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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들 무탈하면 그게 행복.갑-을 사이라지만 우리는 '한 지붕 운명공동체'【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나는 작은 건물의 주인이다.12월 초 교회가 우리 집에 세 든 지 1년 됐다며 떡과 음료를 집에 두고 갔다.거기엔 이곳에 교회를 창립한 지 1년을 축하하는 주보도 들어있었다.
이를 보고 목사님께 축하 겸 연락한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사실이 생각났다.그때 바로 축하 문자나 감사전화를 했어야 하는데 못해 미안했다.
매주 일요일 교회는 온종일 바쁘다.교회 벽과 연결된 우리 집 안방은 지붕을 타고 들려오는 찬송과 예배 소리에 그대로 노출된다.교회가 이사 올 때,2024 kbo 올스타 브레이크관계자들은 내게 조용히 예배를 보고 추가 방음벽을 해서라도 폐를 끼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실제 함께 살아보니,2024 kbo 올스타 브레이크일요일마다 시끄러웠다.소음에 속수무책이다.
둘째 아이가 결혼하기 전에는,아들은 자기 방에서 잠을 자기가 어려워서 일부러 약속을 만들어 외출할 정도였다.우리 부부 또한 종일 교회 시간을 피해 운동이나 산보를 하고 있다.
예배소음은 같은 세입자도 불편했던지 교회에 찾아가 항의를 했던 모양이다.나는 어떻게 참아보겠는데 세입자들은 입장이 달랐다.상황이 이러니 세입자끼리 알아서 해결하라고 뒷짐만 질 수 없었다.
결국 집주인인 내가 중재에 나섰다.이견을 조정하고,2024 kbo 올스타 브레이크조금 용서해 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는데 놀랍게도 내 제안을 세입자들이 뜻하지 않게 수용했다.주인도 참는데 자기들도 인내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이를 보고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주인이라고 세입자에게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것은 불문가지.세입자들도 불편한 집에 살고 싶겠는가.마땅히 다른 곳에 갈 데가 없으니 우리 집에 눌러 있는 것이다.
교회목사는 내게 고마워했다.사실 주인의 도움이 필요했다는 것이다.역지사지하면 나라도 주인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쉬울 것이다.어쨌든 세입자들도 부대끼며 살고 있다.
코로나19 시절엔 우리 집에 불이 났다.새벽에 방화범이 골목에 불을 지르고 도망가 불은 2층에 세든 살림집으로 번졌다.긴급히 신고해 소방서에서 불을 진압하고 수습했지만 그 충격은 컸다.
나는 화재로 인한 건물피해보다 세입자들의 안전이 제일 걱정이었다.뭣보다 2층에 세든 식구 모두 살아남은 것에 감사했다.내부에 피해가 있다면 내가 변제하기로 했다.이에 세입자들은 도리어 나를 위로했고 화재는 마무리했다.나중에 범인도 잡혔다.
화재를 기회로 해,모두 집을 비우고 나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후에도 세입자들은 계속 나와 살고 있다.서로 위기를 넘기고 돕고 살면서 이제는 한 운명공동체가 됐다.
나는 임대료를 인근에 비해 조금 내려받고 있다.집이 오래돼 여러 가지 불편이 따르기 때문이다.이걸 감수해야 하는데 내 입장만 내세울 수 없는 것이다.살기에 완벽한 집이라면 높은 임대료를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그렇지 않으면 임차인들이 수긍하는 임대료가 필요한 것이다.
이를 두고 중개소는 내게 자선사업가도 아닌데 약간 불편한 곳이 있더라도 임대료를 올리라고 부추긴다.그러나 싸게 세를 준다는 걸 세입자들이 먼저 안다.집주인이 세상 물정 모른다고 단순히 치부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주변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이삿짐을 싸고 드나드는 집을 보면 임대업자와 세입자 간 사이를 대충 짐작할 수 있다.주고받는 관계 이외 사람 냄새는 전혀 느낄 수가 없는 곳이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법을 앞세워 세입자들과 나는 갑과 을의 사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지금까지 세 들어사는 사람들과 얼굴 붉힌 적도 없다.
몇 년 전 정화조 청소비용을 집주인이 그간 대신 내준다는 사실을 그들이 어쩌다 알게 됐을 때,2024 kbo 올스타 브레이크부끄러웠지만 내심 반갑기도 했다.적어도 집주인이 냉혈한이 아니라는 것에 공감해 준 것이다.
10여 개 방을 가진 고시원을 운영하는 대학 동창과 대화를 하다 세입자들의 천태만상을 전해 들었다.그는 월세 내지 않고 행방불명인 세입자들이 한둘이 아니라며 우리 집 사정을 물었다.
세입자가 세 명 있는데 우리는 그런 경우는 아직 없다고 하니 내게 그 비결을 알려달라고 해 웃은 적이 있다.그에 비하면 나는 월세를 못 받은 경우는 거의 없으니 이찌보면 행운이다.
내가 너무 온정적이라는 의견도 있다.나를 이용해 보려는 어리석은 이웃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내 이익을 조금만 양보하면 마음은 편하다.약 70년 지금껏 살아보니 한 지붕 사는 세입자들이 무탈하면 그게 내 행복이나 다름없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뒤늦게라도 교회목사님께 1주년 창립을 축하하는 문자를 보내드리고,2024 kbo 올스타 브레이크다른 세입자들에게도 새해 행복을 기원하는 안부메시지를 보내야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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