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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 김대식 프로‘눕터뷰’

‘살릴 수 있다’한 마디에 헌혈 시작해
20년간 꾸준히 헌혈…헌혈량 7.2만㎖
주6일 운동으로 건강한 피 제공 노력
병원 치료·해외 여행도 헌혈 맞춰 가
‘30년 베테랑’엔지니어…제자 양성도

“당신의 헌혈이 한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대한적십자사의 헌혈 독려 캠페인 문구 중 하나다.결코 가볍지 않지만 자칫 평범해 보일 수 있는 메시지다.그러나 오직 이 문구 하나에 이끌려 20년간 매달 빠짐없이 헌혈을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면 꽤 성공적인 마케팅일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 김대식 프로가 지난 11일 서울 중구 헌혈의 집 서울역센터에서 헌혈을 하며 눕터뷰(누운 채 인터뷰)를 하고 있다.삼성전자서비스의 기술강사 김대식(53) 프로는 2005년 지하철 수인분당선 야탑역 광장에 이 문구를 접하곤‘내 행동으로 감히 생명을 살릴 수 있다니’라고 생각했다.바로 헌혈의 집으로 들어가 첫 헌혈을 마치고 알 수 없는 벅찬 감정에 든 김 프로는 이후 매달 헌혈의 집을 찾게 됐다.
 
6월14일 세계 헌혈자의 날을 맞아 지난 11일 서울 중구 헌혈의 집 서울역센터에서 김 프로를 만나‘눕터뷰’(누운 채 인터뷰)를 진행했다.김 프로가 179번째 헌혈을 하기 위해 누워 있는 1시간여간 그의 헌혈 여정,노하우 등을 들었다.
 
헌혈은 헌혈자의 연령과 체중에 따라 1회에 320㎖ 또는 400㎖의 피를 뽑는다.김 프로가 이날까지 헌혈한 양은 7만2000㎖.성인 1명의 평균 혈액량이 5000㎖이니 성인 14명의 전체 혈액양보다 많다.
 
삼성전자서비스 김대식 프로가 지난 11일 서울 중구 헌혈의 집 서울역센터 앞에서 그간 헌혈을 하면서 받은 유공장,미국야구 개막전상패 등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김 프로가 헌혈을 시작하게 된 배경엔 캠페인 문구 단 하나 외엔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다.그러나 20년간 끊김 없이 헌혈을 하기 위해 그가 기울이는 노력은 흥미진진했다.
 
김 프로는 일주일 중 6일을 운동길에 오른다.건강한 피를 제공하기 위해서다.월·금요일은 탁구,미국야구 개막전화·수·목요일은 헬스,일요일은 배드민턴을 한다.헌혈을 하는 토요일엔 격한 운동이 제한되므로 오전에 40여분간 러닝머신을 뛴다.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 1만5000보를 걷는다.
 
삼성전자서비스 김대식 프로가 냉장고,세탁기 등 삼성 가전을 수리하고 있다.가족과 함께하는 해외여행도 헌혈 일정에 맞춰서 간다.김 프로는 “해외여행 전엔 꼭 전혈헌혈을 한다”며 “해외를 다녀오면 4주간 헌혈을 못 하는데, 혈액의 모든 성분을 채취하는 전혈헌혈은 한 번 하면 최소 8주를 쉬어야 하니까 해외여행으로 앞으로의 헌혈 일정에 차질이 생길 일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병원 치료도 마찬가지다.다음 헌혈 가능 일자를 계산해 스케일링을 받거나 내시경 검사를 마친다.스케일링 등 출혈이 있는 치과 치료는 3일,내시경 검사는 한 달간 헌혈이 제한돼서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헌혈의 집 서울역센터 전경.출장 때도 헌혈은 멈추지 않는다.서비스 기사 특성상 일주일 내내 지방 출장을 가야 할 때가 빈번하다.이때도 출장지에서 매일같이 운동하고,주말엔 헌혈의 집을 찾는다. 
 
김 프로는 현재 경기도 헌혈자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그는 “더 많은 사람에게 헌혈의 필요성을 알리고 싶어 2019년 협회에 가입했다”며 “헌혈을 상징하는 나눔이 인형 탈을 쓰고 마라톤대회도 나가는 등 헌혈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료들은 김 프로를 ‘평일엔 기계를 살리고,미국야구 개막전주말엔 생명을 살리는 사람’이라고 부른다.1996년 삼성전자서비스 기술강사로 입사해 30년간 삼성전자 가전제품을 살리는 일을 해와서다.서비스 엔지니어들의 ‘선생님’으로서 교육을 진행하고,미국야구 개막전고난도 수리의 경우 직접 현장에 나간다.김 프로는 “전국의 수많은 엔지니어가 저를 선생님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가끔 사내 방송으로 제 헌혈 소식을 접한 제자들이 응원 연락을 해줄 때 가장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는 올해 보건복지부와 함께 ‘헌혈유공자의 집’명패 수여 사업을 시작했다.400회 이상 헌혈을 한 헌혈자에게 수여되는 최고 우대로, 김 프로의 최종 목표기도 하다.매달 두 번씩 헌혈해도 앞으로 10년이 걸린다. 김 프로는 “대가를 바라고 헌혈을 해온 건 아니지만 명패를 받으면 정말 뿌듯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헌혈과 함께 헌혈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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