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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 신작 '보허자: 허공을 걷는 자'
'계유정난' 수양·안평 이야기 새로 풀어내
배삼식·김정·한승석 등 내로라하는 창작진
김준수·이광복 등 출연…내달 13일 개막[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수양대군과 안평대군의 이야기는 이미 정해진 길이 많다.그 길로 가고 싶지 않았다.”

국립창극단 신작‘보허자: 허공을 걷는 자’의 연습 공개 겸 기자간담회가 27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뜰아래연습장에서 열렸다.안평 역 김준수가 작품 속 한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사진=국립극장) 배삼식 작가가 조선 7대 왕 세조 수양대군(수양)과 안평대군(안평)의 이야기를 그린 국립창극단 신작‘보허자: 허공을 걷는 자’(‘보허자’)의 집필 과정을 소개하며 한 말이다.

수양과 안평의 이야기는 1453년 일어난 조선 시대 대표적인 비극‘계유정난’으로 잘 알려져 있다.수양이 왕권을 잡기 위해 일으킨 반정으로 친형인 안평 등 가족까지 죽음으로 몰아넣은 비극 중의 비극이다.

‘보허자’는 수양과 안평의 이야기지만 두 사람의 비극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국립창극단은 화려한 조선 궁중의 모습을 창극으로 보여주기 위해 배 작가에게 수양과 안평의 이야기를 제안했지만,배 작가는‘왕실에서 벌어지는 암투’라는 익숙한 이야기와 다른 길을 택했다.

국립창극단 신작‘보허자: 허공을 걷는 자’의 연습 공개 겸 기자간담회가 27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뜰아래연습장에서 열렸다.안평 역 김준수(왼쪽),수양 역 이광복이 작품 속 한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사진=국립극장) 배 작가는 27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뜰아래연습장에서 가진 연습 공개 겸 기자간담회에서 “두 사람에 대한 자료를 찾다 안평의 꿈을 그린‘몽유도원도’와 만나게 됐다”며 “진흙탕 같은 현실과 몸은 흩어져 흔적도 없지만 어느 젊은 시절의 봄날 안평이 꾼 꿈은 지금까지 남아 있다는 아이러니에서 모든 이야기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완성된‘보허자’는 계유정난 비극이 벌어진 지 27년 뒤인 1480년(성종 11년)을 배경으로 한다.안평의 딸이자 유일한 혈육으로 변방에서 오랜 노비 생활을 하다 고향으로 돌아온 무심(민은경 분),안평을 모시던 화가 안견(유태평양 분),안평이 아꼈던 첩으로 불의의 사고로 몸과 마음을 다친 대어향(김미진 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시작한다.

여기에 안평을 기억한다는 이름 모를 나그네와 그의 어깨에 붙어 있는 혼령이 등장해 이들의 여정을 함께 한다.여정의 목적지는 안평이 젊은 시절에 꾼 꿈을 안견이 그림으로 남긴‘몽유도원도’를 찾아가는 것이다.극이 전개되면서 나그네는 안평(김준수 분),카지노 컴퍼니혼령은 수양(이광복 분)임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국립창극단 신작‘보허자: 허공을 걷는 자’의 연습 공개 겸 기자간담회가 27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뜰아래연습장에서 열렸다.국립창극단 단원들이 작품 속 한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사진=국립극장) 보허자는 원래 조선시대 궁중 음악의 하나다.그러나 배 작가는 궁중 음악이 아닌‘보허자’(步虛子)라는 단어의 뜻‘허공을 걷는 자’를 작품의 제목으로 차용했다.배 작가는 “우리의 존재는 무겁지만 마음은 한없이 가벼워지고 싶은 갈망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멀리 있어서 불가능한,그럼에도 버릴 수 없는 꿈에 대한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을 위해 배 작가를 비롯한 공연계의 내로라하는 창작진이 함께 모였다.특히 연극‘손님들‘이 불안한 집’등으로 주목을 받은 젊은 연출가 김정이 첫 창극 연출에 나서 눈길을 끈다.

김 연출은 “‘보허자’는 비극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이 오랜 세월이 지난 뒤 어떻게 하면 꼬여 있는 관계와 역사를 풀어낼 수 있는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또한 김 연출은 “작품을 준비하는 동안 지난 연말에 있었떤 제주항공 참사를 자주 떠올렸다”며 “비극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슬픔 속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립창극단 신작‘보허자: 허공을 걷는 자’의 연습 공개 겸 기자간담회가 27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뜰아래연습장에서 열렸다.왼쪽부터 수양 역 이광복,배삼식 작가,포커대회 우승 상금김정 연출,유은선 국립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한승석 음악감독,바카라 패턴 분석 베스트 온라인 카지노장서윤 작곡가,안평 역 김준수.(사진=국립극장) 배 작가와 창극‘리어’를 함께 작업한 소리꾼 한승석이 작창과 음악감독을 맡는다.젊은 소리꾼 장서윤이 한승석과 공동 작곡가로 작품에 함께한다.한 음악감독은 “배 작가의 글은 작품 주제도 무겁고 내면의 심리 상태를 담은 관조적인 노랫말이 많다”며 “판소리 고유의 시김새 등 화려한 기법보다 발성과 음정만으로도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허자’는 오는 3월 13일부터 20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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