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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의 시간은 끝…이젠‘돈 버는 시간’
5년 전으로 시계추를 되돌려보자.SK바이오팜은 증시 상장과 함께 고평가 논란을 마주했다.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신약 개발·판매 업체라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기대감과 의구심이 공존했다.“한국 신약이 되겠느냐”는 비관적 시선도 존재했다.최근까지도 연구개발 등으로 비용은 늘고 수익은 창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2023년 결손금 규모만 8615억원에 달했다.그런데도 SK바이오팜은 빅바이오텍을 외쳤다.지난해 본격적인 이익 창출 구간 진입을 강조했고 결국 증명했다.SK바이오팜은 지난해 연간 매출 5476억원,영업이익 963억원을 기록했다.
흑자로 돌려세운 아이템은 자체 개발 뇌전증 신약‘세노바메이트(제품명 엑스코프리)’다.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약 개발 →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획득 → 직접 판매를 아우르는 국내 유일 바이오파마”라면서 “상업화 비즈니스 모델을 실적으로 증명한 첫 주자”라고 평가했다.이익 창출 구간에 진입한 SK바이오팜의 다음 목표는 빅바이오텍이다.자체 개발 신약 판매 기술 수출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고,이를 바탕으로 빠른 의사 결정을 내려 또 다른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전략이다.의사 결정 속도가 느린‘빅파마’와 자본력이 부족한‘바이오텍’의 약점을 보완한 모델이다.

증권가 밸류 산정 지표도 고공행진
세노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 신약이다.부분 발작 증상을 보이는 성인 뇌전증 환자에게 처방되는데,경쟁 약물 대비 우수한 효능이 강점이다.뇌전증 치료제의 경우 완전 발작 소실률(발작 증상 억제 비율)이 핵심 지표다.세노바메이트의 완전 발작 소실률은 최대 용량군(400㎎)에서 약 21%로 나타났다.경쟁 약물의 완전 발작 소실률(2~5%) 대비 효능이 확실하다.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 초기 연구개발부터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는 물론이고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독자 수행했다.국내에선 유일무이한 사례다.
미국에서 엑스코프리 이름으로 판매되는 세노바메이트는 미국 내 처방 건수(TRx)가 큰 폭으로 늘었다.지난해 12월 기준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시장 월간 처방 건수는 3만5516건으로 2022년 처방 건수(1만7567건)와 비교하면 2배 수준이고 2023년 처방 건수(2만6059건)와 비교해도 약 1만건 늘었다.매출 추이도 상승 곡선이다.첫해인 2020년 약 127억원의 미국 매출을 달성한 세노바메이트는 지난해 438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올해는 5700억~6100억원 매출을 내다본다.증권가는 현재 추세라면 2027년 미국 뇌전증 시장 1위 등극도 가능하다고 예측한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27년을 기점으로 엑스코프리 매출이 경쟁사 브리비액트를 뛰어넘을 것”이라며 “현재 매출 1순위 제품 브리비액트는 2026년부터 특허 만료로 매출 역성장이 전망되는데,지금 잘 팔리는 신약 중 2030년 이후까지 특허권을 유지할 제품은 엑스코프리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2027년경 경쟁사의 새로운 신약이 등장할 전망이지만 엑스코프리 매출 하향 요인은 아니다.(경쟁 신약의 경우) 부작용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2개 이상의 약물을 동시에 복용해야 하는 뇌전증 처방 특징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성장세에 힘입어 SK바이오팜은 미국 내 세노바메이트 매출로만 2032년까지 4조원 이상 현금 확보를 기대한다.2023년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이 중장기 성장 전략과 함께 발표한 목표치다.쉽진 않지만 세노바메이트 원가를 고려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세노바메이트 원가는 7~8% 안팎으로 추정된다.SK바이오팜 제품 매출 대부분은 세노바메이트로 발생하는데,지난해 연간 SK바이오팜 매출 원가율이 7.8% 수준이기 때문이다.IR 자료 속 매출(5476억원)과 매출총이익(5045억원)을 역산해 계산한 수치다.물론 직접 판매 구조상 마케팅,현지 인력 관리 등 비용이 존재하지만 향후 시장에서 공고한 자리를 잡게 되면 충분히 개선이 가능한 항목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본격적인 이익 레버리지 구간에 진입했다”고 강조했다.점유율 확대로 매출 증가에 비례해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것을 넘어 매출 증가율보다 영업이익 증가율이 더 큰 현상을 의미한다.쉽게 말해‘제대로 돈 버는 시간’이 도래했다는 평가다.
SK바이오팜 성장세에 증권가도 일제히 SK바이오팜 밸류에이션을 높이는 분위기다.대표적인 밸류에이션 산정 지표(EV/EBITDA,잠깐용어 참조)를 보면 글로벌 빅바이오텍을 비교 그룹으로 꼽거나 국내 주요 바이오 기업에 할증한 수치를 적용 중이다.미래에셋증권은 EV/EBITDA 27배를 제시했다.그러면서 “동사가 롤모델로 삼는 버텍스파마슈티컬즈의 실적 성장기(2019~2021년) 멀티플”이라고 덧붙였다.DS투자증권은 24.2배로 산정하며 “미국 직판 기업 셀트리온과 녹십자 12개월 선행 평균 EV/EBITDA에 20% 할증한 수치”라고 설명했다.메리츠증권은 34.8배를 제시했는데 유한양행과 셀트리온,녹십자 평균 EV/EBITDA에 30%를 할증한 값이다.증권가는 SK바이오팜의 빅바이오텍 목표를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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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의약품 관세는 변수
빅바이오텍 도약을 위한 과제도 놓여 있다.일단 한 가지 제품의 과도한 매출 의존도가 문제다.세노바메이트의 지난해 매출액은 4387억원이다.SK바이오팜 연간 매출액의 80.1%다.세노바메이트 미국 특허가 만료되는 2032년까지 대체 품목을 마련하지 않으면 급격한 매출 하락이 불가피하다.SK바이오팜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실적 설명회 때마다 “제2제품군(세컨드 프로덕트)을 준비 중”이라고 밝히는 배경이다.조형래 SK바이오팜 글로벌커뮤니케이션 본부장은 “이르면 올해 상반기 내 엑스코프리를 잇는 차세대 물질의 계약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세컨드 프로덕트는 현지에서 바로 판매할 수 있는 수준의 물질 도입일 것으로 예상된다.특히 중추신경계(CNS) 질환 파이프라인을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세노바메이트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허혜민 애널리스트는 “현재로서는 품목을 알 수 없지만,파워볼 채팅방도입 제품이 무엇인지에 따라 제품 간 시너지 효과와 매출 상승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동시에 SK바이오팜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약품 관세 압력 대응 방안 마련에도 나선 상태다.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의약품 관세 25% 부과 가능성을 언급했다.SK바이오팜은 원료의약품 생산 후 캐나다 CMO(위탁생산 업체)에서 완제의약품을 생산 중인데,생산라인을 변경하는 방침도 고려 중이다.
잠깐용어 *EV/EBITDA EV(Enterprise Value)는 기업의 총시장 가치를 의미한다.시가총액에 부채총액을 더한 뒤 현금성 자산을 빼는 형태로 계산한다.현금을 차감하는 이유는 단순한데,EV가 과도하게 부풀려지지 않기 위함이다.EBITDA는 이자비용과 감가상각비 등을 차감하기 전 이익이다.이를 고려하면 EV/EBITDA는 EV를 EBITDA로 채우는 데 몇 년의 기간이 걸리는지 확인하는 지표다.예를 들어 EV가 10억원,EBITDA가 2억원인 A회사가 있다고 가정하자.EV/EBITDA 값은 5다.즉 A회사를 10억원에 인수하면 투자금 회수 기간이 5년이라는 의미다.시장에선 이를 기반으로 기업 밸류에이션을 산정한다.
[최창원 기자 ]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8호 (2025.02.26~2025.03.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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