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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카폰 신부 가경자로 선포

전쟁 중 군용 차량을 제단 삼아 야외에서 미사를 집전하는 에밀 카폰 신부./미 DPAA
“그를 성인(聖人)에 한 걸음 더 가깝게 해주신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감사드립니다.에밀 카폰 신부여,우리를 위해 기도해주소서.”

지난 24일 미국 캔자스주 위치토의‘원죄 없는 잉태 성당.이곳에 유해가 안치돼 있는 에밀 카폰(1916~1951) 신부가 가경자(可敬者·존경받을 만한 사람)로 선포됐다는 발표가 나오자 신도들이 환호했다.미군 종군 사제로 6·25전쟁에 참전해 평안북도 벽동 중공군 포로수용소에서 숨진 카폰 신부가 앞으로 두 단계만 더 거치면 천주교 성인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동료 병사들을 헌신적으로 돌봤던 그의 생전 모습이 알려지면서‘6·25의 예수‘전장(戰場)의 성자’등으로 불렸던 카폰 신부는 1993년 시성(諡聖)의 첫 단계인‘하느님의 종’칭호를 부여받았고 32년 만에 가경자가 됐다.

6·25 참전 전 모습
폐렴 등을 앓아 즉위 후 최장기간 입원하며 투병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일상적인 직무를 전면 중단한 상황에서도 이를 승인했다.이제 다음 단계인 복자(福者)를 거쳐 최종적으로 성인 반열에 오르는 일만 남았다.카폰 신부의 고향인 캔자스 지역 언론들은 교황청발 소식을 상세히 전하며 기대감을 표했다.조카 레이 카폰은 “교황께서 건강이 위독해졌다는 소식에 혹시나 절차가 미뤄지는 게 아닐지 걱정했는데 정말 기쁜 소식”이라고 했다.카폰 신부와 함께 포로 생활을 했던 마이크 도우는 “난 이제 98세다.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조속한 시성을 기원했다.

카폰은 군종 사제이면서 한미 동맹을 상징하는 인물이다.캔자스주 필센의 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사제 서품을 받고 6·25가 터진 직후 참전했다.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지만 지프차를 몰고 다니며 미사를 집전했고,병사들의 고해성사를 받았다.포탄이 빗발치는 와중에도 전사한 병사들을 위해 임종 기도를 올렸다.중공군에게 포위당해 철수 명령이 내려진 후에도 통나무로 참호를 만들어 부상한 병사들을 대피시켰다.중공군이 운영하는 평북 벽동의 포로수용소에 갇힌 뒤에도 적으로부터 음식과 약을 훔쳐 병사들을 보살폈다.

그러던 1951년 5월 이질과 폐렴 등으로 35세에 세상을 떠났다.그러나 시신은 찾을 수 없었고,아린 도박신원 미상 군인 유해에 섞여 있을 것이라 막연히 추측됐다.카폰 신부의 행적이 알려지면서 고향 캔자스를 중심으로 그를 성인으로 만들자는 운동이 벌어졌고,맞고 있는 사람1993년 시성의 첫 단계인‘하느님의 종’으로 선포됐다.

2009년부터는 카폰 신부의 신앙과 용기를 배우자는 취지로 매년 여름 그의 필센 고향집으로 향하는 순례 행사가 시작됐다.수백 명의 젊은이들이 십자가를 앞세우고 100㎞ 가까이 걸으며 일렬로 신부의 생가를 찾는 장면이 해마다 반복됐다.카폰 신부의 명성은 고향 캔자스를 넘어 미국 전역에 널리 알려졌고 2013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군인에게 주는 최고 등급의 무공훈장인 명예훈장을 사후 추서했다.

그러나 유해의 종적이 묘연하다는 점은 속도감 있는 시성 절차의 장애물이 됐다.그러나 2021년 반전이 일어났다.이해 3월 신원 미상 군인들의 유해 더미에서 카폰 신부의 유해가 확인됐다는 미 전쟁포로 및 실종자확인국의 발표가 나오자 캔자스 지역사회가 열광했다.뜻깊은 일은 또 있었다.그해 7월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태극무공훈장을 받았다.직접 적과 대적하지 않는 비(非)전투 군인임에도 한미 양국으로부터 최고등급 무공훈장을 받은 그는 그해 10월 수만 명 인파가 지켜보는 가운데 고향 캔자스로 돌아왔고 유해는 위치토 성당에 안치됐다.이후 그의 시성 절차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욱 커지면서 가경자로 선포됐다.

앞으로의 절차가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다.복자나 성인이 되기 위해선 카폰 신부를 통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는 두 건의 기적이 일어났다는 점이 인정돼야 하기 때문이다‘하늘에 계신 카폰 신부님에게 도와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놀랍게도 의사도 치료하지 못한 병이 고쳐졌다’는 식의 구체적 증언이 나와야 한다.이 같은 기적이 가경자인 단계에서,볼트 슬롯또 복자로 승격된 단계에서도 각각 인정받아야 한다.

캔자스 지역사회에서는 카폰 신부의 이름으로 일어난 기적 사례 수집이 활발히 진행됐고,최소 다섯 건의 사례가 보고돼 교황청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심사에는 의사와 과학자로 구성된 검증단이 기적의 요건에 맞는지 깐깐히 살피게 된다.이 때문에 앞으로의 단계에서 시간이 더욱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천주교 위치토 교구는 “모든 이들의 성원과 기도에 힘입어‘하느님의 종 카폰’을‘가경자 카폰’으로 부를 수 있게 됐다”며 “그가 보였던 희망과 용기,세부 카지노 게임 종류희생과 헌신을 배우고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가경자(可敬者)

성인(聖人) 후보자 중 일정 자격을 갖춘 이에게 교황이 내리는 칭호.영웅적 덕목을 갖췄거나 순교자에 해당하면 받을 수 있다.2017년 프란치스코 교황이‘타인을 위한 희생’이라는 기준을 추가했다.하느님의 종,가경자,복자,성인으로 이어지는 가톨릭 시성 절차의 둘째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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