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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평대군 소재로 한 국립창극단 신작…"작업 중 제주항공 참사 떠올라"
창극단 간판 김준수 출연…"허공 걷는 느낌으로 연습 임해"

수양대군과 안평대군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2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국립창극단 신작 '보허자: 허공을 걷는 자' 연습실 공개 및 라운드 인터뷰에서 배우 이광복과 김준수가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2025.2.27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어찌 아무 대답이 없느냐.어서 대답하거라.내 손에 꼭 너의 피를 묻혀야 하겠느냐?"

1453년 계유정난을 앞두고 형 수양대군은 동생 안평대군에게 목숨을 부지하라며 무릎을 꿇고 간곡히 애원한다.형의 절규에 가까운 호소에도 안평대군은 등을 돌린 채 뒤를 돌아보지 않고,이윽고 형이 하사한 사약을 받아 든다.

27년의 세월이 흐른 뒤 사약을 받고도 목숨을 건진 안평은 정체를 숨긴 나그네로,1xbet 계좌이체 사라짐세상을 떠난 수양은 나그네에게만 보이는 혼령이 되어 등장한다.그렇게 다시 만난 두 형제는 안평의 꿈이 담긴 그림 '몽유도원도'를 찾아 길을 떠난다.

국립창극단 '보허자' 김정 연출가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김정 연출가가 2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국립창극단 신작 '보허자: 허공을 걷는 자' 연습실 공개 및 라운드 인터뷰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2025.2.27

김정 연출은 27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린 국립창극단 신작 '보허자(步虛子): 허공을 걷는 자' 연습실 공개 행사에서 "동생을 죽인 형과 형에게 죽은 동생이 동행하는 이야기"라며 "비극으로 마음을 다친 사람들이 오랜 세월이 지나 꼬인 관계를 풀어내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창극 '보허자'는 계유정난으로 권력을 잡고 세조로 즉위한 수양대군과 유배된 뒤 사사(賜死) 당한 안평대군을 둘러싼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한 작품이다.

계유정난이 일어난 뒤를 배경으로 안평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 특징이다.노비로 전락했다 면천되어 돌아온 안평의 딸 무심,'몽유도원도'를 그린 화가 안견이 안평의 흔적과 재회하는 과정이 펼쳐진다.

극본을 맡은 배삼식 작가는 무덤이나 비문 등 안평대군의 죽음을 증명할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는 점에 착안해 안평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

국립창극단 '보허자' 극본 맡은 배삼식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배삼식 극작가가 2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국립창극단 신작 '보허자: 허공을 걷는 자' 연습실 공개 및 라운드 인터뷰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2025.2.27

배 작가는 "수양과 안평을 중심에 두고 정치적 입장을 다루고 싶지는 않았다"며 "딸 무심과 안평의 애첩인 대어향의 이야기처럼 역사적인 개연성에서 출발하되 상상을 펼쳐봤다"고 말했다.

국립창극단 간판 배우 김준수는 나그네로 정체를 숨긴 안평을 연기한다.형 수양에 대한 심정부터 왕가에서 쫓겨나 노비로 살아간 딸을 향한 미안함 등 복잡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역할이라 부담감이 크다고 한다.

김준수는 "대사를 입으로 뱉으면서도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지 고심이 깊다"며 "숙제처럼 많은 것을 담은 작품이어서 연습할 때도 제목처럼 허공을 걷는 느낌이 든다"고 설명했다.

'안평' 역 맡은 김준수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배우 김준수가 2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국립창극단 신작 '보허자: 허공을 걷는 자' 연습실 공개 및 라운드 인터뷰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2025.2.27

동아연극상,파워볼 로또 확률두산연강예술상 등을 받으며 연극 분야에서 역량을 인정받은 김정은 이번이 첫 창극 연출이다.'가족에게 일어난 비극'이란 측면에 집중했다는 그는 작품을 준비하며 지난해 12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떠올렸다고 돌아봤다.

김 연출은 "가족이 다른 가족의 흔적을 찾으러 온다는 것만큼 강렬한 이야기가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며 "노비 생활을 한 딸이 면천되어 잘 사는 게 아니라 다시 아버지의 흔적을 찾고,다 무너진 집터에 다시 돌아오는 상황 자체가 비극"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가족을 일찍 잃은 분들에게 위안이 되는 작업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국립창극단 '보허자' 한승석 음악감독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한승석 음악감독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국립창극단 신작 '보허자: 허공을 걷는 자' 연습실 공개 및 라운드 인터뷰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2025.2.27

작창과 작곡을 맡은 한승석 음악감독은 복잡한 시김새 없이 간결한 창법으로 현대적인 느낌을 살리는 데 주력했다.양금,스마트 계약 뜻생황 등 전통 창극에서 사용하지 않는 악기를 사용한 점도 특징으로 꼽았다.

한 음악감독은 "전통 판소리처럼 부르면 한여름에 두꺼운 겨울 외투를 입은 꼴이 될 것 같았다"며 "복잡한 시김새는 빼고 단순한 음의 흐름으로 가져가되,음계는 전통 판소리에서 가져왔다.요즘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감성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허자: 허공을 걷는 자'는 3월 13∼20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국립창극단 '보허자: 허공을 걷는자' 연습 장면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2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국립창극단 신작 '보허자: 허공을 걷는 자' 연습실 공개 및 라운드 인터뷰에서 출연진들이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2025.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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