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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프란치스코 교황,카를로 무쏘 지음
이재협 외 3인 옮김
가톨릭출판사

프란치스코 교황의 자서전인 이 책은 그가 태어나기 전인 1927년,병적 도박이탈리아에서 출항한 여객선 이야기로 시작한다.1000여 명을 싣고 아르헨티나로 가려던 배였지만‘이탈리아의 타이타닉호’란 표현에서 짐작하듯 비극적 침몰 사고를 당했다.당시 이 배의 표를 산 사람 중에 교황의 조부모와 아버지도 있었다.이들은 제때 자산을 처분하지 못해 표를 바꿔 일정을 미뤘고,토토 홍보 페이지 베스트 온라인 카지노2년 뒤 3등석 편도 승선권으로‘바다를 건넌 이주민’이 됐다.

지은이는 할아버지의 참전 경험과 함께 세계 대전의 참상에 대해서도 들려준다.전쟁과 이주는 이 책의 후반부,교황이 된 이후 곳곳에서 만난 전쟁 피해자들과 난민들의 생생한 이야기와도 맞물린다.교황의 이라크 방문 때는 자살폭탄 테러를 준비한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물론 그전에 성장기부터 상세하다.이주민 가족이 삶을 일군 면면,무슬림을 포함해 다양한 아이들이 어울려 놀았던 동네와 이웃들,어머니의 기대대로 의사가 되는 대신 성직자가 된 과정,어떤 여성에 이끌렸던 자연스러운 경험 등을 고루 들려준다.탱고와 오페라‘길’을 비롯한 영화와 문학,만화 등에 대한 얘기는 우리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온다.

축구 예찬도 빼놓을 수 없다.다만 알아둘 게 있다.교황이 “내 문화적 정체성의 일부”라고 부르는 팀 등 경기 성적은 매주 스위스 근위병의 한 병사가 전해주고 있지만,교황은 1990년부터 작심하고 텔레비전을 보지 않는다고 한다.신학교를 나와 학생들에게 문학을 가르치던 시절,고령의 대문호 보르헤스를 만난 일도 눈길을 끈다‘정치적 열정’에 대한 눈을 틔워준 인물의 이야기는 아르헨티나 군사 독재 시절 벌어진 참상 역시 알려준다.

무엇보다 지금의 세계에 대한 교황의 뚜렷한 시각과 말이 책 곳곳에 담겨 있다.그는 젊은이들을 판단하기에 앞서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교회의 성장은 개종 강요가 아니라 매력을 통해 이뤄진다고도 역설한다.포용성 강조도 두드러진다.“서민들의 등골을 빼먹는 기업인이나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를 오염시키는 이들을 축복하는 것은 매우 중대한 죄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문제 삼지 않으면서,교황이 이혼한 여성이나 동성애자를 축복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비난하니 참으로 이상한 일입니다”라고 썼다.

구체적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지만 “교황청 개혁은 가장 힘든 과제였습니다”라는 대목도 나온다.또 교황직 초기 전임 베네딕토 16세 교황을 만나 큼직한 흰 상자를 건네받은 일도 나온다.“가장 어렵고 고통스러운 상황,주식 vs 토토학대와 부패 사건,어두운 거래,온갖 비리에 관한 문서들”이었다.

특히 콘클라베,즉 교황 선출 과정을 비교적 상세히 전한다.교황이 된 직후 여러 소탈한 행보도 화제였는데,나름의 이유를 들려준다.콘클라베 때 묵었던 사제관 건물,즉 산타 마르타의 집에 교황 처소를 정한 일도 그렇다.기존 교황 관저는 방 입구가 너무 좁아 한 사람씩 들어와야 했다는 것.“혼자서는 아무도 구원받을 수 없습니다”라는 강조는 이 대목에도 등장한다.“저는 다른 이들과 함께 살아야만 합니다.교황이라 해도 혼자서는 구원받을 수 없습니다”.

책 제목이기도 한‘희망’은‘무관심의 세계화’에 대한 교황의 우려와도 공명하는 듯 보인다.번역진은 “자서전이나 회고록을 넘어서는 영적 유언이자 우리 시대에 거는 교황의 대화”라고 소개한다.가톨릭 신자가 아니라도 지금 시대,기후변화와 빈부격차의 심화,전쟁과 이주,희망과 무관심을 아울러‘어른’의 말로서 귀하게 다가올 법한 책이다.서점가에 10일쯤 나올 예정이다.덧붙이면‘유머’도 놓칠 수 없다.역대 교황들이 구사한 유머와‘미국에 간 프란치스코 교황’이 나오는 우스개도 책에 소개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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