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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기획 스트레이트]

■ 드라마와 현실

◀ VCR▶

"불법이고 나발이고 사람부터 살려야 될 거 아니야,무료 슬롯 베스트 온라인 카지노진짜!"

지난 1월 공개된 넷플릭스의 '중증외상센터' 죽음의 문턱 앞에서 환자를 살려내는 외상전문의들의 고군분투를 다룬 드라마입니다.

"헬기 진짜 안 보내준대요?"

"살리면 살릴수록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겠죠."

"헬기 못 뜨게 하는 게 현실이랑 같다","국가에서 지원 못해줘서 문 닫는다는 소리가 있다","저런 의사선생님들이 소수라는 게 슬프다"

의정갈등에서 촉발된 한국 의료 시스템의 붕괴.비현실적인 장면 사이사이에서 시청자들은 아픈 현실을 봤습니다.

[허윤정/분당서울대병원 연구협력교수]
"현실에는 중증외상센터가 있는데,사실은 이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이 현실에 있으니까 약간 좀 모든 국민들의 바람?'아,저런 게 정말 저렇게 잘 작동됐으면 좋겠다' 이런 소망?이런 것들 때문에 훨씬 더 국민들이 더 열망하지 않았을까."

■ 무너져가는 생명의 최전선

◀ 이휘준▶

이어서 임상재 기자와 의정갈등 1년이 지난 지금,한국 의료의 상황을 알아보겠습니다.

점점 수렁에 빠지는 의료 현장과 대비가 되면서 이 '중증외상센터'라는 드라마가 더 인기를 얻은 것 같기도 합니다.

◀ 임상재▶

네,더구나 이 드라마는 권역외상센터가 자리를 잡기 시작한 2015년이 배경이라고 합니다.

외상센터의 중요성이 사회적으로도 인정받고 의료진도 의욕에 넘칠 때였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외상센터의 현실은 어떤지 살펴보겠습니다.

◀ VCR▶

지상에서 52미터 위에 짓던 고가도로 상판이 힘없이 무너져 내립니다.

지난 화요일 경기도 안성에 있는 서울-세종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났습니다.

[심현보/사고 목격자]
"측면에서 이렇게 보니까 그 빔(상판)이 다 없어진 거야.그래서 '아,빔(상판)이 쏟아졌구나,무너졌구나'"

4명이 목숨을 잃었고,6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상태가 심각한 5명은 소방헬기와 닥터헬기까지 동원돼 심폐소생술을 하며 천안단국대병원과 아주대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충남권역외상센터와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사고 중상환자 보호자]
"<빨리 이송이 돼서 조금 다행이었던 부분이 있나요?> 그렇죠.그게 제일 큰 거래요.'만약 차 타고 왔으면 시간이 더 지체됐을 거고,헬기 타고 와서 산 거예요' 그랬어요.'감사합니다' 그랬죠.그래서 살아있는 게 대단한 거라면서 막 그렇게 얘기도 해 주시고."

7년 전 김혜영 씨의 어머니는 신호를 위반한 차에 치여 온몸의 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해 권역외상센터로 실려왔습니다.

[김혜영/중증외상환자 보호자]
"그때 교수님이 하셨던 말씀이 '할 거를 다 했다.근데 피가 안 멈춰가지고.' 제가 생각하기에는 정말.그러니까 한 사람을 살려주신 게 아니고요,그 가족까지 다 살려주신 거거든요.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사람을 살리는 '신의 영역' 같은 그런?그런 느낌이요."

김 씨 어머니의 목숨을 구한 의정부성모병원 경기북부권역외상센터를 찾아가봤습니다.

저녁 7시 반.당직을 서던 조항주 교수의 전화가 울립니다.

[조항주/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장]
"여보세요?<네,안녕하십니까.여기 의정부소방서 구급대원인데요.저희 40대 남성,차 대 오토바이 교통사고 신고 건인데.> 오토바이겠네요?혹시 시속 몇 km 정도로 다쳤을까요?<말씀으로는 40km에서 50km라고 하시고.> 40km에서 50km면 중증 외상 기전이잖아요.<네.> 네,그럼 오셔야죠.<아,그럼 수용 가능한 건가요?> 네."

15분 뒤 경추보호대를 한 환자가 이송됐습니다.

"지금 어디가 제일 아프세요?몸통은 안 부딪혔어요?"

[조항주/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장]
"우리 목숨하고 제일 관여되는 부분이 머리,가슴,배니까 그쪽에 괜찮은 거 확인하고.내부에서 출혈하는 거는 나중에 알게 되면 이미 늦은 경우도 많고 그래가지고."

1시간쯤 뒤 또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조항주/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장]
"알겠습니다.오십시오.네.<이분도 오토바이(사고)예요?> 아니요.차에 부딪혀가지고.<보행자.> 네,보행자.(시속) 30km 이상이고 3m 정도 끌려갔다."

곧장 환자에게 달려갑니다.

외상외과 전문의 16년차인 조 교수.이렇게 일요일 아침부터 화요일 아침까지 48시간,꼬박 이틀을 일했습니다.

이런 당직은 한 달에 8번씩 돌아옵니다.

아예 연구실 안에 간이 침대를 뒀습니다.

[조항주/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장]
"<숙직실이 아니라 여기다 침대를 놓으신 이유가 있으세요?> 아,숙직실이 아니고 여기 방이 우리 삶의 공간이에요,그냥.피곤하면 좀 자다가 또 전화 받으면 또 일어나고.그런데 어쨌든 간에 예측은 불가능해.그게 제일 어려운 점 중에 하나 같아요."

전국의 권역외상센터는 모두 17곳.2011년,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된 선박을 구하기 위한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이국종 교수가 살려낸 일을 계기로 중증외상 치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며 설립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늘 어려움이 따랐습니다.

[이국종/당시 아주대병원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장 (2019년 11월)]
"헬기 같은 것도 보세요.헬리콥터.계속 못 들여오게 했다고요.저는 '아무거나 날아만 다니면 된다' 해서 그냥 이렇게 쓰고 있는데."

무엇보다 돈이 안 되는 현실이 문제였습니다.

외상환자를 치료할수록 병원은 손해를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조항주/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장]
"동맥이 끊어져가지고 피가 그렇게 많이 났는데 이거 연결해야지,평생 잘못해서 이거 팔 자르게 되면 어떡해요.그래가지고 이제 새벽 3시에 이제 눈 막 밝게 해놓고서 이제 막 루페(확대경)로 막 혈관 막 이렇게 (수술 마치고) 딱 봤더니 '55만 원' 수술료.되게 자괴감 들죠.<건강보험 다 적용해서 수가로 계산했을 때> 네.수가가,수술료가 55만 원.<그러니까 병원에 그냥 55만 원만 들어오는 거네요,수가가.> 그렇죠,수술료."

정부가 인건비와 시설,장비를 지원하지만 지원금은 몇 년째 600억 원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의욕적으로 외상센터에 합류했던 의사들은 살인적인 업무와 비용에 대한 스트레스로 하나 둘 떠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983년,일하다 다치는 공단 노동자들을 위해 문을 연 고려대 구로병원.2014년엔 중증외상전문의 수련센터를 설립해,bet365 개경주 결과확인지금까지 20명 넘는 외상 전문의를 배출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운영이 중단될 뻔했습니다.

지원자 감소를 이유로 정부가 연간 5억 원씩 지원되던 예산을 삭감했는데 뒤늦게 서울시가 긴급 예산을 투입했습니다.

[오종건/고려대 구로병원 중증외상전문의 수련센터장]
"실망스럽고 당황했고,그다음에 이제 저희가 특히 올해는 정형외과 1명,신경외과 1명이 이 프로그램으로 이제 수련을 받겠다고 지원자가 있었던 상황이기 때문에.그런데 이 수련 프로그램이 딱 중단된다고 통보를 받으니까 '아,얘들한테는 뭐라고 얘기를 해야 되지?' 뭐,이런 고민?되게 안타까웠죠."

<스트레이트>의 서면 인터뷰에 응한 외상 전문의 8명 중 7명은 동료 의사들로부터 '굳이 왜 외상전문의를 하려고 하냐'는 반응을 들은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권역외상센터로 실려오는 환자 중 상당수는 공장이나 건설,배달 현장에서 일하는 사고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들입니다.

외상센터가 처한 현실은 우리 사회가 이 목숨의 무게를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오종건/고려대 구로병원 중증외상전문의 수련센터장]
"외상 환자가 사회 취약 계층인 경우들이 많아요.전반적으로.그 오토바이 사고 많이 나는데,그걸 빠른 속도로 가서 어디에다 배달을 하는데,누가 그걸 하고 싶겠습니까?삶이 팍팍하고 어려우니까 그분들이 그거 하다가 다치는 거잖아요.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될 약자들이거든요,이 사람들이.그분들한테 우리가 돈을 얼마를 쓸 거냐,이런 문제인 거예요.이게 뭐 수가가 반영이 어떻게 돼서 병원이 수익이 나고 안 나고 이런 문제가 아닌 거예요."

■ 피해는 환자의 몫

◀ 이휘준▶

그런데,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은 권역외상센터 같은 필수의료 시스템을 두텁게 하겠다는 명분으로 시작되지 않았습니까.정작 효과는 보이지 않는 그런 상황인 것 같습니다.

◀ 임상재▶

네,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 공백이 길어지면서 의료 시스템이 개선되기보다는 오히려 환자들의 피해가 점점 커지는 상황입니다.

◀ VCR▶

세종시에 사는 30대 산모 이나래 씨.쌍둥이 임신 28주차 였던 작년 12월 1일 자정,갑자기 양수가 터졌습니다.

구급대원들이 전국의 대학병원 수십 곳에 전화를 돌렸지만,받아주는 데가 없었습니다.

[김포구·이나래/'응급실?뺑이’피해 부부]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리스트를 딱 뽑으셔서 다 전화한 걸로 알고 있어요,토토로의숲 울산점저는.<최소 30개,40개 아니었을까?넘었어?> 넘었어.<사실 저는 구급차에서 누워서 진통을 하면서 첫 번째 생각으로 이제‘아기들이 살 수 있을까’만약에 저랑 아기들을 살려야 되는 상황이 온다면‘일단 아기들을 먼저 살려달라’남편한테 일단 얘기를 했었고요.>"

병원들은 의사가 없다고 했습니다.

[김포구·이나래 / '응급실?뺑이’피해 부부]
"우선 NICU(신생아집중치료실)가 없고요.그리고 인력 부족이요.선생님이 없다.거의,거의 그런 게 많고.<너무 아프고 그런 상황에서 솔직히 너무 대학병원이나 이런 현실들이 너무 원망스럽기도 했고요.>"

6시간을 구급차에서 헤매다 아침 7시가 돼서야 대구의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응급 처치가 지연되면서,아이들은 심장과 폐에 문제를 갖고 태어났습니다.

[이나래/'응급실 뺑뺑이' 피해 산모]
"응급조치만 빨리 됐어도 폐성숙 주사를 맞고,아기들의 폐를 좀 더 펴고,그리고 이제 좀 안정적인 상태로 나올 수 있었을 텐데.그래서 첫째 아기는 사실 동맥관도 이제 잘 닫히지 않아서 수술까지,심장 수술까지 했고요."

의정 갈등 1년.'응급실 뺑뺑이'는 이제 일상이 돼버렸습니다.

[김성현/전국공무원노조 서울소방지부 구급국장]
"출동이 많은 센터의 경우에는 보통 10건을 나가면 한 2건 정도는,2~3건 정도는 병원을 못 찾아서 진짜 이 사람은 병원을 꼭 가야 된다고 판단되는 부분인데도 못 가는 환자들이 발생하는."

의대 정원 증원은 필수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 중증 환자를 더욱 적극적으로 돌볼 수 있는 의료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명분으로 추진됐습니다.

[조규홍/보건복지부 장관 (의과대학 정원 확대 브리핑,2024년 2월 6일)]
"필수의료가 벼랑 끝 위기에 놓인 가운데,정부는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절박감으로 그동안 시도하지 못했던 담대한 의료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증원 문제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의 기싸움이 시작되면서 전공의들은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들은 휴학에 들어갔습니다.

지난해 12월,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공포된 포고령 1호에는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처단한다'는 협박이 담겨 있었습니다.

[사직 전공의 (2024년 12월 4일)]
"계엄령으로,무력으로 한다는 게 '지금 21세기 민주주의 국가를 살고 있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공의 집단 사직 1년째.의대 정원 규모를 논의할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설치 법안은 이제 국회 보건복지위 소위만 통과했고 의대 학장들은 증원하기 전으로 정원을 되돌리자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주호/사회부총리·교육부 장관 (국회 교육위,2월 26일)]
"의대 학장님들께서 이제 3,058명(증원 이전 정원)을 건의를 해 주셨고요.교육부는 이에 대해서 '의정 갈등을 위한 해소도 중요하지만,또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 등을 고려할 때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 이렇게 좀 답변을 드렸고요."

출근하는 전공의는 아직도 10명 중 1명도 안 됩니다.

병원은 멈춰섰습니다.

6대 암수술 건수는 17% 줄었고,간과 위암 수술은 20% 넘게 감소했습니다.

한시가 급한 암환자들이 수술을 제때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안기종/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그럼 이 기간 안에 항암 치료를 해야 되는데 연기됐잖아요.그러면 그사이에 재발해버리면 그 뒤에 사망하거나 아니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치료를 해야 되거든요.암 같은 제때 치료받아야 될 환자하고,희귀 난치 질환 환자들은 서울의 빅5 병원이나 이제 특정 병원에서만 치료할 수가 있는 경우가 많이 있거든요.그런 환자들이 특히 피해를 많이 봤었죠."

지난해 권역외상센터로 먼저 갔다가 다른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 중 응급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의사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옮겨진 환자의 비율은 40%가 넘었습니다.

1년 전보다는 2배,5년 전보다는 6배나 늘어났습니다.

외상 치료를 지원하는 내과와 외과 같은 필수의료과도 여력이 부족해졌기 때문입니다.

[허윤정/분당서울대병원 연구협력교수]
"외상센터는 외상외과 스탭(의료진)만 일하는 건 아니거든요.외상외과 스탭.그러니까 일반 외과,흉부외과 뭐 굉장히 여러 스탭들이 협업하거든요,신경외과부터 시작해서.그래서 그분들이 한 환자를 동시에 수술하기도 하고,또 각각 수술하기도 하고,또 건너 건너 수술하기도 하고.환자에 따라 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개별적)거든요."

의료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돌아갔다면 살릴 수 있었지만 결국 숨진 초과 사망 환자가 3천 명에 달한다는 추산도 나옵니다.

얼마 전 조항주 교수는 초등학생 때부터 외상 전문의를 꿈꾸던 한 고등학생에게 메일을 받았습니다.

편지엔 여전히 의욕이 넘쳤지만,근심도 가득했습니다.

"매일 밤을 새워가며 최선을 다해 노력했고 외상외과 의사가 된 미래의 모습을 꿈꾸며 피가 터지게 공부했습니다.갈수록 마주해가는 외상외과의 암울한 현실이 저의 꿈을 자꾸만 흐리게 만듭니다."

조 교수는 이렇게 답장을 보냈습니다.

[조항주/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장]
"사회적으로도 계속 관심을 갖고,이 분야는 절대 다른 데보다 이렇게 손해 보지 않고,점점점점 더 이렇게 발전할 수 있도록 여러 사람들이 신경을 써주기 때문에 네가 나중에 선택을 할 때쯤 되면 더 좋을 것이다.앞으로 그렇게 더 만드는 게 우리의 사명이잖아요.후배들이 할 때는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하는 게."

생명을 살리는 최전선에 서고 싶다는 꿈을 우리 사회는 지켜줄 수 있을까요.

[오종건/고려대 구로병원 중증외상전문의 수련센터장]
"'의사가 사명감을 갖고 일을 해야지' 그건 통하지 않습니다.사람이 이렇게 막 망가진 사람을 딱 (치료)해가지고 걸어 다니고,그 사람이 와서 나한테 고맙다고 그러면 그게 얼마나 좋은 일이에요.그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은 있어요.그걸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돼요,이 사회가.그 이유는 생명의 가치가 굉장히 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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