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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왁 구눙 물루 국립공원 탐사기
말레이시아 사라왁에 있는 구눙 물루국립공원의 사슴동굴Deer cave.동굴 규모가 굉장히 크다.구눙 물루국립공원에는 이런 동굴이 수없이 많다.길이가 무려 250여 km에 달하는 곳도 있다.이곳은 유네스코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지금껏 말레이시아와 얽힌 일이 없다.일이건 휴가건 그쪽으로 간 일이 없다는 뜻이다.나만 그런 건 아니다.내 주변 사람 대부분이 말레이시아에 대해 잘 모른다.그들이 아는 건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 수도)와 코타키나발루 정도다.나는 심지어 말레이시아와 미얀마를 혼동하는 바람에 이 나라는 좀 '위험한 나라'라고 착각하기도 했다(1948년 발생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미얀마 내전 때문이다).그러니 말레이시아 사라왁주州에 있는 구눙 물루Gunung Mulu국립공원에 간다고 했을 때 나는 어리둥절했고,가족들은 내가 여러 차례 설명해도 대체 어디로 출장을 간다는 것인지 궁금해 했다.모두가 목적지가 정확히 어디냐고 물을 때마다 나는 이렇게 답했다.
"말레이시아 정글 탐험이야!"
사슴 동굴 바깥에 마련된 테라스.오후 5시가 되면 동굴에서 수만 마리의 박쥐 떼가 바깥으로 나오는데,이 테라스에서 감상할 수 있다. 무지막지한 동굴,수만 마리 박쥐의 출근 쇼
사라왁은 어디에 있을까?먼저 말레이시아는 태국의 남쪽에 있다.동 말레이시아와 서 말레이시아로 나뉘고 동 말레이시아는 보르네오섬의 북쪽에 있다.다시,동 말레이시아는 사바주와 사라왁주로 나뉜다.이번에 내가 다녀온 곳은 사라왁주의 구눙 물루국립공원이다.'브루나이'라고 불리는 나라의 국경과 가깝다.코타키나발루에서 비행기로 1시간 거리에 있다.여섯 문장으로 이뤄진 위치 설명을 한 줄로 간단하게 줄이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다.'보르네오섬 북쪽의 정글지대'.
사라왁 구눙 물루국립공원으로 가기 위해 비행기를 두 번 탔다.인천공항에서 에어아시아(말레이시아의 저비용 항공사)를 타고 코타키나발루로 간 다음,코타키나발루에서 마스 윙스MAS Wings라는 작은 경비행기를 타고 물루 공항에 내렸다.서울에서 구눙 물루국립공원까지 가는 데 총 걸린 시간은 7시간 정도 된다(기다리는 시간 제외).일곱 시간 걸려 거기까지 갈 가치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보르네오 가구'에 쓰인 나무가 어떤 종류의 나무인지 궁금하다면,또 무지막지하게 큰 동굴 속에서 트레킹을 하고 싶다거나,박쥐 똥이 환경오염과 얼마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 궁금하다거나,진정한 카르스트 지대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다거나,정글과 한국의 숲이 어떻게 다른지 확인하고 싶다거나,
아카 라이브 룰렛거머리는 얼마나 징그러운 생명체인지 체험해 보고 싶다거나,또 이 지역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면서 살고 있는지,이 지역의 맛있는 음식은 무엇인지,그러니까 말레이시아와 관련된 모든 고정관념을 깨고 싶은 사람에게 저 일곱 시간은 아무 것도 아니며 되레 짧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슴 동굴에서 나온 박쥐 떼.수만 마리가 동굴을 드나든다. 우리는 물루 공항에 내리자마자 '메리어트 물루 리조트'로 갔다.리조트는 공항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다.공항에서 리조트까지 가는 길에 만난 현대적인 건축물은 이 리조트가 유일했고 리조트라고 불리는 시설 또한 이 지역에서 여기가 유일하다.리조트와 리조트로 가는 도로 외에 주변은 모두 나무와 풀로 뒤덮여 있었다.
리조트 시설은 모두 땅 위에 띄워 있었다.그러니까 땅 위로 솟은 높이 5m 정도의 수많은 기둥 위에 숙소와 레스토랑과 수영장이 지어진 형태다.리조트 직원은 집이 기둥 위에 설치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여기 홍수가 자주 발생해요."
홍수가 자주 발생하고 연 평균 기온이 31℃가 넘는 무덥고 습한 환경인 한편 편의시설도 전무한 이곳에 사람이 사는 이유가 뭘까?이 궁금증이 물루국립공원 탐사에 대한 욕망을 부추기기까지 했다.
박쥐 떼를 구경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시간이 되면 일반인은 동굴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리조트 로비에서 3박 4일간 우리와 동행할 말레이시아 전문가 최미나 작가,현지 가이드 헨리,사라왁 관광청의 샤픽을 만났다.최미나 작가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16년째 거주 중이며 개인 사업을 하고 있다.헨리는 물루에서 나고 자란 원주민으로 사라왁 일대에서 오랜 시간 관광 가이드로 일했다.샤픽은 사라왁 관광청 공무원으로 말이 얼마 없었고,우리처럼 견학차 방문한 모양인지 헨리와 가까이 붙어 다녔다.
우리는 리조트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구눙 물루국립공원 입구로 갔다.입구에는 관광객이 많았지만 한국 사람은 우리뿐이었다.헨리가 설명했다.
위태해 보이는 이 다리는 무려 50여 년 됐다.다리는 한 번에 한 사람만 건너도록 제안하고 있다. "매년 1만5,
토토 금융거래정보 제공 사실 통보서 2 차000명 정도가 구눙 물루에 방문해요.그중 절반이 외국인이죠.공원에 입장하려면 지정된 가이드와 꼭 동행해야 합니다.우리는 오늘 사슴동굴Deer Cave과 랑스동굴Lang's Cave(랑스는 사람 이름)을 구경하러 갈 거예요."
주민들이 홍수가 빈번한 이곳에 살고 있는 이유 중 하나를 알게 됐다.지역 주민의 많은 수가 인근 숙박업소에서 일하거나 가이드 일로 먹고 산다.
나는 또 궁금한 걸 물었다.
"지도로 봤을 때 사라왁 전체가 정글인 것 같은데,왜 하필 여기만 국립공원과 세계문화유산(유네스코UNESCO)으로 지정됐나요?"
랑스 동굴 내부.구눙 물루국립공원에서 일반인이 관람할 수 있는 동굴은 총 4개다. 헨리가 대답했다.
"아,그건 가서 보면 알게 될 거예요."
관광객들이 줄줄이 산길을 따라 올라갔다.우리도 그 뒤를 따라갔다.나무 데크가 깔린 평탄한 길이었다.헨리는 중간중간 멈춰 서서 커다란 나무와 작은 뱀을 가리키면서 설명했다.자신이 아는 어떤 사람은 이 근방의 나무들을 잘라다가 파는 사업을 해서 3대가 먹고 살 정도로 부자가 됐다는 이야기도 했다.나무들이 워낙 컸기 때문에 나는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1시간쯤 걸어 올라가자 바위 절벽이 나타났다.절벽은 병풍처럼 우리를 에워쌌다.그 높이가 까마득했다.헨리에게 물었다.
사슴 동굴 내부.관람하기 편하도록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데크를 따라 걷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 "여기서 암벽등반은 안 하나요?"
그가 대답했다.
"얼마 전에 프랑스의 유명한 암벽등반가 아담 온드라가 왔어요.그가 저 벽에 매달렸고 사진가들이 등반하는 그를 촬영했어요."
나는 감탄했다.
우리는 동굴 입구로 향했다.랑스동굴은 한국 단양에 있는 고수동굴과 비슷했다.랑스동굴에서 내려와 사슴동굴로 갔다.내부가 어마어마하게 컸다.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불시착해 헤매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메케한 냄새도 났다.헨리가 박쥐 똥냄새라고 했다.동굴 천장을 올려다보니 새까만 덩어리들이 무리지어 꿈틀댔다.사람을 통제해야 할 게 아니라 가장 먼저 저 박쥐들의 배설물을 잘 처리해야 동굴이 깨끗하게 유지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헨리가 덧붙여 설명했다.
"조금 있다가 오후 5시쯤 되면 저 박쥐들이 단체로 동굴 밖으로 나갈 거예요.먹이를 구하러요.아주 장관이에요.얼른 동굴을 둘러보고 나가죠."
사루 피너클을 보기 위해 정글 지대를 통과하고 있다.정글을 통과하기 전 배를 타고 40여 분 강을 거슬러 올랐다. 동굴 속을 구경하는 일은 '트레킹'에 가까웠다.깊이가 끝도 없었다.관광객이 더 이상 갈 수 없도록 울타리가 설치된 것이 다행스럽다고 느낄 정도였다.1시간여 만에 동굴 밖으로 나오니 관광객 50여 명이 정해진 테라스에 앉아 박쥐 떼가 동굴에서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우리도 극장 상영관에 들어서듯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뒤에서 한 가이드가 외쳤다."
이제 박쥐가 나올 거예요.3,2,1!자,저 위 1시 방향을 보세요!"
그가 가리킨 대로 하늘을 보니 박쥐 무리가 지렁이 모양처럼 꿈틀대면서 날아다녔다.박쥐들은 단체로 날면서 숲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동굴로 들어갔다가를 반복했다.박쥐의 단체 출근 광경은 당연히 신비로웠지만 나는 가이드가 박쥐의 출근 시간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내가 "동굴 속에서 누군가가 억지로 박쥐를 깨운 것이 아니냐"고 묻자 헨리는 "여기서 오랫동안 박쥐를 관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박쥐 출근 쇼가 끝나자 사람들이 하산하기 시작했다.우리는 우렁찬 새소리에 둘러싸인 채 산을 내려갔다.가까운 곳에서 굴삭기가 작업하는 것 같은 소리가 크게 울리기도 했는데,그것은 '크리켓'이라고 하는 벌레의 울음소리라고 했다.정글 속에 어떤 생명체들이 살고 있는 것일까?조금 오싹하기도 했다.
클리어워터 동굴 입구.천장에 달린 종유석의 모양이 이채롭다. 스마트폰 안 터지는 캠프5
다음날에도 동굴 탐험이 계속됐다.클리어 워터동굴Clearwater Cave과 바람동굴Wind Cave을 구경했다.클리어 워터동굴 입구에 동굴 내부를 그려 놓은 안내판이 있었는데,
토토 공식사이트안내판에 따르면 근방에서 발견된 동굴의 총 길이는 230km가 넘는다.이 중 일반인이 들어가서 동굴 탐험을 할 수 있는 트레킹 코스도 있다.그 길이는 8km 정도 된다.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다.
현지에서 '비누앙'이라고 부르는 나무.높이가 상당히 높다.나무뿌리가 넓게 퍼진 건 물을 가두기 위한 용도도 있지만 크게 자란 몸체를 지탱하기 위한 용도이기도 하다. 동굴 구경을 마치고 우리는 '피너클'이라고 부르는 경관을 보기 위해 배를 타고 이동했다.작은 보트를 타고 40분 정도 계곡을 거슬러 오른 다음,배에서 내려 9km쯤 걸어서 정글을 통과해야 했다.이날 종착점은 캠프5라고 하는 산장이었다.캠프1~캠프4는 구눙 물루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트레일 코스 중간에 있다.구눙 물루 정상의 높이는 2,377m쯤 되는데,히말라야나 알프스의 산들에 비해 높은 편은 아닌 이 산의 정상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데 무려 3박4일의 시간이 필요하다.정글을 헤쳐야 하며 수시로 내리는 비 때문에 웬만한 원정 등반보다 힘들다고 가이드 헨리가 설명했다.
정글에는 오후만 되면 비가 내린다.이 때문에 지면이 상당히 미끄럽다.호카의 스피드 고트 신발은 정글 지대를 가기에 적당한 트레킹화다. 캠프5는 인근에 있는 피너클을 구경하기 위한 베이스캠프로 캠프5에서 피너클이 있는 산 중턱까지 거리는 약 6km,왕복 12km쯤 된다.이 코스 또한 매우 어렵고 힘들다고 헨리는 수차례 우리에게 겁을 줬다.
3시간 반 동안 걸어서 정글을 통과하고 캠프5에 도착했다.캠프에 도착하니 비가 쏟아졌다.화장실에 가서 옷을 갈아입는데 옷의 등쪽에 거머리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끔찍한 기분이 들었는데,가렵거나 쓰라린 곳은 없어 그냥 넘어갔다.대피소 내부는 사방이 뚫려 있다는 것 말고는 군 막사 내부와 비슷했다.대피소에서 매트리스와 담요,모기장을 빌린 다음 자리를 세팅했다.헨리가 만들어준 저녁을 먹고 우리는 그 앞에 모였다.헨리의 얼굴 표정이 진지해졌다.그가 말했다.
피너클을 보러 가기 위한 길이 꽤 험난했다.밧줄을 타고 절벽을 타거나 경사도가 상당히 급한 등산로를 기어오르다시피 했다. "내일은 정말 힘든 하루가 될 거예요.지금 비가 와서 미끄럽고 매우 위험해요.마음 단단히 먹어야 합니다.피너클까지 왕복하는 데 16시간이 걸린 적이 있어요."
해발고도 150m지점(캠프5)에서 높이 1,
인기카지노200m 지점까지 한 번에 올라가야 한다는 점이 조금 부담이긴 했다.하지만 그것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하는 수준인지 의심이 들었다.그 의심의 근간에는 헨리가 신고 있는 신발의 영향도 있었다.그는 물루 지역에서 파는 '캄풍 아디다스'라는 운동화를 신고 있었는데,중등산화가 아니라 고무로 된 운동화였다.그는 운동화의 성능을 극찬했다.그럼에도 우리는 헨리가 내미는 '각서'에 군소리 없이 서명을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새벽,밤새 비가 퍼부었다.일어나서 대피소 앞에 나가보니 강물이 엄청나게 불어 있었다.산행보다도 제때 귀국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헨리에게 물었다.
"우리 집에 갈 수 있을까요?"
헨리가 대답했다.
"비는 오늘 중으로 그칠 거예요.산행이 걱정이네요."
클리어워터 동굴 내부.이 동굴 길이는 250여 km에 이른다. 얼마 후 그는 산행이 취소됐다고 알렸다.피너클을 구경하기 위해 대피소에 온 다른 관광객 10여 명도 우리처럼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우리는 오전 내내 대피소 내부에서 서성대며 시간을 보냈다.
오후가 되자 비가 그쳤다.헨리가 분주하게 움직였다.미니 피너클이라도 보러 가자며 일행을 재촉했다.우리는 산행 준비를 마치고 그를 따라 나섰다.바짝 선 등산로는 설악산 오색에서 대청봉까지 이어진 코스를 연상케 했다.기어오르다시피 한 끝에 1시간 걸려 거리 900m 지점에 올라섰다.뾰족한 회색 바위가 공터 한쪽에 솟아 있었다.기대했던 장엄함 풍경과 많이 달라서 우리는 모두 당황했다.주민욱 사진기자는 이 장면을 어떻게 카메라에 담아야 할지 몰라 난처해했다.
무사히 산에서 내려온 우리는 다시 대피소 주변에서 얼쩡댔다.스마트폰이 터지지 않아 무척 지루할 것이라 생각했는데,마치 요세미티계곡에 와 있는 것 같은 주변 풍광 덕분에 심심하지 않았다.
날씨가 안 좋아 기대했던 피너클 광경은 보지 못했다.이날 우리가 본 건 미니 피너클(뒤에 솟은 뾰족한 바위)이다.'900m'는 캠프5와의 거리다. 그 다음날 다행히 비가 그쳤다.불었던 강물은 제자리로 돌아왔다.하루 더 머물까?그럴 순 없었다.정해진 배와 숙소,비행기편 예약을 모두 취소하고 다시 알아봐야 했다.그제야 내가 문명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이틀 동안 꺼둔 스마트폰도 생각났다.수많은 사람이 얽혀 완성된 정교한 문명 시스템은 내가 절대 깰 수 없는 것이었다.내가 여기서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건 정글 속에서 달리기를 하는 것이었다.나는 헨리 몰래 일행에게 속삭였다.
"저 먼저 빨리 가볼게요!"
그리고선 나는 누구보다 빨리 정글에서 도망쳤다.1시간 반 만에 선착장에 도착했다.
월간산 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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