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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선전·선동 분석 전문가’최성환 정신과 전문의

● 현재 상황은 광복 이후 정국과 유사
●‘반국가 세력‘내란 세력’낙인찍기
● 선동가들이 분열 일으켜 상대방 악마화
● 계엄령-탄핵,국민 트라우마 깊을 듯
● 레거시 미디어 지위 회복하게 될 것
● 국가 지도자 정신 감정 필요

최성환 정신과 전문의는 “선동당하는 어리석은 국민은 순식간에 노예로 전락할 수도 있다”며 “늘 공부하는 자세로 깨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조영철 기자]
최성환 정신과 전문의는 “선동당하는 어리석은 국민은 순식간에 노예로 전락할 수도 있다”며 “늘 공부하는 자세로 깨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조영철 기자]12·3 계엄령 여파가 해가 바뀐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사법 처리를 둘러싸고 국론이 분열됐다.찬반 진영은 온·오프라인에서 세(勢) 규합에 나섰다.대규모 집회도 이어진다.대중 선전·선동도 빠지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대중 선전·선동술,지도자의 자격 요건 등을 주제로 책을 펴내고 강연하는 한 정신과 전문의가 눈길을 끈다.최성환 해상병원 진료원장이 그 주인공이다.그는 월경(越境)하는 지식인이다.정신과 전문의로서 경희대 의과대학과 동 대학원 졸업 후 경북대 의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인문·사회과학 분야로 지평을 넓혀‘지도자의 자격‘신노예‘우리 눈으로 본 제국주의 역사‘용의 전쟁’등 일련의 저서를 냈다.

그는 저서‘선동의 기술’에서 “요란스럽고 저급한 선동은 표시 나게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고,체계적으로 비밀리에 계획된 선동은 소리 없이 나라를 무너뜨린다”며 그 위험성을 지적했다.“선전·선동은 민주주의를 파괴한다”고 강조하는 최성환 박사를 만나 진영 논리에 기반한 대중 선동이 극심한 대한민국의 현실과 미래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위험 경고 의무’에 대한 소명 의식
정신과 의사인데,왜 영역을 넓혀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가.

“내과,외과,카지노 6화 보기정신과를 나눠 설명하겠다.내과 의사는 문진(問診) 과정에서‘언어장벽’만 극복하면 세계 각국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각종 바이러스 치료나 예방에서 전 세계가 동일한 백신을 사용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외과는 상대적으로 더 수월하다 하겠다.인종 차이를 떠나 인간의 신체 구조는 기본적으로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충수돌기염 수술이나 제왕절개 수술은 비교적 쉬운 수술이다.반면 정신과는 복잡하다.정신과 의사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역지사지(易地思之) 자세로 임하지 않으면 환자 상태를 헤아리지 못한다.”

최성환 박사는 현대 정신과 질환의 다수는 유전·생물학적 요인이 아닌 시대 상황이나 사회적 영향에서 다수 기인한다고 했다.

“사회가 병들었기 때문에 개인도 영향을 받는 것이다.개개인을 치료해서 병든 세상에 내보내는 것은 헛수고라고 할 수 있다.세상을 바꾸는 것은 의사가 아닌 정치인의 영역이다.반대로 정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의료 분야는 정신의학이다.정신의학을‘정치의학’이라고 정의하는 이유다.”

선전·선동,리더십 주제로 책을 출간한 이유는 무엇인가.

“원래 다방면에 관심이 많다.정신과 의사인 내가 영역을 뛰어넘어 해당 분야 책을 집필한 것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첫 당선이 결정적 계기였다.국가 지도자는 정신병리학적으로 건강해야 하는데 두 사람 다 전문가적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대통령이나 총리가 아니라도 한 가정의 가장,한 교실의 담임교사,한 비행기의 기장 모두‘지도자’인 것은 분명하다.크고 작은 집단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존재이기 때문에 리더십 검증은 물론 정신상태 감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군대에서는 병사,초급간부(장교·부사관)를 대상으로 심리검사를 중시한다.살상 무기인 총기를 다루기 때문이다.반면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정신감정은 하지 않는다.대단한 모순이다.아무나 지도자가 돼서는 안 되며,선전·선동에 속아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그는 이런 시각을 담은‘지도자의 자격’출간 후 소속된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청문회에 출석해야 했다.지도자 자격을 비평했다는 이유였다.그는 실제 윤리위원회에 회부돼 징계를 받았다.

위험이나 비판을 감수하고서도 지도자 자격 검증을 거론한 이유는 무엇인가.

“정신과 의사는 환자 개개인의 프라이버시도 지켜야 하지만 동시에‘위험성을 경고해야 하는 의무(duty to warn)’도 가지고 있다는 소명 의식에서였다.청문회에서‘골드워터 규칙(Goldwater Rule)’과‘타라소프 규칙(Tarasoff Rule)’두 가지를 모두 반영해야 공평하다는 방어 논리를 폈다.

1964년 미국 정신의학과 전문의들이 잡지‘팩트(Fact)’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 배리 골드워터에 대해‘정신상태가 대통령직 수행에 적절하지 못하다’고 답변한 것이 논란이 됐다.골드워터는 잡지사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이후 미국정신의학회는 전문의가 직접 진단하지 않은 공인(公人)의 정신상태에 대한 의견을 언급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라고 선언했다.이른바‘골드워터 규칙’이다.한국 정신의학회도 회원들에게 골드워터 규칙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타라소프는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살해당한 여성 이름이다.범인은 살해 전 심리학자에게 타라소프를 살해할 의도를 밝혔다.심리학자는 경찰에 신고했으나 범인은 구금 후 풀려났고 결국 살인을 저질렀다.1976년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은 정신의학 전문의가 환자에 의해 신체적 상해 위협을 받는 개인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선동·선전은 남을 끌어내리는 것이 목적
오늘날‘선전·선동’에는 부정적 함의가 있다.선전·선동을 의미하는‘프로파간다(propaganda)’는 1622년 교황 그레고리오 15세가 설립한 바티칸(교황청) 행정기구‘전교성(傳敎省· Congregatio de Propaganda Fide)’에 기원한다.로마가톨릭교회는 전교성을 약칭해‘프로파간다’라고 지칭했다.프로파간다의 원 의미는 확장이다.이를 신앙의 확장 혹은 전교(선교)로 해석했다.

복음(福音)을 전하는 의미로 사용됐던 프로파간다가 오늘날에는 부정적 뜻을 지니게 된 셈인데.

“선동·선전을 의미하는 프로파간다의 어원은 라틴어 동사‘프로파게이트(propagate)’이다.번식,확장,전교 등의 의미를 지녔다.대항해 시대,초기 제국주의 시대 기독교는 식민지 쟁탈전의 첨병으로 나섰다.종교가 정치 무기화하면서 그 의미도 바뀌었다.수용자에게는 부정적 인식을 형성했다.역사적 맥락에서 고찰하면 예수 그리스도가‘세상 모든 이의 죄를 용서했다’는 복음(good news)에서 침략·점령을 위한 선전·선동 의미로 퇴락한 것이다.”

좋은 선전·선동은 존재할 수 없나.

“좋은 선동은 불가능하다.다른 걸 비하하거나 깎아내리지 않는 선동은 효과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자신의 물건이 제일 좋다고 내세우려면 다른 제품이 별로라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내가 최고가 되려면 타인의 잘못을 공개해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성공한 선전·선동의 사례로 영국 국왕 헨리 5세,셰익스피어 그리고 피델 카스트로를 들었다.이들을 꼽은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요르단 전 토토비록 수는 적으나 그렇기에 행복한 우리들,우리는 모두 한 형제(band of brothers)다’셰익스피어의 희곡‘헨리 5세’에서 백년전쟁 당시 불과 6000여 명의 병력을 이끌고 프랑스로 진격한 영국 국왕 헨리 5세가 아쟁쿠르 전투를 앞두고 행한 연설의 한 구절이다.아쟁쿠르 전투에서 영국군은 대승을 거뒀고,토토 페이아웃북프랑스는 영국 지배하에 들어갔다‘밴드 오브 브라더스’는 미국 역사학자 스티븐 앰브로즈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제101공수여단 소속 이지중대원의 전우애를 다룬 책 제목으로 쓰였다.드라마 시리즈로도 제작됐다.훌륭한 선동의 예시라고 생각한다.셰익스피어 희곡의 영향력도 지대하다‘햄릿’의‘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한 문장의 파급효과는 어느 정도일까.현대사에서 최고의 선동가는 피델 카스트로다.수십 명의 소수 병력으로 쿠바 혁명에 성공했다.기저에는‘이미지 메이킹’과 선전·선동이 자리한다.”

선전·선동의 해악은 무엇일까.

“선동·선전은 남을 끌어내리는 것이 목적이자 목표다.본질은 경쟁이다.선거유세에 나선 후보가‘상대 경쟁 후보가 나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면 후원자,선거 참모들에게 뭇매를 맞을 것이다.PR도 다른 회사 제품의 단점을 지적하고 자사 제품의 장점을 홍보해야 한다.”

12.3 계엄령 사태 이후 한국 사회는 사실상 내전 상태라 할 수 있다.선동가의 역할도 크다고 보는데.

“그렇다.좌우가 극심하게 대립했던 해방 정국과 유사한 내전 상황이라 평가한다.각 진영이 지지층 규합과 생존을 위한 목숨 건 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다.현 사태는 윤석열 대통령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판단이다.정치적 위기 상황을 계엄령 선포라는 극단적 방법으로 돌파하려 한 것이다.각 진영 선동가의 역할도 지대하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계엄령 선포 원인을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에서 찾는다.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에게‘내란수괴’프레임을 씌웠다.

“프레임(frame) 전쟁 관점에서 고차원적이고 섬세한 수준의 선전·선동이 이뤄지고 있다.상대방을 향한‘낙인효과(Stigma effect)’도 눈에 띈다.상대 진영에‘반국가 세력‘내란 세력’이라는 낙인을 찍는 것이다.더불어민주당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 프레임을 씌웠다.반대 진영에서는 이재명 대표를 범죄자라고 칭한다.상대방을 악마화하는 요마(妖魔)화 공작이다.물밑에서는 치열한 법리 다툼이 전개되고 있다.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법원의 내란죄 판결 등 법률전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라 전망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 정국에서 지지층을 향해 메시지를 내‘국민 갈라치기’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법원의 내란죄 판결에서 유리하게 국면 전환을 하기 위해 여론을 선동하고 있는 것이다.지지층을 향해 메시지를 발산하고 실제 호응도 이뤄지고 있다.각종 여론조사 결과,장외 집회 동원 대중이 이를 방증(傍證)한다고 하겠다.이재명 대표와 더블어민주당의 선전·선동 전략이 성공적이지 못해 보인다.탄핵안 가결 후 연이은 실수를 하고 있다.이에 대한 반감이 윤석열 대통령 지지로 이어지는 경향도 있다‘메신저를 검열하겠다‘가짜 뉴스 유포자를 내란선전죄로 처벌하겠다’등의 메시지를 낸 것은 대표적 악수(惡手)라 하겠다.국민이 민주당도 비민주적 집단이라 판단하는 원인이다.”

양 진영이 선동 기법으로 국민 분열을 초래하는데 전문가로서 견해는 어떠한가.

“물리적 충돌만 벌어지지 않는다면 분열 상황 극복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물리적 충돌과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양 진영이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싸울 땐 싸워도 양측 모두 상대방에 치명상을 입히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너도 죽고 나도 죽자’식의 선전·선동을 지양해야 하는 이유이다.”

가짜 뉴스와 진짜 뉴스 구분하는 지혜 필요
아리스토텔레스는 민주정체를 위협하는 치명적 요인으로 민중 선동가들의 무절제를 꼽았다.

“민주주의 파괴를 목표로 하는 선전·선동은 암세포와 같은 속성을 지녔다.암세포는 소리 소문 없이 인체에 퍼져나가다 어느 날 목숨을 앗아간다.선동가는 국민으로 하여금 선전·선동에 넌더리가 날 때까지 지겹도록 시간을 끌게 마련이다.국민이 진저리를 내다가 지쳐버릴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넌더리 유도(Ad nauseam)’기술이다.간단한 슬로건을 긴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강조하면서 마치 진실처럼 믿게 하는 것이다.”

선전·선동에는 유튜브 등 레거시 미디어를 대신한 뉴미디어의 역할도 지대해 보인다.

“뉴미디어와 레거시 미디어 간 전쟁이다.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선 후 유튜버 뉴미디어 우대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한국도 유튜버들의 파급력이 지대하다.알고리즘에 기반해 수용자의 확증편향을 유도한다.한국은 전통을 중시하는 유교사상 영향이 남아 있다.신문,잡지,지상파방송 등 레거시 미디어가 다시 주목받는 시대가 올 듯하다.검증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을 쏟아내는 유튜브 등의 한계는 분명하다.”

비록 패망했지만 나치 독일의 선전·선동은 강력했다고 평가받는다.요체와 한국 사회의 시사점은 무엇일까.

“큰 거짓말(big lie)에 기반한 선전·선동술을 펼쳤다.나치 독일 대중계몽선전국가부 장관 괴벨스는‘분노와 증오는 대중을 열광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선전의 가장 큰 적은 지식인주의이다’라고 했다.반(反)지성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한 것이다.옳은 말 하는 지식인부터 제거해야 대중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이다.”

대중이 선전·선동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사자성어는 선전·선동을 이해하는 기초라 할 수 있다.가짜 뉴스와 진짜 뉴스를 구분하는 지혜도 필요한 시점이다.정치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정치는 내 삶과 상관없다’는 태도는 위험하다‘당신은 전쟁에 관심이 없을지라도 전쟁은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레온 트로츠키의 격언을 되새겨야 한다.선동당하는 어리석은 국민,앞서나가지 못하는 국민은 순식간에 노예로 전락할 수도 있다.늘 공부하는 자세로 깨어 있어야 하는 이유다.세상사를 단순하게 보이는 대로 믿지 말고 한 번 더 고민하고 생각해야 한다.”

최성환 박사는 계엄령 사태는 국민에게 깊은 상처를 남길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의사가 전쟁을 막을 수는 없어도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국민의 정신적 내상을 치료하기 위한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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