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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적으로 유튜브 쇼츠를 내린다.15초짜리 영상이 끝나기도 전에 다음 콘텐츠가 자동으로 재생된다.도파민에 길들여진 손가락은 더 자극적인 영상을 찾는다.유튜브 알고리즘은 강렬한 섬네일과 제목이 담긴 영상을 화면 위로 끌어올린다.사이버레커(cyber wrecker)는 그 틈을 파고든다.사고가 나면 기다렸다는 듯 달려오는 사설 견인차(레커)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이들은 유명인이 연루된 부정적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재빨리 영상을 만들어 공유한다.검증되지 않은 단편적 정보나 의혹만으로 여론재판이 시작되고,영상 한 편은 누군가를 범죄자 혹은 문제적 인물로 만든다.법보다 빠른 처벌이 끝나면 사이버레커는 슈퍼챗과 조회 수 수익을 챙긴다.이렇게 한 사람의 인생이 무너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이면 충분하다.이 비정한 생태계에서 중요한 건 단 하나다.얼마나 많은 혐오와 분노를 이끌어낼 수 있는가.

사이버레커들은 극단적 방식으로 주목을 끌려 한다.유명인을 다루는 것은 가장 값싸고 쉬운 선택지다.이에 대해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사각지대에 뿌리 내린 사이버레커가 최근 신종 비즈니스 영역으로 싹트고 있다.사이버레커들이 기회 구조를 활용해 이윤을 추구하기에 적절한 대상이 그들의 표적이 된다"고 설명했다.

유튜버‘쯔양’(박정원)을 협박해 돈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 유튜버‘구제역’(이준희)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지난해 7월 26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pho
유튜버‘쯔양’(박정원)을 협박해 돈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 유튜버‘구제역’(이준희)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지난해 7월 26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photo 뉴시스


檢의 "공갈 범행 수익 모델화" 판단 이유는

그러나 '구제역 공갈 사건'에서 사이버레커들은 유명인을 다루는 영상 제작에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갔다.11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 먹방(먹는 방송)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을 협박해 수천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제역'(이준희)은 지난 2월 20일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재판부는 공갈혐의 공범으로 기소된 '주작감별사'(전국진)와 공갈 범행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카라큘라'(이세욱)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크로커다일'(최일환)은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범행을 부인해온 구제역 측은 판결에 앞서 경찰에 쯔양을 무고 혐의로 고소하고,지난 2월 24일에는 항소장을 제출했다.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이들이 정기모임 등으로 결속을 다지고,카카오톡 단체대화방 등을 통해 공갈 범행 대상을 물색한 후 관련 정보를 실시간 공유했다고 판단했다.검찰은 이들을 기소하면서 "피고인들은 '사적 제재'를 앞세워 특정인의 약점이나 사생활에 관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튜브를 통해 유포하는 소위 '사이버레커'로 활동하면서 구독자 증가에 따른 광고수입 외에도 약점 폭로와 맞바꾼 금품을 수수하는 등 공갈 범행을 수익 모델화한 약탈적 범죄를 자행했다"고 밝혔다.

"될 수 있을 때 많이 받아.빨리해서 집도 하나 사고… 준희야!너도 이제 맛있는 것만 찾지 말고 XX 좀 크게 가." "뒷돈을 많이 받아 챙겨서 부자가 됩시다!카라큘라님처럼.30억 정도 기마이 있게 땡겨서 빌딩도 올리고." "받아먹을 수 있게 동생 좀 꽂아주십쇼.혼자 드시지 마시구." "구제역 너 지난달에 무당한테 받은 3000만원은 어쨌어?"

구제역 공갈 사건 1심 판결문에는 구제역과 '주작감별사'(전국진),'카라큘라'(이세욱),'크로커다일'(최일환) 등이 '온라인견인차공제회' 단체대화방에서 나눈 대화가 명시됐다.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피고인들이 종종 사람들의 사생활을 빌미로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에 대해 이야기했다"며 "상호 교류 과정에서 피고인들은 위법성 인식이나 경각심이 흐려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판결문에는 구제역과 크로커다일이 나눈 통화내용도 담겼다.구제역이 "형님이 봤을 때는 엿 바꿔 먹어야 되는 상황이다?"라고 묻자 크로커다일은 "당연하지.너 그것 뭐 조회수 터져 가지고 뭐 몇만,얼마나 번다고?"라고 답한다.이들은 영상을 만들어 올렸을 때의 수익과 쯔양을 협박해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예측해 비교하며 대화를 나눈다."바꿔 먹을 수 있는 건 무조건 엿 바꿔 먹어야지.유튜브 뭐 그것 해 가지고 뭐 얻는 게 뭐가 있어?" "아니,구독자 올라가고 뭐…." "아유,그것 뭐 대단한 X도 아니잖아,솔직히 말해서?" "예." "아,이 새끼!왜 이렇게 계산을 못 해?"

지난해 11월 15일 유튜버‘쯔양’(박정원)이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유튜버‘구제역’(이준희)에 대한 공판 증인으로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photo 뉴시스
지난해 11월 15일 유튜버‘쯔양’(박정원)이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유튜버‘구제역’(이준희)에 대한 공판 증인으로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photo 뉴시스


'알권리' '정의구현' 외치며 영향력 확대

판결문에 따르면 구제역은 변호사 사무실 직원이나 다른 유튜버 등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카라큘라는 한 인터넷방송인(병합 사건)을 협박하며 "모 매체의 담당 기자와 데스크 팀장을 만나 기사를 커트하는 걸로 했으니 돈 준비되면 보내라"는 취지로 기자와 친분을 내세우고,사이버레커 단체대화방에서 "광수대 직원을 만났다"고도 언급한다.이처럼 사이버레커들은 '알권리'와 '정의구현'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구독자들의 지지를 받고,그를 바탕으로 다양한 인맥을 활용해 '취재'하며 영향력을 키워왔다.수사기관과 사법기관,마닐라 카지노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만큼 자신들이 그 빈자리를 대신한다는 주장이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사이버레커의 확장에 언론이 일부 역할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기준점이 되어야 할 전통 언론이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이 '정의구현' 같은 이야기를 한다.전통 언론이 사이버레커와 달리 자신들의 콘텐츠를 엄정하게 만들어 책잡히지 않아야 하는데,오히려 사이버레커의 의혹 제기를 온라인 기사로 받아쓰며 그들의 행태를 확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2월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응답자 920명)에 따르면,사이버레커 문제가 근절되지 않는 주요 요인으로 '언론의 책임 소홀'이 지목되었으며,이는 '콘텐츠 생산자의 비윤리성'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그다음으로 '수요가 공급을 촉진하는 구조' '콘텐츠 유통 플랫폼의 책임 소홀' '규제 당국의 미흡한 대응'이 차례로 뒤를 이었다.

사이버레커가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을 대신하는 '사적 제재'에 대한 여론도 비슷하다.지난해 일부 사이버레커들이 '밀양여중생 집단 성폭행사건' 피의자의 신상을 폭로했을 당시 사건 자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확산되면서 피의자 신상 폭로에 대한 찬반 여론이 갈린 바 있다.앞서의 이웅혁 교수는 "사이버레커가 '사적응징을 대신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지만,원칙적으로 불법"이라면서도 "공적 기관이 여러 이유로 피의자들을 합당하게 처벌하는 기능을 다 하지 못했다는 원인도 작용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이어 "처벌 강화도 좋지만,매번 나오는 책임감 없는 지적"이라며 "우선적으로 수사기관이 수사를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인적·제도적 지원을 충실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보 제공도 거절… 비협조적인 플랫폼

이번 '쯔양' 사건이 알려지자 정치권에서는 사이버레커의 폐해를 막기 위한 관련 법안('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잇달아 발의됐다.그러나 전문가들은 수익 창출 중지,익명 사이버레커의 신상정보 제공 등 플랫폼 사업자의 자체 규제와 협조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멀리 있는 법안보다 즉각적인 플랫폼의 제재이기 때문이다.카라큘라는 구제역과의 통화에서 플랫폼의 수익 정지 제재를 우려하며 구제역의 영상 제작을 만류한다."이번에 상반기 구글에서 사이버레커 채널들하고 가짜뉴스 유사 언론 채널 해 갖고 한 10개인가 20개 수익정지 처리를 할 거야.그중에 너와 나도 명단에 있는 걸로 알고 있어.지금 상황에서 쯔양 거 터뜨리면 너 그냥 가는 거야."

그러나 글로벌 플랫폼에 자체 규제를 강제할 방법은 없고,협조 또한 요원한 상황이다.앞서 악명 높은 연예계 사이버레커였던 '탈덕수용소'가 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지난 1월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그를 법정에 세우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구글코리아가 익명으로 활동한 탈덕수용소의 정보 제공을 거절했기 때문이다.이전에도 탈덕수용소를 고소한 이들이 있지만,피고의 주소를 특정하지 못해 소가 취하된 경우도 있다.

장원영을 법률 대리한 정경석 법무법인 리우 변호사는 구글코리아의 협조를 받지 못하자 미국 디스커버리(증거 개시)제도를 이용해 탈덕수용소의 정보를 파악했다.정 변호사의 성공으로 그제야 익명 뒤에 숨은 사이버레커들에게 법적조치를 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정 변호사는 "구글코리아에 사실 조회 신청서를 보내면 '서비스 주체(미국 구글 LCC)가 아니기 때문에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이 없다,줄 수가 없다'는 회신이 온다.거기서부터 어렵다.국제 사법 공조를 통해 정보를 제공받는 절차는 아주 복잡하고 느리기 때문"이라며 "탈덕수용소 사건 이후 현재 국내에서 20건 가까이 디스커버리를 이용해 사이버레커에 대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뷰|김태연 변호사
"'남는 장사'여서 비슷한 사례 반복… 이번 판결로 사이버레커들 위험부담 커져"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쯔양의 법률 대리를 맡고 있는 김태연 변호사는 쯔양이 전 남자친구이자 전 소속사 대표 이모씨와 전속 계약을 해지하던 때부터 쯔양을 도왔다.지난해 7월 쯔양이 자신의 방송을 통해 개인사를 고백할 때에도 함께했다.사회적으로 관심도가 높은 사건인 만큼 부담도 컸다.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밥도 잘 넘어가지 않았다던 김 변호사는 "이번 사건으로 '사이버레커'라 불리는 이들의 실태가 공론화되고,그들을 처벌할 수 있는 본보기가 된 것 같다"며 소회를 전했다.주간조선은 지난 2월 26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태연법률사무소에서 김 변호사를 만나 이번 판결의 의미를 짚어봤다.다음은 김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어떤 계기로 쯔양의 법률 대리를 맡게 되었나."전 소속사와의 전속 계약 해지 이전부터 쯔양님과 인연이 있었다.(구제역 공갈 사건은) 전속 계약 해지 분쟁이 잘 마무리된 이후 '잘 지내시나 보다' 하던 차에 갑자기 연락이 왔다.'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의 방송을 통해 쯔양이 가장 숨기고 싶었던 과거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여러 상황이 있다 보니 쯔양이 숨기고 싶어했던 개인사다.가세연 방송 전에 구제역이 쯔양에게 반론을 요구한다는 명목으로 영상을 보냈고,쯔양 측에서 협박을 받아 계약서를 형식적으로 만들고 구제역에게 돈을 전달한 상황이었다."

- 1심 판결을 어떻게 지켜봤는지."상대방이 치열하게 무죄를 주장해 판결 전까지 걱정이 많았다.결국 결과가 좋았고,온라인 무료 홀덤재판부에서 저희가 입증한 부분에 한해서는 진실대로 봐주신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사건이 집중심리 재판(재판부가 신건을 맡지 않고,한 사건을 집중적으로 심리)으로 배당이 돼 일반 사건과 다르게 진행된 만큼 재판부도 면밀하게 살펴보신 것 같다."

- 최근 사이버불링(Cyber Bulling) 등으로 유명인의 사망 사례가 잇따랐다.현 상황에서 판결이 가지는 의미가 큰 것 같다."사이버레커가 사생활 공론화를 빌미로 돈을 받았던 행태는 암암리에 많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이들이 물리적 힘을 가해 돈을 받아내는 것이 아니라 교묘한 방법으로 협박하고 돈을 갈취하는 구조라 입증하기가 쉽지는 않다.그러나 이번에 사이버레커들이 돈을 갈취하는 수법이 공론화되고,그런 행태도 처벌이 된다는 이정표 같은 사례가 된 것이라 생각한다.실제로 사이버레커 행위로 수익을 얻던 이들이 정리하고 정치(유튜브 방송) 쪽으로 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이번 사건에서 카라큘라는 사이버레커 중에서도 유명했는데,방조로 유죄가 선고되는 것을 보면서 비슷한 방식으로 방송을 하던 이들의 의지가 많이 단념된 것 같다.전에는 명예훼손으로 걸려도 벌금을 내고 수익을 벌거나 뒤에서 돈을 받으면 그들의 표현대로 '남는 장사'였기 때문에 비슷한 사례가 반복됐지만,위험 부담이 커지면서 그런 방송을 할 수 없게 된 거다.바람직한 현상이라 본다."

- 쯔양의 피해 회복을 위해 어떤 절차들이 남아 있나."구제역,최모씨 등 피고인 일부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했다.금전적인 피해는 일부라도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 배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형사사건은 합의보다 엄벌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구제역과 최씨에 대해 엄벌탄원서를 제출하고,토토 사이트 ttcs25카지노사이트검증사이트항소심을 잘 지켜보고 의견서도 낼 계획이다.사실심이 2심까지라 항소심까지는 긴장을 늦출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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