화했는데,대법원은 2013년 디스패치가 정 부회장과 배우자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초상권을 침해했다고 봤다.공개된 장소라고 할 수 있는 법정 모습도 당사자 동의 없이 공개하면 초상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판례도 있다.

온라인에서 방시혁 의장 사진이 사라지는 일도 벌어졌다.한 누리꾼이 커뮤니티에서 방시혁 의장과 과즙세연 일행을 촬영해 공개했는데,하이브 측이 "방시혁 의장에 대한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임시 조치를 신청한 것이다.임시조치는 콘텐츠 규제 수단으로,당사자 문제 제기가 있으면 '권리침해'로 간주해 인터넷 게시글이 최소 30일간 차단된다.사생활 침해가 인정될 경우 관련 게시글을 올린 누리꾼이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은 정반대다.공개된 장소에서 촬영된 영상·사진 때문에 사생활·초상권이 침해됐다고 보는 경우는 없다.이는 프라이버시를 규정하는 기준이 한국과 다르기 때문이다.사람에 초점을 맞춘 한국과 달리,미국은 공간을 주요 기준으로 한다.사적 공간에서 사생활을 침해한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만,공적 공간에선 문제가 되지 않는다.플레인 뷰(plain view)라는 면책사유 때문이다.이 기준에 따르면 공개된 장소에서 촬영된 사진이 공표되는 것을 문제 삼긴 힘들다.이번 방시혁 의장·과즙세연 영상 역시 LA 도심에서 촬영된 것이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미국에서 파파라치가 기승을 부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파파라치가 촬영 과정에서 난폭운전 등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 이상,도토리묵 만들기유명인을 촬영하고 이를 판매해도 문제 삼기 힘들다.파파라치 사진을 촬영하고 이를 언론사에 판매하는 회사(스플래쉬 뉴스)도 등장하는 등 산업화가 이뤄졌다.2014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유명인 자녀를 촬영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한 법률안이 발효됐지만,이는 사생활이 아닌 '아동보호' 측면이 강조된 것이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무조건적 초상권 보호가 정답일까…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 문제"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법학박사)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사적인 모습이 아닌 공개적인 모습이 촬영됐을 때도 초상권·인격권 침해로 보는 경우가 있다면서 "미국처럼 표현의 자유를 무한정 넓게 보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한국처럼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 역시 문제로 볼 수 있다"고 했다.심 교수는 초상권 침해 범위가 넓어져서 방송사가 길거리·공원 등에서 사람이 등장하는 배경 화면을 촬영하는 것 자체도 힘들어진 측면이 있다면서 "길거리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초상권'이라는 이름으로 보호해 줘야 하는 것인지,사회적으로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겨레·조선일보 기자 출신인 이승훈 평판경제신문 대표는 "한국에선 명예훼손죄가 있기 때문에 프라이버시 문제를 명예훼손으로 보는 측면이 있다.이 때문에 표현의 자유가 제약되는 부분도 있다"며 "결국 상황에 맞는 유연함이 필요하다.공적 관심사를 다루는 주제라면 표현의 자유를 넓게 보장해 주고,그게 아니라면 (초상권 침해 등을) 좁게 보는 탄력적 적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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