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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이마트 왕십리접에서 국내산 삼겹살을 100g 당 2540원에서 966원으로 할인 판매하자 구매하려는 고객들이 북적이고 있다.2025.3.2 [김호영 기자]1일 한 마트 할인 코너를 찾은 주부 박 모씨는 “반찬거리를 사러 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고 말했다.그는 “벌이에 비해 물가가 너무 오르기 때문에 이제는 할인 아니면 살 수 없다.할인 때마다 사람들이 너무 몰려 이번에도 장보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국내 한 대형마트는 초저가 할인 행사에 손님이 구름같이 몰리자 안도하면서도 향후 전략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한 관계자는 “확실히 가격을 낮추니까 사람들이 온다”며 “요즘 가격 할인은 금융위기 때보다 더하다”고 전했다.그러면서 “문제는 앞으로다.매번 이런 식으로 가격을 내리면 유지가 안 될 텐데 당장은 이렇게라도 안 하면 생존이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식료품·생필품·의류·건강기능식품(영양제)까지 유통업계에서 전방위적으로 가격 파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대형마트들은‘최저가’를 앞세우며 매달 할인 행사를 쏟아내고 있다.5000원 이하 균일가 제품을 판매하는 다이소는 생활용품에서 화장품·의류를 넘어 최근에는 3000원대 영양제까지 팔기 시작했다.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당장 살기 위해 가격을 후려치지만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모두가 공멸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형마트 3사는 3·1절 연휴를 맞아‘삼겹살’을 놓고 최저가 격전을 벌였다.롯데마트가 삼겹살데이(3월 3일)에 앞서 제일 먼저 수입 삼겹살을 890원(100g)에 팔겠다고 선언했다.창사 이래 최저 가격이라고 했다.그러자 이마트는 한술 더 떠 700원대 삼겹살을 들고나왔다.지난 2월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779원(100g)에 판매한다.홈플러스도 이에 질세라 3·1절 연휴 기간 중 수입 삼겹살을 790원대에 내놨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일 기준 수입산 돼지고기 삼겹살의 전국 평균 소매 가격은 100g당 1449원.국내 업체들의 할인 가격은 사실상‘반값’이다.

국내 유통업계 관계자는 “700원대 삼겹살은 남는 게 없는 수준”이라면서 “이렇게라도 해야 사람들이 오기 때문에 가장 많이 찾는 품목에 대해 대대적인 가격 투자를 단행한 것”이라고 했다.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은 반값 세일에‘완판’으로 화답했다.이마트에 따르면 할인 행사가 진행된 지난달 28일~3월 1일 이틀간 이마트 수입 삽겹살·목심은 완판됐다.매출은 작년 대비 60%가량 올랐다.국산 삼겹살·목심은 이틀간 200t이 팔려나갔다.100만인분 삼겹살이 이틀간 다 판매됐다.

이러다 보니 대형마트들은 손님을 끌어오기 위해 초저가‘킬러 아이템’을 늘리고 있다.롯데마트는 러시아산 대게를 시중 반값인 3940원(100g)에 팔았다.홈플러스는 치킨 한 마리를 3990원에 판매했다.홈플러스측은 “치킨을 사려는 줄이 매장을 감쌀 정도로 사람들이 몰렸다”고 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요즘 할인 경쟁을 보면 15년 전 불붙었던‘10원 전쟁’이 떠오른다”고 했다.10원 전쟁은 경기 침체 속에서 소비를 끌어올리기 위해 마트들이 가격을 10원씩 내리면서 최저가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불황이 깊어지던 2010년 시작돼 경기 침체가 심각할 때마다 유통가는‘극약처방’하듯 최저가 경쟁을 벌였다.

최근에는 그 양상이 더 심각하다고 유통업계는 토로한다.온라인 쇼핑이 확대된 데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까지 겹친 상황에서 최저가 경쟁은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마트 매출은 0.8% 감소하며 백화점·편의점 등 전체 유통채널에서 유일하게 역성장했다.전체 유통채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온라인이 47.3%에서 50.6%로 커진 반면 대형마트는 13.5%에서 11.9%로 줄어들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손님이 매장에 와야 뭐라도 사 가지 않겠냐”면서 “마트가 싸다는 이미지가 각인돼야 재방문·재구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최저가 경쟁은 상시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가격 경쟁 압력은 전 품목으로 번지고 있다.균일가 유통체인 다이소는 약국에서 3만원대에 팔던 영양제를 3000~5000원에 판매하기 시작했다.손님들이 몰려 영양제 재고가 품절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다이소 영양제 좌표 찾기’가 나올 정도다.약국을 중심으로 다이소에 저가 영양제를 납품한 제약사를 보이콧하는 등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불황형 소비가 심화될수록 기존 유통 공식은 의미가 없다”며 “파괴적 가격 혁신을 이뤄낸 기업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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