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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이야기]-어만두
옛날 밀 못구해 숭어·민어살로 대체 고안
꿩고기·잣·버섯을 간장에 볶아‘소’완성
조선 500년간 왕실·양반가에서 사랑받아
전통음식,K-만두로 재탄생하면 어떨까

경북 영양 두들마을의 재령 이씨 종부 조귀분씨가 재현한‘음식디미방’의 어만두.주영하 제공
경북 영양 두들마을의 재령 이씨 종부 조귀분씨가 재현한‘음식디미방’의 어만두.주영하 제공

“고기를 가장 얇게 저며 소를 석이·표고·송이·생치·백자 한데 짓두드려 지렁기름에 볶아 그 고기에 넣어 녹두가루 빚어 잠깐 녹두가루를 묻혀 만두같이 삶아 쓰나니라.”

이 글은 340여년 전에 집필된 장계향(張桂香,1598~1680년)의‘음식디미방’에 나온다.

음식 이름은 어만두(魚饅頭)다.이름에‘어(魚)’자를 쓴 것으로 보아 요리법에 나오는‘고기’는 생선을 뜻한다.생선의 종류는 밝히지 않았지만 그 살을 매우 얇게 저며서 만두의 피(皮)로 삼는다는 말이다.만두피는 보통 밀가루를 반죽해 만드는데 생선살로 피를 만든다니 어만두는 참 생소하다.

만두소에 넣는 고기도 요사이와 달리‘생치(生雉),곧 꿩고기다.조선시대 사람들은 야생에서 잡을 수 있는 꿩을 식재료로 즐겨 사용했다‘백자(柏子)’는 잣이다‘지렁기름’은 당시의 간장,마작 사이트곧 지금의‘한식간장’이다.그러니 어만두의 소는 꿩고기와 잣 그리고 버섯 세가지를 함께 다져서 한식간장에 볶아낸 것이다.

오늘날 중국인은 소를 넣지 않고 쪄낸 음식을‘만터우(饅頭)’라고 부른다.고대 만터우에는 소가 들어 있었다.북송 때인 12세기 이후 밀가루 반죽을 발효시키는 기술이 좋아지면서 소가 들어간 만터우와 소가 들어가지 않은 만터우로 분화됐다.사람들은 13세기까지도 이 두가지 모두를 만터우라고 불렀다.만두는 13세기 원나라 간섭기에 중국으로부터 한반도에 알려졌으므로 지금도 한국인은 밀가루로 만든 피에 소를 넣은 음식을 만두라고 부른다.

중국 만두는 칭기즈칸(Chingiz Khan,1162∼1227년)의 몽골제국 때 중국 북방에서 지금의 한반도(만두)와 티베트(모모),러시아(펠메니),마작 사이트우크라이나(바레니끼),마작 사이트폴란드(피에로기),이탈리아(라비올리) 등지로 퍼져 나갔다.비록 이름과 모양에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세계 각국의 만두는 모두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피를 쓴다.그런데 조선의 어만두는 생선살을 피로 사용했다.

세계 각지의 만두 계통 음식 중에서 유사한 사례를 찾을 수 없는 아주 독특한 음식이 바로 어만두다.

장계향은 어만두의 피로 사용한 생선의 종류를 밝히지 않았다.장계향보다 100여년 뒤의 인물로 왕실 의관이었던 유중림(柳重臨,마작 사이트1705∼1771년)은‘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1766년)에서 치어,곧 숭어로 어만두 피를 만든다고 적어뒀다.

물론 민어살도 어만두 피로 쓰기 알맞았다.어만두는 조선 500년 동안 가장 고급 만두였다.왕실과 고관대작 집 잔치에 어만두가 빠지지 않았다.

한반도는 장마와 고온의 여름 날씨 때문에 봄밀 재배가 수월하지 않다.조선시대만 해도 겨울에 파종해 장마가 오기 전 수확하는 겨울밀을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했다.만두피로 가장 알맞은 밀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생선살로 만두피를 삼은 음식이 어만두다.하지만 서민들은 숭어나 민어를 구하기도 어려웠으므로 어만두라는 이름조차 몰랐다.20세기 들어 중국 동북에서,한국전쟁 이후 미국 정부로부터 밀이 들어오자 사람들은 만두피를 밀가루로 만들었다.그러자 어만두를 알았던 일부 사람들마저 사라졌다.

최근 북미에서 한국 식품회사의 냉동만두가 인기를 끌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우리 농수산물로 만든 어만두를 케이(K)-만두로 재생하자고 주장하면,어만두만큼 이상한 말일까?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민속학교수·음식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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