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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전국 211개 수련병원의 전공의 전체 출근율(9일 기준)은 7.9%(1만3756명 중 1090명)로,정부가 이탈 전공의에 대해 행정처분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8일(1095명)보다 5명이 오히려 줄었다.또 레지던트의 '사직률'(실제 사직 처리된 비율)은 0.64%(1만506명 중 67명)로 지난달 5일(9명)보다 58명이 늘었다.정부가 내놓은 '당근'에도 전공의들이 돌아올 채비를 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전공의들이 복지부동하는 사이,정부는 전체 전공의 정원에도 '칼질'을 하려는 분위기다.정부는 각 수련병원에 공문을 보내 '오는 15일까지 전공의 사직·복귀 여부를 확정 짓지 않으면 해당 병원의 내년도 전공의 정원을 줄이겠다'고 공지했다.이에 따라 전체 전공의 정원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데,이에 따라 전공의 실제 인원까지 줄어들면 전문의들의 반발은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전공의를 대신해 당직을 도맡으며 탈진한 상태에 도달해서다.전문의 사이에선 '사직하기도 전에 순직할 판'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실제로 지난 9일 국립암센터 전문의들은 더 이상의 피로를 못 참겠다며 신환(새 환자) 예약을 받지 못하겠다고 선언했다.국립암센터 전문의 비상대책위원회는 "전공의 공백에도 암 환자 진료를 온전히 수행하고자 주 70시간 이상 근무,월 6회 이상 당직을 수행해왔지만 번아웃으로 전문의들의 사직까지 이어져,더는 질 높은 진료를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며 "기존 암 환자의 '안전한 진료'를 유지하기 위해 신환 (진료를) 축소·제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의료개혁의 일환으로 '전문의 중심병원'이다.전공의 공백으로 병원이 경영난을 겪자,전문의 체제로 축을 옮기겠다는 것.실제로 해외 선진국보다 우리나라의 전공의 의존도는 이례적으로 매우 높다는 게 의사들의 한결같은 대답이다.소아청소년과 전문의 A씨는 "하지만 지금 우리 의료현장은 전공의가 이탈해 의도치 않게 전문의 중심병원이 되고 말았다"며 "전문의의 씨앗인 전공의가 없는데,제대로 된 전문의 중심병원을 어떻게 완성할 수 있겠는가"라며 혀를 찼다.
A씨는 "전공의 의존도가 높았던 근본적인 원인은 저수가"라며 "수가를 높이고,소아청소년과처럼 이미 전공의 씨가 마른 기피 과에 한해 '교수 특진료' 제도를 부활시키는 시범사업을 정부가 고심해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하지만 수가 인상만으로는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안착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는 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공의 공백으로 인해 우리나라 병원이 겪는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수가를 높이고,건강보험료를 인상하는 방식은 일부 도움 되겠지만 한계가 있다"며 "의사 인건비를 줄이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 의사의 연평균 총소득은 고용 형태와 일반의,야구선수 토토전문의 등의 기준에 따라 전체 노동자보다 2.1∼6.8배 많았다.전체 노동자 평균 임금 대비 한국 의사의 소득은 봉직 일반의가 2.1배,개원한 일반의가 3배,봉직 전문의가 4.4배 많았다.특히 개원한 전문의의 경우 우리나라 노동자 평균보다 6.8배 높은 수입을 가져갔는데,이 격차는 OECD 국가 중 가장 컸다.정 교수는 "의사 인건비를 줄이면서 병원은 경영혁신을 병행하는 게 전문의 중심병원 체제를 완성하기 위한 선결과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