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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어머니는 내 연극을 처음 본 날 울었다.감동 받아서 운 게 아니라 안타까워서 울었다.이십 년 전,뜨거운 여름,어느 도시의 기차역 앞이었다.어떤 축제의 사전 공연이었고,우리 역할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축제 시작 전에 붙잡아놓는 것이었다.무대도 없었고 세트도 없었다.

무대 앞 광장에서 어설픈 손짓을 해가며 어설픈 코미디를 했다.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듯 우리를 지나쳤다.햇빛이 내리쬐고 그늘은 없고 관객은 어머니와 어머니의 지인들뿐이었다.우리 얼굴은 땀 범벅이었다.웃는 연기를 했지만 자꾸만 눈에서 물이 나왔다.공연이 끝나자마자 달려온 어머니는 내 손을 붙잡고 절규했다.“대체 연극인지 뭔지를 왜 하는 건데!” 나는 답을 하지 못했다.

이십 년이 흐르고,내 동료들은 가끔 술자리에서 운다.“연극이 너무 힘들어요.대체 연극이 뮈길래 이렇게 힘들죠?” 나는 답을 하지 못했다.그저 말없이 그 울음 옆에 앉아있을 뿐이었다.그렇게 한참 울고 나면,다시 벌떡 일어나 대본을 쓰러 가거나 연습을 하러 가거나 제작비를 마련하러 아르바이트를 간다.하루 24시간에서 현실의 시간을 쓸 만큼 쓰고 나머지 시간을 연극으로 쓰는 것이 아니다.연극의 시간을 쓸 만큼 쓰고 나머지 시간을 현실의 시간으로 사용한다.가짜 세상을 열심히 살기 위해 진짜 세상을 더 열심히 살아간다.

“전 연극하면서 재미있었던 적이 없어요.제가 이걸 하면 재미있을까요.제가 이 역할에 어울릴까요.지금 시대에 이런 이야기를 연극으로 올리는 의미는 뭐죠.그리고 연극이란 대체 뭔가요?“ 배우 봉태규를 연극‘보도지침’의 주인공으로 캐스팅하기 위해 만났을 때,벳 계열카지노사이트검증사이트첫마디가 이랬다.난 대답하지 못했다.”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고,이런 눈빛의 배우가 필요한데,그게 바로 당신이고,베픽 보글파워볼 더블유사이트사실 우린 동갑이다.” 나의 엄청난 횡설수설을 때론 묘하게,때론 딱하게 바라보던 그는 고맙게도 그날 밤 “하겠다”고 연락해 왔다.

우리는 연습 내내 밤마다 통화하며 연극이 무언가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답은 없었지만 늘 즐거웠다.

“난 연기를 하지만 꾸미지 않고 나 자신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근데 그것 또한 연기가 아닌가?그럼 어떻게든 꾸미는 것이 맞는 걸까?그럴 거면 아예 제대로 꾸며서 연기를 하는 것이 맞는 걸까?그렇다면 그 모습은 진정한 내가 맞는 걸까?”(봉)

“사람 얼굴은 여럿일 것이고 연기는 그중 하나를 꺼내 쓰면 되는 게 아닐까?그럼 어떤 얼굴도 자기 자신이 아닐까?그런데 그 얼굴이 원래부터 있던 얼굴인가?아니면 새로 만든 얼굴인가?새로 만들면 자기 자신이 아닌가?미안해.내가 이래서 배우를 포기했어.”(오)

“연극이 참 좋네.무대에 오를 때마다 시간이 변하니까 내 생각도 변하고 있을 거고,그럼 매번 다른 진짜가 나올 수 있겠네.”(봉)

“아,그런가?연극이 좋은 이유는 계속 변하기 때문인가.그럼 답이 없어도 되는 건가?답을 찾아도 답은 계속 변할 테니까.”(오)

봉태규는 늘 연극의 마지막 장면에서 소리 내 울었다.법정에 선 주인공이 아이의 돌잔치에 가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는 장면이었다.아이들이 생각난다고 했다.자신의 아이뿐 아니라,모든 부모의 아이들이 생각난다고 했다.그게 너무 슬프다고,도박 손가락견딜 수가 없다고.누군가 가끔 묻는다.배우 봉태규는 어떤 사람이냐고.그때마다 한 장면이 떠오른다.봉태규와 함께 어떤 연극을 보러 갔을 때,무대를 바라보며 옆자리에서 조용히 울고 있던 모습을.우는 소리가 방해 될까 봐 숨죽여 울음을 참던 모습을.

그 순간 생각했다.누군가 연극이 무엇이냐 묻는다면,나는 여전히 답을 할 수 없겠지만,눈물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 거라고.어머니의 눈물과 동료들의 눈물과 배우 봉태규의 눈물.그 이야기를 들려준다면,연극이 무엇인지는 몰라도,연극을 좋아하게 만들 수는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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