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 월드컵 가장 빠른 골
내년 경기 부진 전망 자금 확보 분주
삼성중공업,R&D센터 4000억 매각
석유화학·철강업계,월드컵 가장 빠른 골핵심시설 처분
“대내외 불확실성 증가… 한계 상황”
기업들이‘추운 겨울’로 예상되는 내년에 버틸 자금을 만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사옥이나 공장뿐 아니라 알짜 계열사를 팔기도 하고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구채 발행 카드를 택한 회사도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판교 연구·개발(R&D)센터를 오는 30일 4000억원에 팔기로 했다.매수자는 이지스자산운용이 설립한 펀드 이지스롱웨일1호다.삼성중공업은 이 자금을 암모니아선,액화천연가스(LNG)선 등 친환경 선박 관련 기술력을 강화하고 조선소를 무인화·자동화하는 데 쓸 예정이다.KG스틸은 지난달 충남 당진에 있는 토지를 대한전선에 팔았다.1100억원에 달하는 매각 대금은 현금 대신 대한전선 전환사채로 받았다.보유 부동산을 판 돈으로 대한전선의 해저케이블 사업에 투자한 셈이다.
석유화학,철강 등 업황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야에서는 핵심 생산시설 처분 현상이 일고 있다.장래가 어두운 저수익 자산을 팔아 악화한 재무 상황을 개선하고 수소,월드컵 가장 빠른 골고부가가치 제품 등 신성장동력에 투자하는 흐름이다.롯데케미칼은 기초화학 사업 비중을 현재 60%에서 2030년 30%로 줄인다는 방침에 따라 말레이시아 공장,중국 기업과의 합작 공장 지분 등을 정리했다.미국 법인 롯데케미칼루이지애나(LCLA) 지분 40%도 약 6600억원을 조달했다.현대제철은 최근 중국 충칭·베이징 법인과 관련 자산을 모두 매각했고,포스코도 중국 스테인리스강 생산법인 장자강포항불수강 매각을 결정했다.
이차전지 분야는 이미 성숙한 여타 산업과 달리 설비 확장을 지속해야 하는 비교적 초기 시장이다.이에 기업들은 투자 재원을 확보하면서도 부채 비율을 줄일 수 있는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의 일종) 발행에 손을 뻗고 있다.신종자본증권은 일반 회사채보다 금리가 높지만 통상 만기가 30년 안팎이기 때문에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처리된다.포스코퓨처엠은 18일 6000억원 규모의 사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이를 통해 192%에 달하는 포스코퓨처엠의 부채비율은 150%대로 낮아지게 된다.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조달한 6000억원 중 3000억원은 운영 자금으로,3000억원은 해외 증설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에코프로비엠도 지난 10월 336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두 회사 모두 창사 이래 첫 신종자본증권 발행이다.
현금 확보를 위해 계열사를 통째로 넘기기도 한다.SK렌터카 등 비주력 계열사를 파는 방식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온 SK그룹은 알짜 자회사 SK스페셜티의 연내 매각까지 추진 중이다.SK스페셜티는 반도체 제조용 특수가스 세계 1위 기업으로 지난해 매출 6817억원,영업이익 1471억원을 찍었다.재계 관계자는 “사업이 잘 되는 계열사까지 파는 건 그룹의 현재뿐 아니라 향후 전망도 밝지 않기 때문”이라며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와 내수 부진으로 기업들이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