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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국서 내수 살아날까 2편
소비 걸림돌 지목된 1인가구
국토부 기업형 민간임대안
주거비 부담 더 키우는 한계
미‧영 기업형 임대의 나쁜 사례
美 민간임대 1위 기업 인비테이션홈스
의무수수료 숨기고,대거 불법 퇴거
FTC 합의금 4800만 달러 부과해

영국에서 기업형 임대주택이 늘어나면서 월세도 함께 뛰었다.리사 수낙 전 영국 총리가 런던의 한 임대용 주거단지 건설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사진 | 뉴시스]
영국에서 기업형 임대주택이 늘어나면서 월세도 함께 뛰었다.리사 수낙 전 영국 총리가 런던의 한 임대용 주거단지 건설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사진 | 뉴시스]


# 12·3 비상계엄에 이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한국 경제의 불안정성은 줄었지만,결과가 나올 때까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윤석열 정부에서 10분기 연속 쪼그라든 소매판매가 특히 문제다.한국은행 등은 소비성향이 낮은 1인가구를 걸림돌로 보고 있다. 

# 그런데 국토부는 전세사기에 제한적 대처,기업형 민간임대 추진 등 1인가구 소비를 줄이는 주된 원인인 주거비를 되레 가중하는 방식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우리나라 1인가구의 소비가 줄어든 것이 정말 개인의 문제라면,앞으로의 소비가 줄어드는 것은 누구의 문제일까. 

우리는 '탄핵 정국서 내수 살아날까 1편'에서 1인가구가 왜 내수의 걸림돌 정도로 취급받고 있는지 알아봤다.이들의 낮은 소비성향이 가장 큰 지출 품목인 주거비의 상승 때문이란 점도 확인했다.국토교통부가 전세사기를 개인간 돈거래 수준으로 취급해 특별법의 범위를 제한하면서 월세 체제가 굳어졌고,이 때문에 1인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됐다는 점도 꼬집었다. 

1편에 이어 2편에선 국토부가 추진하는 '기업형 민간임대' 사업이 지난 10여 년간 미국‧영국의 월세 시장을 어떤 식으로 파괴했는지 살펴봤다.그 과정에서 주거비가 상승하면 내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함께 알아봤다. 

■ 내수 걸림돌은 국토부인가=국토부는 전세사기 문제를 개인의 돈거래로 축소하면서 시장 불안을 키웠다.그 반작용으로 월세를 선호하는 이들이 급증했다.월세 등 주거비는 1인가구 소비 감소의 주원인이다.국토부의 그림자는 1인가구의 미래 소비에도 짙게 드리워 있다.1인가구의 소비를 활성화하려면,소득을 높여주든지 소비를 줄여줘야 한다. 

그런데 국토부가 지난 8월 '대기업 집주인'이라며 홍보한 '기업형 장기민간임대'는 월세 상승을 유도하는 정책이다.기업형 민간임대는 최근 미국·영국·호주에서 사회 문제가 된 BTR(Build to Rent)이 그 원형이다.

국토부가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을 발표한 지 얼마 안 돼서 여러 매체가 미국 등 해외 자금이 우리나라의 '얼굴 없는 집주인' 사업을 준비했던 정황을 속속 보도했다.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KKR은 국토부 발표 이전인 지난 3월 "홍콩계 임대주택 기업인 위브리빙과 함께 한국 민간 임대주택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사모펀드 블랙록,영국계 자금 등이 속속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에 뛰어들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이런 기업형 임대주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은 지난 9월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주요 내용은 민간 등록임대사업을 기존 10년에서 6년 단기로 확대하고,그 대상을 비非아파트로 늘리는 것이다. 

[자료 | FTC 2024년 9월 24일 보도자료]
[자료 | FTC 2024년 9월 24일 보도자료]


■ 월세 폭증 위해 불법도 자행=미국 공정거래위원회인 FTC는 지난 9월 24일 "미국 최대 기업형 민간임대 사업체인 인비테이션홈스로부터 최소 4800만 달러의 합의금을 받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FTC의 합의금은 우리나라 공정위의 벌금과 유사한 성격이다. 

FTC는 인비테이션홈스가 ▲임대 광고에서 각종 수수료를 제외한 월세를 표기하고,▲임대인이 거부할 수 없는 수수료를 대거 부과하고,▲허위로 24시간 유지보수 약정을 걸었으며,▲보증금 반환율이 전국 평균의 절반 수준인 39%였고,▲강제 퇴거를 못 하게 한 팬데믹 기간에도 입주자들을 퇴거시키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자세히 기술했다. 

미국에서 기업형 민간임대의 불법성이 폭로된 건 2022년이다.사모펀드 프리티움파트너스가 정체를 숨기고 인비테이션홈스라는 임대주택 기업의 사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했다는 내용이었다.

프리티움은 투자자들에게 연수익률 목표치로 20%를 제시해 10억 달러 이상을 모금했다.FTC가 적발한 대로 인비테이션홈스는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서 온갖 불법을 저질렀다.통계상의 월세는 그대로였을지 몰라도,각종 의무 수수료 부과와 퇴거 남발 등으로 실제 주거비를 몇 배씩 부풀렸다.

■ 주거환경 악화시키는 '얼굴 없는 집주인'=기업형 민간임대의 가장 큰 문제는 월세 폭등이 아니라 '얼굴 없는 집주인' 문제다.미국에서 불법이 적발된 사모펀드는 물론이고 보험사,부동산투자신탁(REITs) 등 펀드가 집주인이 되면 퇴거와 주거비가 폭증했다. 

브랜든 바이스 아메리칸대학 로스쿨 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논문에서 "기업 집주인들이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세입자에게 퇴거 통지서를 보낼 확률은 개인 집주인보다 68% 이상 높다"며 "기업이 미국 임대주택의 3분의 1 이상을 소유한 결과,익명성에 숨어서 세입자들의 주거 환경을 악화시키며 시장에 혼선을 줬다"고 비난했다. 

미국 FTC는 지난 9월 인비테이션홈스를 불법의 온상으로 지적하고,<a href=구글두들 야구높은 합의금을 부과했다.인비테이션홈스의 지난 2017년 뉴욕증시 상장 모습.[사진 | 뉴시스]" style="text-align: center;">
미국 FTC는 지난 9월 인비테이션홈스를 불법의 온상으로 지적하고,높은 합의금을 부과했다.인비테이션홈스의 지난 2017년 뉴욕증시 상장 모습.[사진 | 뉴시스]


영국은 '얼굴 없는 집주인'들 문제로 임대주택 월세가 폭증했다.영국 맨체스터시는 2012~2020년 민간 임대 주택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면서 시장가격보다 저렴한 임대료라는 약속을 걸었다.

하지만 시 정부가 요구한 월세 수준을 지킨 기업형 임대주택은 이 기간 건설된 2만284채 중 극히 소수였다.시장가보다 저렴한 월세를 책정한 기업 임대주택은 이 기간 건설된 전체 주택의 1.1%인 471채에 불과했다.월세가 폭증했다는 얘기다.

맨체스터시의 얼굴 없는 집주인들의 정체는 리츠(39.0%),구글두들 야구상장펀드(24.0%),연금과 보험사(14.0%),투자은행(9.0%)으로 우리나라 국토부의 안案에 등장하는 '기업 집주인'들의 정체와 동일하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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