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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무소서 숨진 고 양천종씨
94세 백발 딸 유해함 안고 눈물
제주지사 “유해 발굴·확인 온 힘”

17일 오후 광주형무소에서 숨진 4·3 희생자 양천종씨의 유해가 75년 만에 고향 제주에 귀향했다.이날 아버지를 품에 안고 있던 딸 양두영(왼쪽 앞)씨와 친손자 양성홍(왼쪽 위·78) 4·3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장이
17일 오후 광주형무소에서 숨진 4·3 희생자 양천종씨의 유해가 75년 만에 고향 제주에 귀향했다.이날 아버지를 품에 안고 있던 딸 양두영(왼쪽 앞)씨와 친손자 양성홍(왼쪽 위·78) 4·3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장이 영접 나온 오영훈 도지사 등과 만난 뒤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할아버지,아시안컵 대전이제서야 고향의 품으로 돌아왔수다.편히 영면헙서예.”

영문도 모르고 광주형무소에 끌려가 생을 마감한 4·3 희생자 양천종씨의 유해가 75년 만에 고향 제주의 품으로 돌아왔다.4·3 희생자의 유해가 제주로 봉환된 것은 지난해 북촌리 출신 고 김한홍씨에 이어 두 번째다.

제주 연동리 출신인 고인은 4·3사건 당시 살던 집이 불에 타자 가족들과 함께 노형리 골머리오름으로 피신했다.양씨는 1949년 3월 토벌대의 선무(宣撫·특정 방향으로 민심을 유도하는 행위) 공작으로 하산해 한 달간 수용 생활 후 풀려났다.하지만 같은 해 7월 농사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영문도 모른 채 체포돼 광주형무소에 수감됐다.이후 불과 5개월 뒤인 같은 해 12월 24일 가족들은 형무소로부터 사망 통보를 받았다.가족들은 고문에 의한 사망으로 생각했지만 사망 원인에 대한 기록도,아시안컵 대전유해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2019년 옛 광주교도소 무연분묘에서 신원 미상 유해 261구가 발굴됐고,아시안컵 대전제주도는 유해들의 유전자 정보를 4·3 희생자 유가족 유전자와 대조해 신원을 확인했다.

광주를 떠난 양씨의 유해는 17일 오후 2시쯤 제주공항에 도착했다.백발이 된 딸 양두영(94)씨와 손자 양성홍(78) 4·3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장은 유해를 받아 안고 “이제야 도착했수다”라며 참았던 눈물을 글썽였다.한 줌의 재로 변한 양씨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데 만 75년이 걸렸다.

이날 고인의 귀향길에는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김창범 4·3유족회장,아시안컵 대전김종민 4·3평화재단 이사장 등이 함께했다.양 회장은 “늦게나마 할아버지 유해를 수습할 수 있어 기쁘다”며 “여전히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다른 4·3 희생자들의 유해도 하루빨리 가족 품에 안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봉환식에서 오 지사는 “75년이라는 긴 세월 유가족들의 원통함은 감히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며 “4·3 수형인의 기록이 남아 있는 대전,아시안컵 대전경산 등과 협조해 유해 발굴과 신원 확인에 온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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