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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공개 설전을 벌이며 양국 정상회담이 파행으로 끝나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심각한 안보 위협을 느껴온 유럽 당국자들은 공개적 실망감을 드러냈다.2차 대전 이후 미국과 유럽을 연결한 자유 진영의 안보 동맹에 균열이 생겨 유럽이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자 생존을 해야 한다는 자강론(自强論)이 힘을 받고 있다.
가브리엘 아탈 전 프랑스 총리는 “오늘 밤 미국은 자유 세계의 리더라고 말할 자격을 잃었다”고 비판했다.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 시절 총리를 지낸 도미니크 드빌팽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우리는 이제 러시아·중국·미국이라는 세 개의 비(非)자유주의 초강대국을 갖게 됐다”며 “트럼프는 우크라이나를 버리고 있다”고 했다.
유럽 정상들과 젤렌스키는 2일 영국 런던에서 긴급 회의를 하고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미래 안보를 논의했다.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제안해 마련된 자리다.이날 워싱턴포스트는 “유럽 지도자들은 미국 없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할 가능성에 대비해 무기 재고를 점검하고 있다”고 전했다.스타머 총리는 이날 BBC 인터뷰에서 “영국과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와 함께 전쟁을 중단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이를 미국에 제안하겠다”고 밝혔다.유럽이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다.
한편 트럼프가 “러시아가 침략국”이라는 우크라이나의 원칙보다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은 실익이 없다” 등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의 주장에 동의하며 러시아 편을 드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데 대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 기디언 라흐만은 “미국이 러시아에 화해의 제스처를 보냄으로써 중국을 고립시키려 한다는 견해도 있다”면서 “하지만 지금 트럼프가 구축하고 있는 것은 푸틴·시진핑(중국 국가주석) 등‘독재자에게 더 안전한 세상’에 가깝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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