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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음완보,전통정원을 거닐다

전통 조경과 디지털 기술의 만남
윤선도 원림부터 명옥헌까지 재현

국가유산청 3D 데이터 활용
세종문화회관에서 4월27일까지

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음완보(微吟緩步),전통정원을 거닐다' 전시를 찾은 관람객들이 미디어아트로 재현한 '별서정원'을 감상하고 있다./국가유산청 제공
새벽안개 속 동이 트자‘보길도 윤선도 원림’의 연못이 모습을 드러낸다.조선시대 시인 윤선도(1587~1671)가 전남 보길도의 자연에 감동해 만든 정원으로‘어부사시사’등 시문이 탄생한 장소다.이어 정오의 담양 소쇄원,라이브배팅 팁꽃비 흩날리는 명옥헌의 석양으로 화면이 전환된다.연꽃향이 감도는 화순 임대정 원림의 달빛 아래 6분간의 영상이 막을 내린다.

조선시대 전통 정원의 경관이 디지털 영상으로 다시 태어났다.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는 미디어아트 전시‘미음완보(微吟緩步),전통 정원을 거닐다’에서다.국가유산청의 전통 조경 디지털 정밀실측 데이터를 활용해 제작한 미디어아트 5점을 상영한다.조선시대 선비의 별장인 별서정원과 왕실의 궁궐 정원 등 명소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미음완보는‘나직이 읊조리며 천천히 걷다’는 뜻이다.조선시대 문신 정극인(1401~1481)이 봄날의 자연을 예찬하며 쓴 가사‘상춘곡(賞春曲)’에 등장하는 글귀다.전시를 담당한 김동현 명승전통조경과 주무관은 “속세를 떠나 즐기는 풍류를 최고로 여긴 옛 선비들처럼‘도심 속 봄나들이’를 테마로 기획했다”고 말했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일상에서 자연의 정취를 누리고 심신을 수양하기 위해 정원을 조성했다.단순한 미적 공간을 넘어 선비들의 철학적 이념이 집결된 장소인 셈이다.네모난 연못 안에 둥근 섬을 두기도 했다‘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는 동아시아 전통 우주론을 반영했다.

명산의 풍경을 작게 옮긴 조형물인‘석가산(石假山)’도 조선 전통 조경의 주요 특징이다.이번 전시엔 국가민속문화유산‘논산 명재고택’의 석가산을 본뜬 3차원(3D) 모형이 배치됐다.모형 뒤편에는 겸재의‘금강전도’를 재해석한 미디어아트가 걸렸다.

그동안 학계에서 한정적으로 사용하던 국가유산청의 정밀실측 데이터를 만나볼 기회다.별서정원 네 곳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상영하는 작품에는 국가유산청에서 구축한 3D 스캔 데이터를 투입했다.한국의 대표적 궁궐 정원인 창덕궁 후원의 사계절을 재해석한 영상엔 3D‘포인트 클라우드’(점으로 이뤄진 이미지) 기술이 적용됐다.

작품 배치에도 전통 조경의 원리가 담겼다.계단식 전시 공간을 연출한 1부‘산수지락,스타 토토 먹튀자연을 벗 삼아 누리는 즐거움’이 대표적이다.관람객이 계단식 툇마루에 앉아‘차경(借景)’기법으로 구현된 자연경관을 감상하게끔 의도한 장치다.차경은‘경치를 빌린다’는 뜻으로,외부의 경치를 시야로 끌어들여 전체 경관의 일부로 삼는 정원 설계 기법이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12월 6~15일 서울 세종로 일민미술관에서 열흘간 열린 전시의 후속편이다.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지난 전시 기간이 짧아 아쉬웠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우리 전통 정원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자 다시 마련한 전시”라고 설명했다.세종문화회관에서의 전시는 4월 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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