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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프레임은 어디서 비롯됐나…‘여자대학’의미,함께 고민해야

2025년 2월9일 오후‘민주 동덕에 봄은 오는가’집회가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일대에서 열려 동덕여대 학생 등 집회 참석자들이 교화인 목화꽃이 인쇄된 손팻말을 들고 있다.한겨레 김영원 기자
2025년 2월9일 오후‘민주 동덕에 봄은 오는가’집회가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일대에서 열려 동덕여대 학생 등 집회 참석자들이 교화인 목화꽃이 인쇄된 손팻말을 들고 있다.한겨레 김영원 기자

2025년 2월9일 오후 5시 서울 안국역 앞 시위 무대에 가수 하림이 섰다.“제가 이곳에 선다는 소식이 신문기사로 나간 뒤 역시나 욕설이 섞인 메시지를 많이 받았습니다.만약 저에게조차 이렇다면 여러분이 당하는 설움이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은 동덕여대 학생들이 학교 쪽의 일방적인‘남녀공학 전환’검토·추진,누누티비 카지노2학생 형사고소 등에 반발해 학교 밖에서 세 번째로 연 시위 현장이다.하림은 말을 이어갔다.“저는 동덕여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당시 했던 것이 고통과 연대하는 노래,저항하는 예술에 대한 것이었습니다.그때 학생들이 여성음악가로서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어떻게 소비되는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나눴습니다.(…) 그러한 문제들은 지금도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더욱 교묘한 형태로 지속되고 여러분의 선배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그 제자들이 떠올라서,여러분들에게 응원을 보내기 위해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하림 “응원하기 위해 나왔다”


2024년 11월11일 동덕여대생들의 본관 점거로 본격화된‘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반대 시위는 그동안 언론을 통해‘폭력적 시위’로 조명돼왔다.전 동덕학원 이사장 동상,학교 바닥 등에 한 래커칠,취업박람회장 훼손 등이 보도의 골자였다.심지어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동덕여대 남녀공학 반대 시위를 “수법과 본질이 동일하다”며‘서울서부지법 폭동’에 빗대기도 했다.

손쉬운 조롱과 혐오도 빗발쳤다.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11월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울 ㄷ여대’라고 언급하며 “블라인드 채용 제도라 할지라도 가능하다면 이 대학 출신은 걸러내고 싶다”는 발언을 했다.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한 개그맨은 호감을 가진 여성이‘동덕여대를 다닌다’고 하자 “나가리네”라고 말하는 쇼츠를 올렸다.동덕여대 총학생회가 11월20일‘남녀공학 전환 찬반’을 묻기 위해 학생총회를 열고 거수투표를 한 결과 1941명이 참석해 1939명이‘반대’에 투표했다는 기사에는‘많은 학생이 남녀공학 전환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같다” “공산당이냐”와 같은 댓글이 줄을 이었다.서울대도 같은 방식의 거수투표 총회를 비슷한 시기에 열었지만‘공산당 연상’같은 댓글은 없었다.하림이 2025년 2월9일 집회에서‘학생들이 받아왔을 설움’을 언급하며 시위 참석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한 이유다.

동덕여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여자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은 여학생들의 단체행동에 대해 사회가 덧씌우는 프레임에 깊이 공감했다.“‘군대에서 축구 한 이야기’만큼‘여대에서 투쟁한 이야기’도 정말 3박4일 동안 할 수 있어요.여학생의 투쟁에 대해 한국 사회는 훨씬 많은 프레임을 갖고 있고 그걸 벗어나면 혐오와 조롱이 따라와요.”‘인간다운 삶을 위한 정치적 대화의 장’을 지향하는 망원정엑스(x)가 2월24일 연‘동덕여대 투쟁,어떻게 승리할 것인가’오픈마이크 자리에서 장태린씨가 말했다.

장씨는 숙명여대를 졸업했다.“숙명여대에서 총장직선제 쟁취를 위해 40~50일 천막농성도 했고,망언한 숙명여대 출신 정치인을 규탄하는 투쟁 등도 강도 높게 했지만,언론이 그다지 자세하게 취재하지 않았어요.딱 한 번,숙명여대가 보도의 중심이 된 때가 있었는데‘트랜스젠더 학생 입학’에 대한 학생들의 환영과 반대 등으로 결국 입학이 좌절된 때였어요.” 장씨는 그때도 언론은 “여자대학의 정체성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보도하기보다‘선정적 보도,경마식 보도’만 일삼았다”며 “여자대학이 여러 가지 이슈를 가지고 학내 투쟁은 물론이고 정치·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내는데,유독 젠더 이슈에 대해서만 더욱 선정적으로 집중 조명하는 플래시가 터진다”고 지적했다.

‘폭력 프레임’짠 학교 본부


동덕여대 학생들의 투쟁은 정말‘야만적 폭력’에 불과한 걸까.동덕여대 학생들에게 남녀공학 전환은 어떤 문제일까.학생들이 가장 격렬하게 내세우는 투쟁의 이유는 학교의 불통,그리고 학생들을 대변하고 보호하고 교육하지 않는 교육자에 대한 불신이다.

‘폭력‘테러’라는 단어를 가장 먼저 발화해 신남성연대·이준석 등에게 폭력 프레임의 미끼를 던져준 것은 다름 아닌 학교 본부라는 게 학생들의 입장이다.학생들이 본관을 점거한 지 하루 만인 2024년 11월12일 동덕여대는 김명애 총장 명의로 된 입장문을 발표했다.“(학생들은) 본관 점거를 시작하며 직원을 감금하기도 하였습니다.현재 대학 내 모든 강의실 건물을 무단 점거하여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있으며,온라인에 교직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온라인 테러를 가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이와 같은 폭력사태가 발생 중인 것을 매우 비통하게 생각합니다.” 동덕여대재학생연합 소속 한 학생은 “학생들이 누구를‘감금’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11월11일 처장단이 약속한 시간에 오지 않아 학생들이 항의의 의미로 몰려가자 교직원이 스스로 문을 걸어 잠근 것을 감금이라 말할 수 있을까.사실을 왜곡해 자극적인 단어를 포함해 학교가 입장문을 낸 것은 다분히 고의적이었다”고 말했다.

동덕여대 쪽은 학생들의 시위 직후‘손해액’이 24억~54억원에 달한다는‘손해사정표’를 언론에 발표하기도 했다.최현아 전 동덕여대 총학생회장은 “30억원 차이가 나는 손해액이 객관적인 손해액인지,아니면 학생을 겁박하기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점거를 시작한 주말인 11월16일에는 신남성연대가 동덕여대 앞에 찾아왔다.신남성연대는 그날부터 4주간 동덕여대 앞에 집회 신고를 했다.동덕여대 페미니즘 동아리‘사이렌’의 한 학생은 2월9일 집회 발언에서 “학교에 신남성연대가 시위하지 못하도록 집회 금지 가처분신청을 해달라고 요구했지만‘학교에 신남성연대 지지자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하며 집회 금지 가처분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그는 “학교가 학생들을 여성혐오 집단에 먹잇감으로 내던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동덕여대 본부는 신남성연대 집회 금지 가처분신청은 하지 않았지만 학생들이 학교 본관을 점거하는 행위,구호·노래를 부르고 대자보를 붙이는 행위,학과 잠바 시위 등에 대해서는 업무방해라며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가처분 신청은 기각됐다.)

학교 본부는 이어 학생 21명을 지목해 재물손괴,건조물 침입 혐의로 형사고발도 했다.동덕여대재학생연합 소속 재학생은 “실제로 래커칠을 한 학생이 아니라,학교가 신상을 아는 총학생회 간부,게임 튕김 현상동덕여대 페미니즘 동아리 사이렌 회원들을 마구잡이로 지목해서 고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혐 집단 감싸고,학생은 적으로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은 “이화여대에서 학생들이 등록금 투쟁을 하면서 설립자 김활란 동상에 래커칠을 했을 때 학교 본부는 재빨리 래커를 지웠지,학교가 앞장서서 그 이미지를 퍼트리지는 않았다”며 “동덕여대 본부는 래커칠로 드러난 학생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재물손괴와 폭력행위로 침소봉대하고,고소고발을 남발하는 등 교육자의 역할을 내동댕이쳤다”고 지적했다.

2015년 학교가 일방적으로 여성학 전공을 폐지한 것도 학생들의 불신에 영향을 끼쳤다.2015년 동덕여대에 입학한 졸업생 신소현씨는 “2014년 입시 준비를 하면서 여성학 전공,여성박물관,여성학연구소 등 여성에 특화된 커리큘럼을 소개하는 공보물을 보고 동덕여대에 지원했는데,정작 2015년에 여성학 전공이 폐지됐다는 통보를 듣게 됐다”고 말했다.2015년은 교비 76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교육부 감사 끝에 물러난 조원영 총장이 이사장으로 복귀한 해다.신씨는 “당시에 학교는‘여성학과 지원자가 적다’는 걸 여성학 전공 폐지 이유로 들었다.교육 철학에 입각해 학과 통폐합을 결정하는 학교 본부가 아니라는 경험,일방적인 학교 행정에 대한 불신이 그때부터 학생들에게 켜켜이 쌓여왔다”고 말했다.

게다가 학교는‘남녀공학 전환’여부가 논란이 되자 “(교수들의) 아이디어 차원”(교무처장,2024년 11월14일 학생 면담 속기록)에 불과하다,“아이디어도 못 내놓느냐”고 했다.이현재 서울시립대 교수는 “학교 본부가 학생들을 지갑으로 여기고 아이디어 차원에서 남녀공학 전환을 논하는데 어떤 학생들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렇게 학교 쪽과 학생들 사이에 불신의 골이 깊어지면서 동덕여대의 이번 투쟁에서도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보다 높은 2025년에‘왜 여자대학이 필요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은 논의하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이와 관련해 직접 관련된 연구도 역설적으로 2010년 동덕여대 창학 100주년을 기념한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나윤경 연세대 교수의‘한국 여자대학의 존재 이유’라는 논문이 거의 마지막에 가깝다.당시 논문에서 나윤경 교수는 “더 이상 여성에게 교육 기회가 제한되어 있지 않은 지금,남녀공학대학교가 아닌 여자대학교에서 더 제대로 육성될 수 있을지,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하지만,한국도박관리문제센터  남녀공학 전환을 검토하면서 이를 가장 앞장서서 고민하고 답을 찾아나가야 할 동덕여대학교 쪽은 그 후 15년 동안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오히려 학생들의 지적대로 일방적으로 학부에서 여성학 전공마저 폐지해 버렸다. 

2025년 2월26일 신남성연대가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열린 대통령 윤석열 탄핵 요구 집회 현장에 찾아가 학생들을 가로막았다.신남성연대는 2024년 11월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반대 집회에도 찾아가 학생들을
2025년 2월26일 신남성연대가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열린 대통령 윤석열 탄핵 요구 집회 현장에 찾아가 학생들을 가로막았다.신남성연대는 2024년 11월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반대 집회에도 찾아가 학생들을 위협했다.이종근 선임기자


들불처럼 번지는 지지


답은 학생들이 내놓고 있다.한국에 있는 7개 여자대학은 매우 재빠르게 동덕여대 학생들의 투쟁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동덕여대 졸업생 소양(활동명)에 따르면,동덕여대 시위를 계기로 2024년 11월12일 남녀공학 대학의 여대생 연대모임인‘들불’이 재빠르게 발족하기도 했다.

이들이‘여대 존속’을 지지하는 이유는 뭘까.이화여대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조민형씨는 “가부장적 시선이 없는 해방 공간에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인간’으로서의 여성을 확인하는 공간이 된다”며 “여성으로서의 소수자성이 다른 소수자들을 대상화하지 않고 확장하는 실험실로서의 공간이 된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재학생 류지원씨는 “학교에서 동덕여대 투쟁을 계기로‘다시 만난 여대’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했다.그 때‘여자대학’의 의미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다.미국의 흑인 대학이 여대와 마찬가지로 인종차별 때문에 교육권을 박탈당한 흑인들의 학교에서 시작했지만,지금은 아시안·히스패닉 등 인종 제한 없이 학생들이 입학하고 연구 분야도 흑인에 대한 연구에서 소수자에 대한 연구로 확장됐다고 한다.여자대학이 많은 위험요소가 통제된 상태에서 더 풍부하게 행동하고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카지노사이트 직원그 상상력이 사회로 확장될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고‘여자대학’존속이 필요하고 동덕여대 투쟁에 지지하는 이유를 말했다.

동덕여대 졸업생 소양은 “여대에 이미 존재하는 트랜스젠더퀴어들이 학내 자치 활동을 통해 여대 공간의 의미를 다시 쓰고 있다‘여대’공간에 대한 더 많은 고민과 논의가 계속되게 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여자대학’은 존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여대의 필요성을 페미니즘을 빼고서는 말할 수 없다.여성끼리 다녀서 안전한 공간을 넘어서서 페미니즘 관점에서 공부하고 이해하고,그를 토대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동덕여대는 지금 한국 사회에서 왜 여자대학이 필요하고,그 여자대학은 어떤 여자대학이어야 하는지를 논의하는 중요한 변곡점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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