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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과 명태균‘게이트’의 시작.대통령‘항변’에 거세진 비판
12월 현재 절대 다수의 언론이 '피의자 윤석열'에 집중하고 있다.민주화 이후 첫 비상계엄령으로 내란 사태를 겪은 한국 사회는 8년 만에 또다시 대통령 탄핵 정국을 마주하게 됐다.2016년 박근혜와 2024년 윤석열,두 대통령 모두 측근을 둘러싼 의혹에 지지율이 추락했고,
월드컵 100주년언론의 검증 보도와 수사가 가속화할 무렵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멈췄다.언론이 권력 감시라는 본령에 충실한 시기가 권력의 정점보다는 추락과 맞물린 모순도 기시감을 들게 한다.
동시에 이는 오랜 시간을 들여 뒤틀린 권력의 틈을 찾고 조각을 맞춰온 보도들이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정치권력과의 관계에서 자유롭지 않은 언론이 시민의 외면을 받는다는 교훈도 또 한 번 확인되고 있다.
'국정농단' 단초가 된 보도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2016년 제기된 '박근혜·최순실(현 최서원) 국정농단' 줄기를 타고 이어졌다.우병우 청와대(현 대통령실) 민정 수석 비리가 불거지던 2016년 7~8월 조선일보 계열 종편사인 TV조선이 훗날 최순실씨가 실소유주로 드러난 민간재단 '미르' 'K스포츠'가 수백 억 원을 모금한 데 청와대가 개입했다고 보도한 것이 단초였다.당시 TV조선의 보도는 당시 여당 '친박' 의원이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이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대가성 금품·향응을 받았다고 폭로한 뒤 맥이 끊겼다.
그리고 9월 한겨레가 K스포츠 재단 이사장을 실제로 임명한 이는 박근혜 대통령 측근 '최순실'이라고 명시하며 치고 나갔다.이후 경향신문이 최씨 딸 정유라씨가 마장마술대회에서 삼성 지원으로 구매한 말을 타고 다녔다고 보도한 뒤,정씨에 대한 이화여대 특례입학 의혹이 불거졌다.그러나 정작 조선의 침묵이 이어졌고,김의겸 당시 한겨레 기자가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님께> 제목으로 조선의 후속 보도를 당부하는 이례적인 칼럼을 쓰기도 했다.
▲2024년 9월20일 뉴스토마토 보도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는 본인의 비상계엄 선포가 기폭제로 작용했지만 그에 앞서 '명태균 게이트' 즉,윤 대통령 부부의 총선개입 의혹이 있다.2024년 9월 뉴스토마토가 김건희 여사의 4·10 총선 공천개입 의혹을 처음 보도한 뒤,후속 보도로 명씨의 존재를 드러냈다.지난 대선을 계기로 윤 대통령 부부와 인연을 맺은 명태균씨가 이들과 공천 관련 소통을 하며 '정치 브로커'로 활동했고,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는 돈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이 역시 초반에는 다수 언론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은 사안이다.한겨레,JTBC,MBC 정도가 명씨 관련 공천개입 의혹을 독자 취재한 보도를 내놓기 시작한 수준이었다.그러던 10월 말,윤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명씨와 통화하며 "(여당에 공천을)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라고 말한 녹음파일이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공개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했다.이후 여러 언론에서 명씨 '입'에 의존한 '단독' 보도가 나오면서 그와 김 여사 대화에서 언급된 '오빠'가 김 여사의 친오빠냐,윤 대통령이냐를 둘러싼 해프닝이 불거지기도 했다.
▲ 2016년 10월26일 JTBC 태블릿PC 관련 보도 화면 갈무리 기폭제가 된 '태블릿'과 '비상계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쐐기를 박은 계기로는 JTBC의 '최순실 태블릿 입수'가 결정적이었다.2016년 10월24일 박근혜 대통령은 '개헌' 카드를 꺼내들었고,KBS·MBC가 이를 메인 뉴스에서 받아 '개헌 이슈'를 띄우던 시기였다.같은날 JTBC '뉴스룸'은 최씨의 국정개입 단서들이 저장된 태블릿PC를 입수해 보도했다.박 대통령은 25일 대국민 사과에 나서면서도 '최씨에게 일부 도움을 받았다'며 사안을 축소했다.그리고 이날 TV조선이 최씨가 청와대 행정관들에게 각종 지시를 하며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 의상을 고르는 '의상실 영상'을 공개하면서 끊겼던 맥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같은달 26일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 집회가 도심에서 본격화했고,그 주말 남녀노소를 막론한 시민들이 청와대로 향하는 길목에서 촛불을 들기 시작했다.검찰은 27일 '최순실 게이트'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했다.이후 SBS,연합뉴스 등 언론사 구성원들은 자사 보도를 반성하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11월 최씨가 구속되고 박 대통령이 헌정사상 처음 피의자로 입건된 대통령이 된 가운데,
월드컵 100주년12월9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TV조선 첫 보도 이후 137일 만이었다.
국회의 탄핵 소추안 가결 이후로도 국정농단 관련 중요 보도들이 잇따랐다.JTBC의 문화체육계 블랙리스트 보도,
월드컵 100주년시사인의 최순실 국가사업 주도 정황 보도,
월드컵 100주년한겨레의 '청와대-삼성-우파단체 커넥션'과 관제데모 및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보도 등이다.윤 대통령의 내란 사태,공천 개입 의혹 등에 관해서도 언론의 꾸준한 보도가 필요함을 방증하는 기록들이다.
▲2024년 12월3일 저녁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연합뉴스 윤 대통령의 자폭,엇갈린 언론의 운명?
윤 대통령 공천개입 의혹의 경우 검찰이 명씨 등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한 이래 여러 언론사들의 검찰발 단독 보도가 시작됐다.JTBC는 한동안 잊혀진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관련 단독 보도를 중심으로 특집 뉴스를 꾸리기도 했다.다만 이때까지도 '탄핵'이 정면에 등장하지 않았다.조국혁신당이 11월21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초안을 공개했으나 이는 한 야당의 주장일 뿐이었다.그러다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불거진 내란 사태가 전국민적 분노를 일으켰다.김민석 민주당 의원이 '계엄 준비 의혹'을 제기해 '음모론'이라 비판 받은 지 3달여 만이었다.
박근혜 탄핵 당시엔 몇몇 언론사가 길어올린 단서가 쌓이고 쌓여 탄핵에 이르렀다면,윤석열 대통령은 스스로 폭탄을 터트려 모든 언론이 하루 아침에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국회의 즉각적인 해제요구안 가결로 비상계엄이 해제된 4일 주요 일간지 모두 윤 대통령의 책임을 물었다.4일엔 경향신문,한겨레,
월드컵 100주년광주일보,무등일보 등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중앙일간지와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짓밟힌 역사가 있는 호남 지역 일간지들이 호외를 발간했다.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한 차례 부결을 거쳐 가결된 14일에는 소위 10대 중앙일간지와 주요 지역 신문,경제신문 등도 호외를 냈다.비상계엄 내란사태가 불거진 지 11일 만이었다.
이제는 '내란죄 피의자'이자 탄핵심판 대상이 된 윤 대통령이 얼마나 불법적이고 위헌적인 시도를 했는지 추적하는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다.4일 한국일보·세계일보 등이 비상계엄 선포가 정상적 절차를 거치지 못했을 정황을 지적했다.경향신문과 뉴스타파 등은 계엄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향한 사실을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지난 4일 새벽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리고 5일 JTBC가 국회 진압에 나선 계엄군이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란 지시를 받았다는 단독 인터뷰를 비롯해 윤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 해제안 의결 뒤에도 '지하벙커'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을 만났다고 보도했다.내란사태 이후 사임한 김용현 전 장관은 계엄을 제안한 당사자다.이날 SBS는 부정선거 수사를 위해 계엄군을 선관위에 보냈다는 김 전 장관 인터뷰를 단독 보도했다.경향신문은 계엄군 진압 대상에 MBC 등 언론사가 포함됐다는 증언을,MBC는 지난 4,6월 국방부가 주관한 전시 허위 정보 대응 회의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참여했다는 사실을 첫 보도했다.검경이 내란죄 수사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관련 보도들도 속속 이어지고 있다.
8년 전과 달라진 조선일보와 MBC도 주목된다.조선일보는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첫 신문이 발행된 16일 1면 머리에 는 원로 인터뷰 기사로 배치했다.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던 윤 대통령이 내란 혐의 피의자로서 검찰 출석을 거부한 가운데 발행된 신문이었다.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의 앞선 공천개입 의혹 관련 대국민 담화 때에도 대통령 '사과'에 초점을 둔 사설을 썼다.비상계엄 선포 이후 양상훈 주필이 '계엄 준비 의혹'을 '괴담'이라고 비판한 것을 사과했지만,'단독 경쟁'에서 한 발 빗겨서 있다는 지적이다.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주역으로 나서면서 '보수 정권과 보수 언론 대결' 구도가 이어진 흐름과 대비된다.
▲왼쪽부터 KBS,MBC 사옥.사진=미디어오늘 자료 사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국면에서 '보도 참사'로 비판 받았던 두 공영방송 모습도 상징적이다.MBC는 대통령실이 출입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하고,연일 방심위 표적 심의를 받았다.공천개입 의혹과 내란 사태에 대해선 JTBC와 함께 가장 적극적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반면 KBS는 지난해 윤 대통령 술친구로 알려진 박민 전 사장 취임 이래 '땡윤뉴스' 비판을 면치 못했다.KBS는 윤 대통령이 '사과 없는 사과'를 했다고 평가 받는 공천개입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기자 눈높이를 맞췄다'고 표현했고,내란사태 이후 12일 대통령 담화 검증이 타사 대비 소홀하다고 평가 받았다.박근혜 국정농단 보도를 축소했다고 지목된 박장범 당시 사회2부장은 최근 KBS 사장으로 임명됐다.KBS 내부에선 자사 뉴스가 '내란 동조' 수준이라는 자성까지 나왔다.현 정부에서 사장이 강제로 교체된 KBS와 이를 피한 MBC의 운명이 갈린 셈이다.
인터넷 기반 매체의 역할도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촛불 집회 현장을 지속적으로 생중계했던 오마이TV는 3일 계엄 상황에서 64만 명의 유튜브 최고 동시접속자 수를 기록했다.팟캐스트 기반 '매불쇼'는 4일 최고 동시접속자 103만 명으로 국내 라이브 1위에 올랐다.'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채널 라이브 콘텐츠의 최고 동시접속자는 5일 41만,6일 37만을 기록했다.계엄 당일엔 '뉴스공장' 사옥 주변에도 계엄군이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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