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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안 인터뷰 -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학생들 “나와 무관치 않은 역사”
헌법·민주주의 묻고 답하는 계기
역사교육 활성화 예산 5억 확보
기초학력 강화 1호 안건 결재
공동체 회복‘협력 교육’추진
AI교과서,교육자료 여부 주시
고교 무상교육,국고 반영돼야
“12·3 비상계엄 사태를 겪으며 헌법 가치와 민주주의의 소중함,올바른 역사교육의 필요성이 학생들에게 더욱 강조됐다고 생각합니다.학생들이 역사는 나와 상관없는 화석화된 과거가 아닌 일상의 삶에서 언제든 만날 수 있는 것임을 알게 됐을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이어진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사태는 교육계에도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서울시교육감으로 당선되기 전 40여 년간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역사사회학을 가르쳤던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이번 사태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정 교육감은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집무실에서 진행된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과거에서 교훈을 찾고 이에 바탕을 둬 더 나은 현재와 미래를 그려가는 역사교육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감으로서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어떻게 보나.
“학생들이 헌법 가치가 무엇이고 헌법 가치를 어떻게 수호해야 하는지,불법적인 상황이 전개됐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묻고 답하는 기회가 됐을 것이다.동시에 학교 현장에서 이뤄지는 민주주의 교육 또는 역사 교육에서 의미 있는 토론 소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역사교육 강화는 정 교육감의 대표 공약이기도 했다.
“내년 역사교육 활성화 지원사업을 위해 예산 2억 원을 편성했는데 서울시의회에서 오히려 역사교육 중요성에 공감하며 증액해줘 총 5억160만 원의 예산을 확보했다.이 중 역사교육자료센터 예산이 1억5000여만 원인데 역사교육에 사용될 수 있는 다양한 자료에 학생·교사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역사 교사 및 전문가 중심으로‘역사교육 자문단(가칭)’도 구성할 계획이다.자문단이 마련한 수업방식을 내년 3월에는 학교현장에서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역사 탐방과 같은 현장형·체험형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몸으로 느끼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관련 교육 프로그램도 만들 계획이다.”
―역사교육 강화는 필요하지만 자칫 불필요한 역사 논쟁을 불러올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역사 교육은 교사의 이념적 지향과는 무관하게 철저하게 중립적,럭스 토토 사이트객관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더불어 역사는 교사로부터 지식을 일방적으로 주입받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다양한 역사자료를 기반으로 스스로 사고하고,토론을 통해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학생 주도형,토론형 수업이 이뤄지면 여러 우려가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다.”
―탄핵 사태로 각 부처 정책 추진에 제동이 걸리면서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전면 도입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서울시교육청이 개별적으로 AI 교과서 도입을 보류할 만한 법적 권한이 없어 정부와 국회 논의 상황을 지켜 보고 있다.국회에서 AI 교과서의 법적 지위를 두고 교과서냐,교육자료냐 논란이 있지만 교과서로 채택되더라도 어떤 교과서를 채택해 얼마나 활용할지 선택은 학교의 몫이다.이미 지역별,학교별로 디지털 활용 환경이나 의지가 천차만별이어서 다소 혼란이 있을 수 있는 만큼,도입 이후 교사·학생·학부모 등 교육 현장 반응을 세심히 살피겠다.AI 교과서의 교육적 효과성 검증과 관련해 교육청 차원의 정책연구를 할지도 교육정책연구소와 긴밀히 협의해보겠다.”
―AI 교과서 구독료 문제도 교육청 입장에서는 고민거리인데.
“AI 교과서 구독료 문제가 오히려 숨은 시한폭탄 같다.AI 교과서 검정결과가 고시됐지만 구독료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당초 교육부가 한 과목당 3만7000원 수준으로 연간 구독료를 예상한 것으로 알고 있다.발행사와 협상 결과 실제 구독료가 (국회입법조사처가 추정한 수준인) 6만 원 이상이 될 경우 지금보다 관련 예산이 2배가량으로 들게 되는 것 아닌가.특별교부금 등을 활용한 교육부의 추가 예산지원 없이는 교육청에 큰 재정적 부담이 예상되며 교육청의 다른 중요 사업 추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거 진보 교육감 재임 당시 학생 학력이 저하됐다는 비판도 있다.기초학력 문제를 어떻게 다룰 예정인가.
“취임하자마자 기초학력을 갖추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한‘서울학습진단성장센터’설립 계획을 1호 안건으로 결재했다.그만큼 학생 기초학력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다.당초‘서울학습진단치유센터’였는데 학생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이름을 바꿨다.수학·과학 관련 아이들의 역량을 키워주기 위해 내년에는‘수학과학융합교육센터(가칭)’도 권역별 4개소에서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교육지원청에 설치돼 있던 기존 과학교육센터에 수학교육센터의 역할을 추가해 학생들의 미래 시대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고교 무상교육 재원 부담을 둘러싼 논란이 진행 중이다.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됐지만 관련 재원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며칠 전 통과된 내년도 교육부 예산안을 보면 목적예비비 사용항목에 고교 무상교육이 명시돼 있지만 본예산에 포함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고교 무상교육의 정부 부담 기간을 3년 연장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통과되지 않았다.내년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통해 국고 예산에 반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청은 교부금 울타리 안에서 사업을 펼칠 수밖에 없는데 널뛰기가 심하다 보니 내국세에 자동 연동되는 시스템으로 바꾸자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시교육청도 세수 감소 등 영향으로 내년 예산이 올해보다 3579억 원 줄어든 10조8026억 원으로 편성됐다.그때그때 세수에 따라 교육청에서 실제 집행할 수 있는 예산이 크게 차이나 현장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은 분명하다.구체적 방향은 논의해야 하지만 예산을 좀 더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럭스 토토 사이트예측 가능한 예산 집행이 가능하도록 바뀌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조희연 전 교육감 시대 혁신교육과는 달라진 서울교육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지난 10여 년 혁신교육은 공교육의 정상화 과정이었지만 거기에만 머무를 수는 없다.기초학력을 보장하고,미래형 학력을 기르고,교육공동체를 회복하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혁신이라는 말보다 우리 교육 방향을 조금 더 정확하게 짚는 개념이 뭘지 고민한 결과,2025년에는 미래를 여는‘협력 교육’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40년 강단선 역사사회학자…‘과거사 규명’정부기관 활동도
■ 정 교육감은…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40년간 대학 강단에 선 역사사회학자로,특히 한국 사회의 과거사 연구에 매진해왔다.교육감 후보 시절부터‘역사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해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학교 밖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펼쳐 정부기관에 몸담은 경력도 있다.
정 교육감은 1957년 전북 익산시에서 태어나 서울대 사회학과에 입학해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조희연 전 교육감과는 서울대 사회학과 1년 후배로,청년 시절부터 인연을 맺기 시작해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육감은 1985년부터 전남대에서 강단에 서기 시작했다.전남대에서 사회학과 교수로 있던 정 교육감은 2003년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사회학과 부교수로 임용됐고 곧이어 2006년 정교수가 됐다.주로 사회사 및 통일·평화 분야를 연구했는데,이 중에서도 5·18 광주민주화운동 연구에 매진한 것으로 알려졌다.2016년부터 2018년까지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원장을 맡기도 했다.
과거사 진상 규명과 관련한 정부기관 활동에도 참여했다.노무현 정부에서는 2005년부터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이명박 정부 시기인 2009∼2012년에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한국민주주의연구소장을 맡았다.2020년 문재인 정부에서는 제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저서로는‘생활 속의 식민지주의’(2007년)‘한국과 독일의 과거청산과 기억문화’(2022년)‘한국사회와의 대화’(2023년) 등이 있다.
△전북 익산시 △전북 남성중 △전북 전주고 △서울대 사회학과 △서울대 대학원 △전남대 사회학과 교수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원장 △서울대 평의원회 의장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위원 △광주 인권도시제정위원회 공동위원장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한국민주주의연구소장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제주4·3평화재단 이사 △한국냉전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