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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의 초상 l 아파트 환경미화원 정숙자씨 김의경 작가가 생성형 인공지능(AI)‘빙 이미지 크리에이터’에 “고층 아파트에서 빨간 조끼를 입은 짧고 검은 머리의 아시아 할머니 미화원이 쌓인 눈을 삽으로 치우는 모습을 유화처럼 그려줘”라는 지시어를 입력해 생성한 이미지이다.
우리는 일을 해서 돈을 벌고,타인과 관계를 맺으며,보람도 얻습니다.지금 한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일 이야기를‘월급사실주의’동인 소설가들이 만나 듣고 글로 전합니다.
정숙자(가명)씨는 퇴근하고 이제 막 왔다면서 주전자를 불에 올렸다.커피를 한잔 타서 내 앞에 놓아주며 커피는 일터에서 먹어야 맛있다고 했다.커피믹스를 몇개씩 챙겨서 가방에 넣어 다니는데 아침에 일을 시작하기 전에 쉼터(미화원 휴게실)에서 마시는 커피가 유난히 맛있다고 했다.그걸 한잔 마시고 일하러 가는데 서너 시간 복도를 닦다가 종종 마주치는 주민이 “커피 드릴까요?” 하면서 손에 쥐여주는 따끈한 캔커피가 또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고 했다.정씨는 복도 청소를 하다가 쉼터로 돌아가서 커피를 마시고 올 수도 없는 자신의 처지를 잘 안다는 듯이,때마침 문을 열고 나타나 커피를 건네는,자신의 딸과 나이가 비슷한 그 주민이 참 고맙다고 했다.
아파트 환경미화원의 하루는 어떨까.그를 만나기 전 상상해봤지만 자기 자리에서 각자 조용히 일하는 분들이라서 구체적으로는 상상이 되지 않았다.나는 정씨에게 아파트 환경미화원의 하루를 편하게 들려달라고 요청했다.
정씨의 하루는 이른 새벽에 시작된다.새벽 4시에 일어나서 일하러 갈 채비를 한다.4시45분에 집에서 나가 지하철역까지 걸으면 30분 정도 걸린다.그 시간에는 버스가 다니지 않으므로 어쩔 수 없다.5시15분에 지하철역 화장실에 들어가 소변을 보고 천천히 지하 3층까지 내려간다.첫차가 5시40분에 오기 때문에 그전에만 가면 된다.지하철에 올라타서 20분이 지나면 6시 즈음 목적지인 미금역에 도착한다.미금역에서 내려 출구까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전력을 다해서 뛰어 올라간다.출구 위로 올라간 순간 버스가 지나가기도 하기 때문이다.버스를 제때 타면 6시30분에 정씨가 근무하는 성남시 분당구 ××동에 있는 아파트 쉼터(미화원 휴게실)에 도착한다.쉼터가 혹시 지하에 있느냐고 묻자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몇년 전만 해도 곰팡이 냄새 나는 지하에 미화원 쉼터가 있었지만 요즘은 많이 개선되어서 1층에 있고 해도 잘 들어와요.”
정씨는 쉼터 문을 열고 들어가서 커피믹스를 한잔 타서 마신 다음 한 시간 동안 신문을 보면서 개인 시간을 갖는다.아파트에 들어가기도 전에 녹초가 될 것 같다고,왜 한 시간이나 일찍 가느냐고 묻자 아침 6시 이후에는 사람이 늘어나서 지하철이 복잡하기 때문에 조금 일찍 가는 것이 편하다고 했다.붐비는 것이 싫어서 일찍 출근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 너무 많은데 왜 거기까지 가서 일하는 걸까.
“1년 전에 임대아파트에 당첨되어 이사했는데 집에서 일하는 아파트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없더라고요.임대아파트를 신청할 때는 그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어요.임대아파트에 당첨되어서 기뻤지만 출근하는 것이 배로 힘들어진 거죠.전에 살던 동네에서는 집 앞에 일하는 아파트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있어서 편하게 다녔어요.”
사실은 일찍 일어나는 게 힘들어서 다른 일을 알아봤는데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월급이 100만원도 되지 않았다.
정씨는 70대 후반이고 청소일을 한 지는 6년 정도 되었다.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일을 해야 하므로 감당하고 있지만,카지노 1화 무료 다시보기80대에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미화원 중에는 80대도 있어요.제일 어린 사람은 70살이고 80대는 두명인데,최고 연장자는 81살이에요.”
70살을‘어리다’고 말하는 것에 웃음이 나왔다.정씨도 함께 웃으며 말했다.
“나도 조금 있으면 80살이라 젊어 보이려고 매달 신경 써서 머리 염색을 해요.이곳 미화원들은 대부분 70대지만 체력이 따라준다면 80대에도 할 수 있는 일이에요.여기서 일하고 싶어 하는 80대 노인은 많을걸요.××동은 돈을 적게 주는데,플래티넘 슬롯아파트 미화원의 평균 나이가 82살이라고 하더라고요.”
80대 노인들이 70대 노인들과의 경쟁에서 밀려나 더 적은 돈을 받고 일하고 있다니….일자리가 필요한 80대 노인이 넘쳐난다는 뜻이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대부분 여자고 남자는 두명이다.여자 미화원들은 아파트 동과 도서관,골프장,어린이 놀이터 같은 주민 편의시설을 나눠서 청소하고 남자 미화원들은 지하주차장과 분리수거장을 맡아서 청소하고 정리한다.미화원들은 아침 8시에 자신이 맡은 동으로 이동해 일을 시작하지만,반장을 맡고 있는 정씨는 다른 미화원들이 하나둘 도착하기 시작하는 7시30분에 자리에서 일어나 관리실로 청소하러 간다.반장은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묻자 정씨는 별거 없다면서도 길게 설명했다.
“우선 미화원 관리를 해야 하는데 청소 경력이 없는 신입이 들어오면 일을 가르쳐요.민원이 들어오면 담당 동 미화원에게 전달해서 해결하게 하고요.매달 청소용품을 용역회사에 요청해서 주문하는 것도 반장의 일이에요.반장이라고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서 관리실 청소를 하니까 돈을 조금 더 받아요.반장 하던 언니가 그만둬서 내가 하게 됐는데 반장 한 지는 이제 2년 되었네요.”
관리실 청소를 마친 다음에는 아파트 청소를 하러 간다.정씨는 두 동을 맡아서 하는데 지하 3층에서 17층까지 복도와 계단을 닦아야 한다.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지하 2층부터 1층은 날마다 닦아야 한다.지하 2층 현관으로 들어가면서 마포 걸레로 복도를 닦는다.계단도 닦은 다음 지하 1층으로 이동해 바닥과 현관 유리를 닦고,1층으로 올라가서 복도를 닦은 뒤 현관으로 나간다.장애인 통로 경사로에 낙엽 같은 것이 떨어져 있으면 쓸어 담는다.엘리베이터 청소도 빼먹지 않는다.일주일 동안 각 동의 계단,각 층의 아파트 복도를 나눠서 청소한다.월요일과 화요일은 복도를 닦고 수요일 오전에는 계단을 닦고,오후에는 도서관을 청소하는 식으로 미리 정해놓은 일을 한다.그렇게 일해서 받는 돈은 한달에 170만원 정도다.
일하면서 힘든 것은 없냐고 묻자 정씨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글쎄요,매일 하는 일은 비슷하지만 엘리베이터에 오바이트한 거,강아지 똥오줌 치우는 게 힘들어요.그것보다 더 힘든 건….”
정씨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말했다.
“낙엽을 치우는 거예요.더 힘든 건 눈 치우는 거.춥기까지 하니까 더 힘들죠.이번 겨울에도 폭설이 내렸을 때 각자 자기가 맡은 동 현관 앞의 눈을 치우고 염화칼슘을 뿌렸어요.크고 무거운 삽으로 치웠는데 그걸 드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원래 단풍도 좋아하고 눈도 좋아하는데 요즘은 단풍과 눈을 보면 걱정이 돼요.”
그 외의 골칫거리는 뜻밖에도 부실 공사에서 기인했다.신축 아파트인데도 지하주차장 천장에서 물이 새어서 민원이 들어오고,주차장을 청소하는 미화원들은 더 신경 써서 청소해야 한다.정씨가 담당하는 아파트 동의 몇개 층은 복도 바닥 타일이 부풀어 올랐을 정도다.
“누가 그렇게 집을 지었는지 모르지만 부실 공사 때문에 일이 늘어난 셈이에요.”

그래도 노인이 하기에는 청소만 한 것이 없다.무거운 것을 드는 일이 자주 있는 것도 아니고,자신만의 속도로 할 수 있다.예를 들어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은 천천히 일하고 다음날 속도를 내어 어제 못 한 일을 하는 식으로 일하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식당에서 일한 적도 있고 가정집 가사도우미를 한 적도 있지만,포커스미디어 부산6년 전에 일을 구할 때 이 지역에서 미화원 일이 많이 나왔고 다른 곳보다 월급이 많아서 들어왔다.이 동네에서 계속 일을 했는데 아파트는 이곳을 포함해서 세 군데를 다녔다.
고된 하루지만 즐거운 시간은 없을까.정씨가 소녀처럼 밝게 웃으며 답했다.
“그야 점심시간이죠.나는 아침부터 점심시간을 기다리면서 일해요.아침부터 일해서 그런지 자꾸 배가 고파요.”
점심시간은 낮 12시부터 1시까지다.쌀은 제공되지만 반찬은 각자 먹을 것을 집에서 싸 와야 한다.휴게실에서 상을 편 다음 다 같이 모여 앉아 반찬을 늘어놓고 양푼에 각자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데,일을 하다가 먹어서 그런지 꿀맛이다.여중생이 된 것처럼 즐겁다.양푼에 밥과 채소,나물,참기름과 고추장을 넣고 비비기 시작할 때부터 입에 침이 고인다.밥을 먹고 수다를 떨면서 커피믹스를 한잔씩 마신 다음 다시 일하러 나간다.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서 하던 일을 이어서 한다.일은 오후 3시에 끝난다.걸레를 빨고 청소 도구를 정리하는 등 마무리 작업을 하고 3시30분까지 쉼터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은 뒤 4시에 퇴근한다.
문득 정씨의 젊은 시절이 궁금했다.젊을 때는 어떤 일을 하셨냐는 물음에 그는 기억을 더듬는 듯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며 답했다.
“이런저런 일을 했어요.젊을 때는 공장에서 일했고 결혼하고서 아이들 키울 때는 장사를 했고요.나이 들어서 청소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수많은 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해요.허리가 안 좋긴 하지만 몸이 건강한 편이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그 순간 떠오른 것은 주민들의 갑질에 시달리는 경비원이나 아파트 미화원에 대한 신문 기사였다.괴롭히는 주민은 없냐고 묻자 정씨는 이번에도 웃으며 답했다.
“가끔가다 그런 사람도 있지만 주민들은 대체로 친절한 편이에요.며칠 전에 눈이 왔을 때 젊은 아빠가 나와서 눈 치우는 것을 도와줬는데,아이들이 따라 나와 아빠 옆에서 눈사람을 만들었어요.그 애들을 보니까 우리 아이들 어릴 때가 떠오르면서 코끝이 찡하더라고요.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을 때가 많지만 단란한 가족이 사는 아파트를 깨끗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보람을 느껴요.”

퇴근해서 집에 오면 오후 5시가 넘는다.간단한 집안일을 한 다음 텔레비전을 보면서 졸다가 9시30분쯤 잠든다.다음날 일찍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마친 정씨의 눈에는 졸음이 서려 있었다.그는 염색한 다음 잠자리에 들 생각이라고 했다.그러고 보니 그의 정수리에 흰색 머리칼이 눈처럼 소복이 올라와 있었다.배웅하겠다며 따라 나오는 그를 만류하며 나는 서둘러 그곳에서 나왔다.그의 짧은 휴식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인터뷰이의 요청에 따라 이름과 지역 등 일부 사실을 변경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소설가 김의경
소설가 김의경 l‘월급사실주의’동인.2014년 장편소설‘청춘 파산’으로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소설집‘쇼룸‘두리안의 맛,장편소설‘콜센터‘헬로 베이비’가 있다.수림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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