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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세계적 경영 석학 로저 마틴 교수 “미국에 추가 생산 시설 건립도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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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이 모든 경제문제를 풀 해결책이라고 여기던 시대는 이제 막을 내렸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고율 관세를 휘두르며 자유무역 질서가 흔들리는 가운데 세계적인 경영 석학 로저 마틴 캐나다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자유무역 시대의 종언을 얘기했다.그는 최근 WEEKLY BIZ 인터뷰에서 “1960년대 이후 60여 년 동안 전 세계 식자층은 자유무역이‘모두에게 더 좋은 것’이라고 홍보해왔다”며 “하지만 자유무역으로 일자리를 잃는 저숙련 근로자의 삶은 점점 더 비참해졌다”고 말했다.최근 자유무역 침몰의 근간에는 저렴한 해외 수입품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수많은 근로자가 있었다는 뜻이다.
-자유무역의 확대가 모두에게‘축복’은 아니었나.
“중국의 싼 공산품이 미국에 밀려 들어왔을 때를 생각해보자.(한 나라가 더 잘 만드는 물건을 집중적으로 생산해 수출하자는) 경제이론과 현실은 달랐다.미국에선 중국산 물건 때문에 제조업 부문 경쟁력이 떨어졌지만,이 부문 근로자 전부가 성장하는 산업으로 이직해 일할 순 없었다.평생 공장 조립 라인 옆에서 일하던 40~50대 근로자들이 코딩을 배워 IT 회사에 취직하는 게 쉽겠나.더구나 민주당은 실제 산업 현장의 현실을 잘 몰랐던‘이론가’들 얘기에 귀 기울였다.그러고선 중국과의 무역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불평을 하면‘자유무역의 이상을 지켜야 하니,이제 그만 입 닫으라’고 대응했다.이에 대한 반작용이 트럼프의 정치적 지지율 상승이었다.”
-대중(對中) 무역에서 왜 미국은 큰 피해를 봤나.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래 중국산 싼 공산품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각국의 일자리를 빠르게 앗아갔다.문제는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공정한 룰(규칙)을 준수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은 완전한 자유무역이 아니었다.미국은 중국 제품에 개방적이었지만,반대로 중국은 미국 제품이 자유롭게 들어오는 걸 막았다.더구나 중국은 수출에 유리하도록 자국 화폐의 가치를 낮게 유지할 수도 있고,환경·노동 규제를 무시하고 저렴하게 제품을 만들 수도 있었다.”
-미국의 관세정책의 효과로 일자리가 늘까.
“관세 부과가 일자리를 만드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보지는 않지만,(고관세를 피하기 위해) 해외 기업들이 미국 내에 생산 시설을 많이 지으면 미국인들에겐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현대차가 한국에서 만든 차를 미국에 보내는 대신 미국 내에서 만들어 판다면 미국 입장에선 미국 내 일자리를 늘리고,한국과의 무역에서 기록하는 적자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캐나다는 미국의 25% 관세 부과 위협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캐나다는 미국과의 무역에 과도하게 의존해왔다.캐나다 수출의 77%가 미국으로 향한다.같은 언어를 쓰고,기차나 트럭으로 물건을 보내기도 쉬웠기 때문이다.그런데 이러한‘무역 집중도’가 캐나다에는 약점이 됐다.만약 한 고객이 특정 기업이 만드는 물건 77%를 사주고 있다면,그 고객은 가격 책정 등을 두고 기업을 쥐고 흔들 것이다.캐나다는 서둘러 수출을 분산해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한국의 경우 1위 수출국 중국(19.5%)이나 2위 수출국 미국(18.7%)이 전체 수출에서 각각 비율이 모두 20%를 넘지 않는다.수출의 집중도 측면에서 한국의 상황은 캐나다보다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국은 어떤 대비가 필요할까.
“트럼프는 상대적으로 많은 무역 적자를 기록하는 세 나라(중국,멕시코,무료 과캐나다)를 대상으로 관세 부과를 이미 시작했거나 예고한 상태다.이대로라면 (미국 상대로 무역 흑자를 내는) 한국 역시 관세 부과 타깃이 될 수 있다.이에 한국은 먼저 미국에 생산 시설을 확대하는 식의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한국 기업은 글로벌 기업이라 세계 어느 나라에든 생산 시설을 배치할 여력이 될 것이라고 본다.또 미국 기업이 한국에 더 쉽게 수출할 길을 열어줘 미국의 무역 적자 폭을 줄여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유무역 퇴조 외에도 인공지능(AI)이 전 세계 화두다.한국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삼성전자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를 스마트폰에 탑재하면서 소프트웨어 관련 역량을 키울 기회를 잡지 못한 측면이 있다.한국 기업들은 이제라도 AI 시대에 발맞춰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이러려면 미국 실리콘밸리에 연구 시설부터 강화해야 한다.뛰어난 연구자와 이들을 지원하는 회계·법률 전문가들이 몰려 있는 실리콘밸리는 AI 기술 발전을 주도한다.멀리 떨어진 한국에서 지켜만 보지 말고‘게임의 일원’이 될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의 미래 전략에 조언하자면.
“새로운 산업 분야로 완전히 전환하는 게 유일한 답은 아니다.대신 기존 제품에 추가 기능이나 편리함을 더해 (경쟁 제품과) 차별화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예를 들어 프록터앤드갬블(P&G)은 세탁용 액체 세제 타이드(Tide)의 인기에 안주하지 않았다.물에 녹는 비닐에 한 번 세탁하는 데 필요한 세제,얼룩 제거제 등을 나눠 담은 캡슐형 세제를 개발했다.이런 캡슐형 세제는 기존 액체 세제보다 비싸지만 소비자들은‘편리하다’는 이유로 캡슐형 세제를 찾는다.AI는 그 자체로 독자적인 산업이라기보다는 어떤 산업에나 적용할 수 있는‘기술’이다.어떤 형태의 산업이라도 AI 기술을 적용해 자사 제품·서비스를 차별화하려고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로저 마틴 교수
캐나다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2017년 경영학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싱커스 50’에서 세계 1위 경영 사상가로 선정되는 등 세계적인 경영 석학으로 꼽힌다.프록터앤드갬블(P&G),오락실 슈팅게임레고,포드 같은 유명 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 경영 전략을 조언하기도 했다.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같은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MBA)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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