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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나우뉴스]
美 동부 미술관<3>: 사전트 눈에 비친 친구의 딸들
존 싱어 사전트(1856~1925)는 부유한 친구인 에드워드 달리 보이트의 네 딸을 화폭에 담았다‘아이들의 초상’이라는 제목을 붙였던 이 그림에는 사춘기에 접어든 큰딸 플로렌스와 둘째 제인이 뒤에 서로 다른 방향을 보며 서 있다.앞쪽 왼편에는 셋째 메리 루이자가 서서 정면을 응시하고,묵사발 토토막내 줄리아는 중앙에 앉아 있다.이들에게는 열일곱 살 오빠가 있지만 지적장애가 있어 요양원에 입원 중이다.
막대한 재산으로도 살 수 없던 행복에드워드는 프랑스 파리 시내 부촌에 아파트를 마련했다.보이트 가문이 부자라는 사실은 현관 입구 양편에 놓인 커다란 일본산 도자기로 능히 짐작할 수 있다.19세기 파리의 부유한 가문들은 앞다퉈 도자기 수집에 열을 올렸다.이 정도 크기의 도자기는 부르는 게 값이었다.보스턴 미술관은 이 작품 속 커다란 도자기를 그림과 함께 전시하고 있다.
보이트 가문이 부를 누릴 수 있는 건 아이들의 외할아버지 존 퍼킨스 쿠싱 덕분이다.쿠싱은 자수성가한 사업가로서 중국과 쌀,슬롯 무료 게임 뱅크 카지노 공원모피,아편 등을 거래하며 큰돈을 벌었다.에드워드의 아내 메리 루이자는 쿠싱의 4남 1녀 중 막내였다.쿠싱이 74세에 사망할 때 열여섯 살이었던 메리 루이자는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았다.19세에 에드워드와 결혼해 1871년부터 미국 보스턴,이탈리아 로마,파리를 번갈아 지냈다.
에드워드는 하버드 법대 졸업생이자 화가 지망생이었다.그는 법학 공부보다 미술에 빠져 화가로 전향했다.에드워드는 집안일을 등한시하며 밖으로만 돌았다.상속받은 재산으로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보이트 가에 점점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장애가 있는 아들의 교육을 놓고 부부는 매번 대화가 단절됐다.부부 사이 신뢰는 희미해지고 싸움이 잦아져 집에는 냉기가 돌았다.에드워드는 가부장적으로 변했고 가족들로부터 거리가 생겼다.
집안을 맴도는 우울과 아버지의 폭탄선언1894년 아내 메리 루이자는 시름시름 앓다가 사망했다.1년 뒤 에드워드는 막내딸 줄리아의 친구 플로렌스와 결혼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2년이 지나 57세 에드워드와 21세 플로렌스는 식을 올렸고,아버지가 막내뻘 여성과 결혼하면서 자매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미 그림 속에서도 집안의 냉랭한 분위기가 감지된다.어머니와 불화를 빚고 가부장적으로 변하는 아버지에 대한 반감이 표정에 담겼다.특히 첫째 플로렌스의 표정은 그림자로 가려져 전혀 읽을 수 없다.아버지로부터 적절한 양육을 받지 못하고 정서적 학대를 당한 플로렌스는 이후 사회와 남성에 적대적 감정을 느껴 평생 결혼하지 않았다.네 자매 모두 그랬다.당시 미혼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사회적 모욕을 견뎌야 하는 일이었다.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자매들이 겪는 깊은 우울 증상이었다.첫째는 평생 정신적으로 불안한 증세에 시달렸고,둘째 제인 역시 신경쇠약을 앓았다.당시 의료 수준에서 자매의 우울증 치료는 불가능했다.
보스턴 미술관에선 어머니와 함께애증의 대상이었던 아버지가 1915년 사망했다.근근이 생활을 이어가던 딸들이 하나둘 세상을 등지고 홀로 남은 막내 줄리아는 1963년‘아이들의 초상’과 청화 백자를 보스턴 미술관에 기증했다.수채화가로 활동한 줄리아는 91세던 1969년 사망했다.이제 이 그림과 관련된 이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현재 보스턴 미술관에는 딸들의 초상과 어머니 초상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올 4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사전트와 파리’전시회가 열릴 예정이다.보스턴 미술관은 이 전시에 그림을 대여해주었다.자매들은 늘 함께 있는 엄마에게 따뜻한 인사를 전하고 4개월의 먼 길을 떠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