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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이전의 아이히만/ 베티나 슈탕네트/이동기·이재규 옮김/글항아리/4만8000원
독일 철학자 베티나 슈탕네트가 2011년 출간한‘예루살렘 이전의 아이히만’이 14년 만에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저자는 같은 독일 철학자인 한나 아렌트가 그의 저서‘예루살렘의 아이히만’(1963)에서 주창한‘악의 평범성’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아렌트는 1961년 나치 독일에서 유대인 학살을 담당했던 아돌프 아이히만의 전범 재판을 지켜본 뒤 평범하고 선량한 사람도 비판적 사고가 결여될 때 엄청난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고 봤다.아렌트가 처음 쓴‘악의 평범성’이란 개념은 책임 의식 없이 상부의 결정을 그대로 수용하는 대중이나 관료제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용어로 지금까지도 널리 쓰이고 있다.
사선은 1957년 4월부터 그해 10월 중순까지 매주 자신의 집에 아이히만을 초대해 이야기를 듣고 논쟁을 벌였는데 이 모든 과정을 녹음했다.그 안에는 아이히만이 유대인 학살이 독일 이익을 위해 역사적으로 필요한 정책이었다면서 자신의 활약상을 떠벌리듯 고백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저자는 아이히만이 자기 연출에 능했고,나치의 패배 이후 법정에 서기까지 주변을 속이는 삶을 살았다고 지적한다.실제 아이히만은 전쟁 이후 여러 가명을 쓰며 삼림 감시원,슬롯 커뮤 이슈토끼 사육사,바카라 호텔 앤 레지던스 뉴욕 요금메르세데스 벤츠 직원 등 다양한 직업으로 은신 생활을 이어갔다.저자의 연구는‘사유 능력이 결여된 행정 관료’로 알려졌던 아이히만 본색을 만천하에 드러냈다.동시에‘악의 평범성’이라는 아렌트 철학이 아이히만의 진정한 본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내린 경솔한 결론이었다고 비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